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느림의 미학’을 품다
충남 보령, ‘느림의 미학’을 품다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0.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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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한국중부발전 보령발전본부 가는 길

천천히 경운기를 몰고 가는데 뒤에서 자가용 한대가 길을 비키라고 경적을 계속 울려댄다. 경적에 경운기를 세운 운전자는 “아 그렇게 바쁘면 어제 내려오지 그랬슈”라고 말을 한다. 충청도 출신 개그맨 최양락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한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 짧은 내용 속에 충청도의 느긋한 정서가 바로 느껴진다. ‘빨리빨리’가 익숙해진 도시 생활에 지쳐 있을 때 충청남도 보령을 찾아 느림의 미학을 배웠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 셔틀버스 운행

오천항, 키조개 축제와 주꾸미낚시 포인트로 제격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다

서울에서 차를 운전해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오천항.

오천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다. ‘보령 북부권의 모든 길은 오천과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예전부터 보령시 북부권의 삶과 생활의 중심지였으며 지역 방어에도 중요한 위치에 있어 충청 수영성이 위치해있다.

오천항은 키조개와 주꾸미 낚시로 유명하다. 실제 전국 키조개 생산량의 60% 이상을 출하하며 매년 봄 키조개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주꾸미 낚시 또한 배를 타고 나가 한망 가득히 잡아 오기도 한다. 새벽 일찍 배를 타고 나가야 하니 왕복 3만 원에 이용할 수 있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최근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

오천항 주위에는 낚시채비를 하는 배들이 정박해있었으며 항 주변으로 맛있는 생선회나 해산물 등을 먹을 수 있는 많은 횟집이 있었다. 이로 인해 밤에는 ‘동백꽃 필 무렵’ 주인공인 용식(강하늘)과 동백(공효진)이처럼 바다를 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걸어서 2분 거리 충청 수영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올라가는 길이 살짝 가팔라 숨이 찼다.

호흡을 가다듬고 높은 곳에서 오천항을 바라보았다. 넓은 바다 속에 작은 낚시배들로 가득찬 그림이 그려진 오천항의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오천항을 바라보며 완만한 성곽길을 산책했다. 도심 생활로 지쳐있던 삶에 활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단 성곽에 따로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온다면 추락 사고를 각별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성지순례로 느끼는 뭉클함과 포근함

보령에너지월드에서 즐기며 배운다

여름철 최적의 여행 아이템 ‘냉풍욕장’

오천항을 뒤로한 채 푸른 보령 하늘을 벗 삼아 이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갈매못 순교성지가 나왔다.

갈매못 순교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다섯 천주교 성인이 한양에서 이곳까지 이동해 목이 잘려 순교한 뒤 모래 사장에 묻힌 곳을 성지로 조성한 곳이다. 갈매못 순교성지에서 순교한 다섯 명의 성인은 외국인 세 명과 한국인 두 명이라고 한다.

갈매못 순교성지

갈매못 성지는 차분함과 고요함 그 자체였다. 발걸음을 조용히 이동하며 기념전시관을 살펴본 후 십자가의 길을 따라 올라갔다. 순교한 인물 흉상들을 지나자 산책로가 이어졌다. 숲속 나무로 둘러싸인 길을 걸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차가운 바람에 땀이 날리자 상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넓게 바다가 펼쳐져 상쾌한 기분이 한껏 더해졌다.

주차장에 있는 성모 마리아상은 시끄러운 도시 생활에 지친 삶에 따뜻함도 안겨줬다. 종교를 떠나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장소였다.

갈매못 성지에서 순교한 인물 흉상들

성지에서 얻은 따뜻함을 간직한 채 보령발전본부 홍보전시관 에너지월드로 차를 옮겼다. 에너지월드에서는 전기 생산 과정에서부터 올바른 전기사용법까지 다양하게 배워볼 수 있었다. 특히 주차비와 입장료가 무료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중부발전의 에너지 히어로 커플 에코미와 세코미가 환한 얼굴로 반겼다. 로비 위쪽으로는 인천발전본부, 서천건설본부, 신보령건설본부 등 중부발전 지사들의 전경사진이 걸려있었다.

한쪽에는 에너지라는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대별 에너지 여행, 에너지 8대 신산업, 태양광 발전 등에 관해 설명되어 있었다.

에너지월드의 백미는 바로 VR 및 오락실이었다. 동네 오락실에만 있을법한 농구 게임, 음악에 맞춰 춤을 따라 추는 모션 게임, 오토바이 가상현실 게임 등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할만한 수준이었다. 옆에는 도서관과 안마의자 3개가 놓여 있는 힐링룸이 있었다. 아이뿐만 아니라 동행한 어른도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 밖에도 중부발전 홍보영상을 상영하는 에너지 씨어터, 보령발전본부의 운영원리와 친환경발전소 운영을 소개하던 에너지 팩토리, 다양한 전기에너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에너지 로드 등을 통해 어른, 아이 모두 전기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월드 내부 모습

충남 보령을 여행지로 정하면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보령 냉풍욕장이다. 하지만 겨울에 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냉풍욕장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불린다. 광산이 폐광되고 난 후 이곳의 이용 방법을 찾다가 연중 불어오는 찬바람을 이용해 양송이 재배를 시작해 관광객들을 위해 입구를 잠깐 개방했는데 호응이 좋아서 시설을 갖추게 된 것이 시작이다. 7,8월 두 달 동안 피서객들을 맞이하게 된 보령시에서 내놓은 멋진 아이디어 상품이다.

무더운 여름 폐광된 광산에서 초속 6m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바람의 영향으로 무더운 여름철에도 냉풍욕장의 실내 온도는 항상 평균 12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특히 냉풍욕장 옆 식당에서는 폐광의 자연 바람을 이용해 직접 재배한 특산물 양송이 요리가 일품이다. 양송이 회 무침과 부침개 등 다양한 양송이 요리를 별미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양송이를 구입할 수 있도록 특산물 판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겨울이라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 크게 아쉬웠으며 여름에 다시 찾아오리라 굳게 다짐했다.

‘빨리빨리’에 익숙해있는 현대인들에게 충남 보령은 느림의 미학과 자연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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