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공감대 형성 통해 자발적 동참 유도할 것”
“국민 공감대 형성 통해 자발적 동참 유도할 것”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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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미세먼지는 생존의 문제’라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문제가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거대한 문제로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문제이기 때문에 다 같이 힘을 하나로 모으면 해결책을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책을 찾고 이를 정부에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 2년차를 맞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 중심에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준비하고 있는 안병옥 운영위원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추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한 지 약 9개월 됐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설명해주십시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서 그간 3가지 활동 즉, 국민정책제안 마련, 국제협력 증진, 국민 참여 권고 등에 집중했습니다.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차 국민정책제안’ 마련입니다. 이를 위해 국민정책참여단 숙의, 국민대토론회, 분야별 협의체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 간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지난해 9월 27일 본회의에서 의결해 같은 해 10월 7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제1차 국민정책제안의 핵심내용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12월부터 3월을 계절관리기간으로 정해 주요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해 과감한 저감 조치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제시한 국민정책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 지난해 12월 1일부터 계절관리제를 이행 중에 있습니다. 또한 국외유입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 · 중 협력은 물론, 동북아 차원에서 다자제도 수준의 규범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 UN ESCAP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발의한 ‘대기오염 대응을 위한 아태지역 협력강화 결의안’이 채택되어 동북아 협력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해 11월 4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개최했던 국제포럼에서 중국, 몽골 등 아태지역 국가들과 모범사례를 공유해 동북아 역내 협약 마련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지난해 9월 24일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푸른 하늘을 위한 맑은 공기의 날’이 채택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매년 9월 7일을 UN이 정한 ‘맑은 공기의 날’로 정해 국가 간 협력과 공동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과정과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출범 이후 5개월간 국민정책참여단, 관련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 사회 각계의 숙의와 토론을 통해 국민정책제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국민정책제안은 2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기존의 정부와 일부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 정책 마련에서 벗어나 일반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정책참여단이 직접 참여해 숙의와 토론을 통해 만든 최초의 ‘상향식’ 미세먼지 정책이라는 점과 전국 60기의 석탄발전소 중 겨울철 최대 15기, 봄철 최대 27기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노후 경유차를 4개월 내내 운행 중단하는 등 과거 정부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역사상 가장 과감하고 혁신적인 조치를 담았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민정책제안 이행상황을 주요 과제별로 말씀드리면 석탄발전소의 경우 12월 최대 12기 가동중단과 49기 상한 제약을 시행해 712톤, 자발적 감축 협약을 통해 590톤, 저속운항해역 운영 등 선박 부문 687톤 등 지난해 대비 총 1,989톤 이상으로 감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함께 철강 · 석유화학 등 사업장의 불법배출 감시를 위해 670명의 민관 합동점검단을 구성, 사업장 2,600여 개소, 공사장 4,500여 개소를 점검해 14개소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과태료 41건을 부과했습니다.

국민정책참여단이 결성된 배경과 앞으로의 역할, 운영계획 등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민정책참여단을 결성하게 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고 몸소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반적으로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전문가와 정책입안자들이 모여 정책 내용을 결정해 발표하는 ‘하향식’ 방식을 주로 사용하지만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방식은 ‘상향식’ 즉, 국민의 뜻을 모아 정부에 미세먼지 대책을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지난해 발표했던 ‘제1차 국민정책제안’ 역시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와 공론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고, 그 내용이 석탄발전소 가동중지, 5등급 차량 운행중단 등 민감한 문제였음에도 국민의 뜻이었기에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반발과 저항이 있는데 국민의 공론화를 통해 정책을 마련하니 사회적 수용성이 높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국민정책참여단이 제안한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의 의견을 조사해 보니 계절관리제에 대한 찬성률이 78.3%에 달하는 등 국민 지지도가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정책참여단은 올해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마련하는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적극적인 국민 참여와 실천을 끌어내기 위해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항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십시오.

미세먼지나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국민은 피해자인 동시에 원인 제공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미세먼지 저감에 동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제1차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한 이후 당진, 울산 등 미세먼지 관련한 이슈가 큰 지역을 찾아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있습니다.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 현안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국민정책제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국민과 함께 살펴보기 위한 것입니다.

특히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는 개인의 가치관과 생활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내재화될 수 있도록 유아, 청소년기에 환경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해 말부터 교육부에 유아 · 청소년기에 대한 환경교육의 가치와 구체 활성화 방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또한 중장기 계획에도 공교육을 통한 환경교육 시행, 풀뿌리 시민 네트워크 구축 등 지속적인 국민 참여와 실천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계절 동안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전력생산 분야와도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력산업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믹스로의 전환’을 목표로 석탄발전은 감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추세와도 일치하며 환경과 안전을 강조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회적 재난으로 평가되는 미세먼지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최근의 기후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등 국가 전원믹스 개선방안을 전문가 · 이해관계자 · 국민정책참여단 등과 심도 있는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상반기 중 정부에 제안할 계획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대응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 흐름으로 전력산업계 역시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례로 현재 시행 중인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 정책의 공론화에 참여했던 국민정책참여단의 93%가 찬성했고, 일반 국민의 찬성률도 69%에 달하는 등 국민적 지지가 높습니다. 그만큼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국민의 욕구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전력산업계는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재생에너지원의 확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전력효율 극대화 등에 주력해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세계적인 흐름과 전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 1월 21일부터 열린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총 생산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44조 달러(약 5,895조 원)가 자연변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주요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보면 국가별 대응에 차이는 있으나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 내연기관차 퇴출 등 주요 기조는 동일합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은 지난해 12월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해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넷 제로(Net Zero)’를 통해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4일 유엔에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통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13개 주지사와 315개 시의 시장, 1,000개가 넘는 기업 대표들이 독립적으로 기후변화 협약을 계속 이행하겠다는 캠페인을 전개 중입니다.
또한 기업이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캠페인인 RE100(Renewable Energy 100%)에 가입한 기업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코카콜라, 이케아 등 221개사에 달합니다.

시민 참여도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기후파업(Climate Strike : Fridays For Future)을 이끈 17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10대 청소년의 목소리와 참여가 전 세계의 공감을 얻었으며, 제인 폰다 등 기성세대가 참여하는 시민운동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듯이 미세먼지 문제는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중장기대책 마련 등 그 청사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발표한 제1차 국민정책제안이 12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초점을 맞춘 단기 응급처방이었다면 올해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중장기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중장기 정책제안은 내용 면에서는 미세먼지 문제를 포함한 기후변화를 아우르는 국가 전원믹스 개선, 전기요금 합리화, 수송용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 등 8대 대표과제와 각종 버스 화물차 등 차량과 건설기계의 친환경화 지원 등 28개 일반과제로 구성했습니다.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인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도출하여 정책을 제안하는 데 있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예정입니다. 추진 방식 측면에서는 중장기 정책 역시 기본적으로 지난해 마련한 ‘제1차 국민정책제안’과 마찬가지로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 ·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나 과제의 중요도와 규모를 고려해 상 · 하반기(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마련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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