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시장 개별요금제 도입과 시사점
가스시장 개별요금제 도입과 시사점
  • 류권홍
  • 승인 2019.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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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공=삼성중공업

 

❶ 개황

가. 천연가스 직수입의 연혁과 현황

1993년부터 시작된 가스공사 민영화 논의가 진행되던 중 1998년 직수입에 대한 승인(허가)제도를 신고제도로 전환하는 석유사업법의 개정을 통해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직수입이 허용되었다.

그 후로 국내 천연가스 시장의 구조개편에 대한 논의가 지루하게 진행되었으며 2005년 7월 정부는 ‘자가소비용 천연가스 수입제도 운영방침’을 통해 산업설비의 신 · 증설, 연료 대체 등 추가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경우 국가 전체적인 TOP(Take or Pay) 발생과 무관하기 때문에 신고만으로 직수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 천연가스 시장의 개편 논의에서 가장 큰 장점은 기존 LNG 매매계약의 TOP와 수송선 관련 금융계약에서의 연결 채무불이행 발생 문제였는데, 새롭게 창출되는 천연가스 물량은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은 발전용 · 산업용 · 열병합용 · 열전용 설비용의 자가소비용 직수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제10조의9(자가소비용직수입 천연가스 대상물량) 제1항은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연료의 대체 등에 따라 신규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추가로 자가소비용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자가소비용 직수입자들은 해외재판매, 천연가스의 수급안정과 효율적인 처리, 직수입자의 가스제조시설 등에 고장 · 파손 등의 장애가 발행하여 자가소비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등 법령에 의해 예외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한 수입한 천연가스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2005년 이후 직수입자 수와 수입물량 및 그 비중은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다. 2018년은 약 617만 톤을 직수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직수입은 향후 더욱 확대되어 현재 7개인 직수입자는2031년까지 17개사로, 직수입 비중은 2017년 13%에서 2031년 2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 국내 천연가스 시장의 변화 가능성

2025년부터 발생하게 되는 기존 LNG 수입계약의 만기 도래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국내 천연가스 시장의 커다란 변화요인이 되고 있다.

1999년 카타르 라스가스와 체결한 492만 톤, 2000년 오만과 체결한 406만 톤의 계약 만기가 2024년으로 종료되는 등 약 1,000만 톤에 이르는 기존 계약 물량이 2025년부
터 급격하게 감소된다.

LNG 매매계약은 몇 개월 내에 공급이 가능한 사업이 아니다. 생산 플랜트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경우 최소 3~5년, 수송선 건조에만도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5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최소 2020년 또는 2021년까지 매매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LNG 매매계약에 대한 HOA(Head of Agreement)까지 체결되어야 이를 바탕으로 금융이 일어나고, 금융의 실행과 더불어 관련 시설의 건설이나 선박의 건조가 가능하게 된다.

문재인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탈석탄,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천연가스가 에너지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2017년 6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추가 소요되는 LNG가 최소 1,168만 톤에서 최대 2,378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 수소경제 활성화 등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변화요인으로 인해 더 많은 천연가스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다. 천연가스 직수입 확대로 인해 제기되는 문제점

국내에 LNG를 수입하고 있는 주체는 가스공사와 직수입자로 이분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구매하는 발전사들은 동일한 요금이 적용되는 평균원료비제도를 적용받는 한편, 직수입자들은 각자 체결한 LNG 매매계약에 따라 개별화된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이런 이원화된 제도의 부작용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첫째 직수입자들이 국제 천연가스가 구매자시장인 경우 직수입을 활성화하는 반면, 공급자시장인 경우 직수입을 포기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간단한 표현으로 선택권을 악용한다고 할 수있다.

공급자시장 상황에서 일부 직수입자들이 직수입을 포기하고 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구매하게 됨으로써 가스공사와 직수입자 사이에 기회와 위험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급의무를 부담하는 가스공사는 불리한 시장 상황에서 LNG를 구매해야 하고 또한 전체적인 평균 연료비 상승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7년 11월 LNG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직수입을 포기하는 사례와 직수입자가 동절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가스공사가 급히 SPOT 물량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 등의 사례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둘째, 첫째의 부작용과 직결되는 쟁점으로 직수입자는 구매자시장에서 원료비 절감이라는 기회를 활용할 수 있지만 공급자시장에서 직수입자가 직수입을 포기함에 따라 발생하는 위험을 규제 대상인 전체 시장의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불균형이 존재한다.

