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태양광 소재 업체 … 생태계 재조성 될까?
무너지는 태양광 소재 업체 … 생태계 재조성 될까?
  • 이훈 기자
  • 승인 202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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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시대 주요 에너지 ‘태양광 발전’ … 소재, 그리드 패리티 달성 핵심 역할
OCI · 한화솔루션, 폴리실리콘 생산 철수 … 국내 생태계 위기

중국의 저가 공세로 태양광 소재 시장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실제 OCI가 최근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철수했으며 한화솔루션도 연내 정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태양광은 향후 에너지 전환시대를 이끌어 갈 에너지원이다. 특히 소재는 정부 보조금이나 인센티브 없이 그리드 패리티 달성에 있어 중요하고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폴리실리콘, 전 세계 6조 원 시장 … 中업체 점유율 65%
2017년 이후 가격 하락 … 32개사에서 19개사로 감소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폴리실리콘 시장은 6조 원 규모다. 이중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64%로 추산된다. 폴리실리콘은 반도체 웨이퍼 및 태양전지의 솔라 셀(solar cell) 기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재료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2017년 하반기 이후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설치 수요가 과거 대비 둔화된 가운데, 중국 로컬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신증설이 급격하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2018~2020년 중국의 폴리실리콘 공급 증가량은 약 22만 톤으로 올해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의 약 56% 수준이다. 이에 규모가 작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폴리실리콘 업체(세계 생산 능력의 약 30~40%)들은 플랜트를 셧다운 하거나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실제 전 세계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체가 전년 32개사에서 총 19개사(지난해 4분기 기준)로 감소했다.

국내 1위, 세계 2위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 OCI 역시 사업 환경 악화를 이유로 군산 공장의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다. 폴리실리콘이 주력 사업이었던 OCI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80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 651억 원으로 16.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8,093억 원을 기록했다. 그동안 공장 3곳에서 연 5만 2,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오던 OCI는 군산 1 · 2 · 3공장 중 2 · 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공장은 설비를 보완한 뒤 5월 1일부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단 해외생산은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OCI 관계자는 “군산 공장 생산 중단으로 25% 이상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군산 공장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에 집중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주력해 생산을 이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을 연내로 정리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국내 생산 폴리실리콘 원가는 중국산의 약 2배로 적자가 지속됐다. 폴리실리콘 판매가격이 생산원가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상황이라 가동률을 높이면 높일수록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연내에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태양광 소재 업체들의 위기는 계속되어 왔다. 잉곳, 웨이퍼 생산 기업 중 넥솔론은 이미 문을 닫았으며 웅진에너지 역시 법정관리에 있다. 올해 안에 적절한 인수자를 만나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 한 축이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액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태양광 모듈 수입액은 3억 6,752만 달러(약 4,348억 원)로 2018년 2억 1,951만 달러(약 2,597억 원)에 비해 67.4% 증가했다.

국내 폴리실리콘 쇠퇴, ‘자연스러운 수순’
폴리실리콘 가격 올해 4분기 반등 예상

2020년 태양광 수요는 140~160GW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부진했던 중국 태양광 수요의 이연된 물량이 올해 상반기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국 수요가 평년 수준인 40~50GW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제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그리드 패리티 도달 지역 확산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등 개도국 시장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태양광 기술 발전으로 태양광 발전단가 하락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모듈 및 기존의 웨이퍼 면적을 키운 M6 라인 도입 등 새로운 태양광 기술이 태양광 수요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4분기를 바닥으로 반등이 예상된다. 계획된 증설이 현재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OCI를 비롯한 국내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계의 쇠퇴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OCI의 결정은 대규모 적자를 줄이고 경영환경을 대폭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전했다.

특히 해외 생산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져 중국 기업들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는 원가 절감이 가능해 중국 업체와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OCI는 원가경쟁력이 높은 말레이시사 설비 위주로 가동하면서 오는 2021년 중국 업체들과 유사한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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