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덕목
리더의 덕목
  • 장동진
  • 승인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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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진 ㈜파워맥스 사장

우리나라와 일본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로 표현된다. 그만큼 양국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협력과 경쟁 때로는 갈등을 반복해오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양국의 과거사로 인해 촉발된 무역 갈등에서부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등 극적인 이슈들이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7월 초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표되고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필자도 한일 무역 분쟁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마침 그 시기가 필자가 운영하는 전력기기 제조업체인 파워맥스에서 일본의 바이어와 중요한 수주 건을 논의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실 당사의 제품은 일본 규제품목에 해당되지 않았으나 워낙 여론이 안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특히 일본 업체 입장에서 정부 정책을 무시할 수 없기에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일본 담당자들은 “정치는 정치,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라며 해당 프로젝트의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졌다. 당사 제품의 외함을 만들기로 했던 A라는 부품업체에서 정식 발주서를 받은 직후에 ‘일본의 품질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제작 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일본의 까다로운 요구수준을 맞추기 위해 바이어 측에서도 관심을 두고 직접 기술자를 한국에 파견해 기술 지도를 진행하는 등 약 3개월 동안 논의를 이어가던 중이었으니 당사는 물론 일본 측에서도 굉장히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A사의 대표는 출장을 핑계로 우리의 연락에 일절 대응을 하지 않고 실무자들은 대표가 안 계시니 오시면 얘기하자는 입장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납품 일자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결국 A사를 포기하고 부리나케 여러모로 더 나은 업체와 제작하기로 결정되어 위기를 넘겼으나 이 일을 계기로 기업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덕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흔히들 말하는 리더의 덕목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필자는 아래 세 가지의 덕목을 언급하고 싶다.

첫째는 신뢰를 주는 것이다. 비단 거래처와의 관계뿐 아니라 어느 개인 간, 조직 간 관계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하며 누구나 신뢰를 말하지만 정작 진정한 신뢰를 쌓기는 매우 힘든 것 같다. 특히 업무로 관계가 형성되는 거래처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장기간 서로의 부단한 노력이 필수이며 리더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

둘째는 책임감이다. 일의 성공 여부를 떠나 한 조직의 리더로서 과정과 결과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에피소드의 경우 A사의 대표가 직접 제작 불가와 관련해 전후사정을 설명했다면 산전수전 겪으신 업계 원로의 무책임함에 실망을 금치 못하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은 끊임없는 자기개발이다. 조직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리더가 앞장서서 공부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A사처럼 선진 기술지도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해오던 업무에 안주해서는 조직과 구성원의 발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글의 서두로 돌아가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소재 국산화 노력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린다. 우리 전기업계도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기술자립을 넘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과 제품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파워맥스도 대한민국 전기산업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도록 나 자신부터 부끄럽지 않은 리더가 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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