“올해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에너지전환, 사회적 합의 중요”
“올해 전력산업 총체적 난국…에너지전환, 사회적 합의 중요”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9.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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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화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견해차를 좁히는 역할을 하며 주목을 받았던 김삼화 국회위원. 김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아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중대 정책을 해결했다. 이후 하반기에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에너지 분야 토론회를 올해에만 8번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에서 에너지 R&D 실증 사업 위험 관리 문제를 지적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전기요금 개편의 필요성을 앞장서서 요구하기도 했다. 산업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나 올해 전력산업계를 정리하고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우선 올 한해 전력산업계를 정리할 수 있는 키워드와 내년도 전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 전력산업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존 요금과 시장제도는 그대로 둔 채 전력믹스만 바꾸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다보니 부작용이 커지고 있습니다. 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달라지는데 제도적인 변화가 없다보니 전력수급, 계통, 시장 등 전 분야에서 이상신호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선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고, 전력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이나 신산업 활성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죠. 결국 이는 소비자들의 후생악화와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져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전망이 밝지 않을 것입니다.

토론회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사항과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올해는 에너지 분야에서만 8번의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전기사업법 개정과 관련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미세먼지, 탈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 신한울 3 · 4호기 공론화, 경유세, 전기요금, 에너지정책, 수상태양광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다양한 논의를 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전기요금 개편의 필요성을 앞장서서 요구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온실가스‧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전기사업법을 발의한 것입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과 발전량 조절 조치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직 법이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법적 근거 없이 행정계획만으로 발전소 건설 허가를 취소하거나 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경우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정부도 법통과를 위하여 진일보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셨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거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몇 년간 전기요금 인상계획은 없다고 선제적으로 선언해 부작용이 커지고 있습니다.

에너지전환을 하려면 매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배출권거래 비용 및 LNG 대체에 따른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검증작업을 통하여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에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객관적으로 산정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현재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주민수용성, 환경파괴, 인허가 등 여러 가지 문제 제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나 분산에너지로의 전환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도 주민반대와 각종 환경규제로 인해 확대 보급에 애를 먹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더욱이 에너지문제가 정치에서 흔히 나타나는 진영논리에 빠져들면서 진보는 재생에너지, 보수는 원자력이라는 논리가 확산됐고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기치로 한 에너지전환을 강하게 밀어붙이다 벽에 부딪히는 화를 좌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갈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산업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재생에너지 업무가 기피부서가 되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이런 정치적인 갈등부터 풀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달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셨습니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주요내용은 무엇인지요. 더불어 9차 계획 수립 시 반드시 반영해야 할 주요내용과 수립방향, 쟁점사항 등에 대한 의원님 의견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중장기 기본정책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근간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원전, 석탄 위주의 대용량 발전소를 어디에 얼마나 지을지를 결정하다보니 정부주도의 전력수급계획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규발전소도 대용량 원전과 석탄발전소 건설은 없는데다, 발전소를 건설해도 송전설비 건설이 더 힘들다보니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용량도 적고, 어디에 지을지 확정하기 어려워 향후 계획대로 발전소나 송전선로 건설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급안정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9차 계획에는 신재생에너지 입지와 송전선로 계획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와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책, 전력믹스 변화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 등도 반영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국감 때 RE100 달성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ZC100(Zero-carbon 100%)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을 펼치셨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RE100(Renewable 100%)은 기업이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받겠다는 자발적 캠페인입니다. 하지만 우드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25%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운영비용이 급증해 에너지믹스에서 재생에너지를 100%로 구성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에너지 발전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전환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지만, 송전투자, 소비자사용, 그리드보급 등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모든 과정의 비용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RE100보다는 ZC100(Zero-carbon 100%)나 ZC80이 훨씬 가능성이 높습니다. ZC80은 에너지믹스의 80%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나머지 20%는 천연가스로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를 본격적으로 시행화기 위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정책이 공급측면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수단이라면 에너지효율향상 정책은 수요관리 측면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수단입니다. EERS는 에너지공급자가 수요관리 의무를 갖는 제도인데, 문제는 수요관리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지금은 제도 시행 초기여서 한전 등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손실 보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자 스스로가 수익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EERS를 법제화하려면 궁극적으로 비용을 요금에 반영해 소비자가 부담토록 해야 합니다.

발전용 LNG 개별요금제 도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필요성, 선제조건, 기대효과 등 요금제 도입에 대한 전반적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민 편에서 볼 때 발전용 LNG 개별요금제의 도입이 바람직하기는 합니다. 개별요금제가 도입되면 기존 평균요금제를 적용할 때보다 LNG발전 원가가 전체적으로 인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도 도입으로 손해를 보는 기존 평균요금제 고객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또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스도입 가격의 투명한 공개와 필수설비 접근의 공정성 담보 등이 전제돼야 개별요금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정부의 수소경제 실현을 위한 노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소경제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소경제가 에너지업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는데 수소에너지의 핵심은 수소를 어디서 생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소의 장점은 무한하고 친환경에너지라는 점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천연가스에서 뽑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수소의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자원이 전혀 없습니다.

천연가스 자원이 많은 미국도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가 수소사회로 전환하려면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입니다.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수소는 사실 비싼 천연가스를 원료로 만들어야 해서 그다지 친환경적이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습니다. 혁신성장과 새로운 도전이 중요하지만 홍보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현실에 입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는 세계 9위로 심각한 다소비국입니다. 더욱이 에너지의 9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가 제조업 위주라 에너지 사용이 많다보니 에너지의 원활한 수급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물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도 시대적 요구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전환이 시급하지만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또한 중요합니다. 국민과 기업들에서 비용이 증가해도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을 늘리겠다고 합의하면 늘릴 수 있지만, 반대하면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독일 등 유럽국가와 달리 전력계통도 고립돼 있어 비용뿐만 아니라 계통과 수급안정성 차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모든 여건을 감안하면 전원믹스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점차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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