❷ 개별요금제의 개념과 쟁점

가. 개별요금제의 개념

직수입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장 도전적인 방법은 직수입을 소급적 또는 비소급적으로 폐지하거나, 직수입 물량을 규제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정부와 가스공사는 직수입 제도의 근본 취지는 훼손하지 않으면서 직수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개별요금제를 선택했다.

개별원료비제도란 기존 평균원료비를 적용하지 않고 가스공사가 발전소마다 개별화된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개별원료비에서의 요금구조는 장기계약과 매칭되는 계약기반 원료비와 SOPT 물량과 매칭되는 수급관리원료비로 구분된다.

나. 개별요금제의 쟁점

개별연료비 제도가 논의되는 시작점은 가스공사가 발전용과 도시가스용을 혼합해 LNG를 수입하여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는 점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가정용 천연가스는 겨울에 많이 소비되고 여름에 적게 소비되는 패턴이 강한 반면, 발전용은 1년 내내 상당히 안정적인 소비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가정용 천연가스의 가격이 발전용에 비해 가격이 비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하는 국내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가정용 천연가스 요금을 올리고 발전용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전환정책과 국제 유가(LNG 가격)의 인상에 따른 발전용 원료비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또 하나의 정치적 현실은 한국전력을 심각한 적자에 처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발전사는 원료비 절감을 위해 직도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개별요금제 추진은 가스공사가 다른 직수입자들에 비해 저렴하게 계약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세계 천연가스 시장이 경직적이고 판매자 시장이며 국내 천연가스 소비 물량이 소규모이면서 발전사들이 LNG 매매 경험이 없다면 인정할 수 있는 전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반드시 가스공사가 더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개별요금제를 시행하면서 발생하는 중요한 쟁점은 새로 물량을 구매하면서 개별요금제의 혜택을 보는 사업자와 기존의 평균연료비를 적용받는 사업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다. 또한 개별요금제를 따르더라도 어느 시점에 어느 물량을 받게 되는가에 따라 계약조건이 모두 다르게 될 것이다.

회사의 손익이 자기의 판단이 아닌 운에 따르게 될 수 있다. 가스공사가 발전사를 대리(위임)하여 도입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스공사가 LNG 매매계약을 체결하고또다시 발전사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것인지에 대한 법적구조 또한 명확히 해야 한다. 발전사는 독립된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 수입권을 가스공사에 위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승인이 필수적이다. 심각한 고민없이 개별요금제를 따르는 경우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행 가스공사의 공급규정의 엄격한 적용을 통해 직수입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데 왜 새로운 개별요금제를 시행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천연가스 공급규정 제7조(공급동의) 제1항 제5호는 ‘직수입자가 직수입 물량을 사용할 설비에 공사 또는 일반도시 가스사업자를 통하여 공급 신청하는 경우’를 공급거부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29조(요금) 제2항은 직수입 포기에 대해 평균요금제와 다른 요금제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현재까지 해당 규정들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적절한 대처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개별원료비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반드시 발전사들의 자율적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의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❸ 개별요금제의 향후 전망

2019년 9월 6일 정유섭 국회의원이 주최한 ‘천연가스 시장의 발전 방향과 발전용 개별연료비 제도’에 대한 토론회 이후 정부와 가스공사는 발전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되고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대안이 마련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개별요금제는 개별요금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시장 구조개편, 전기요금 인상, 가스시장 구조개편, 직수입자간 거래 허용 여부, 도시가스 요금 인상, 가스시설에 대한 제3자 접근권 허용 여부, 에너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독립된 전문 감독기관의 설립 여부에 대한 논의까지 파급될 수 있는 쟁점이 되어버렸다.

현실에 적합하지 않는 조급한 에너지 전환정책,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에 대한 과도한 정부 규제가 인구 · 경제 상황의 변화, LNG 소비 물량의 확대와 더불어 개별요금제의 쟁점을 넘어서는 에너지 시장 전체에 대한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비효율을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에너지 시장에서 개별 주체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최대한 확보되고 시장에 적용되는 게임의 원칙이 공정하게 마련되고 적용되기를 바란다. 개별요금제에 대한 공정한 논의가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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