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봉하 아니고 경북 봉화
경남 봉하 아니고 경북 봉화
  • 이훈 기자
  • 승인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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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재생에너지 메카, 경북 봉화 가는 길

“이번에 봉화로 출장 가” 와이프에게 일정을 이야기했다. 이에 와이프는 “노무현 대통령이 태어났던 봉하마을로 가는거야?”라며 되물었다. 난 “아니, 경북 봉화라고 하던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상북도 봉화라는 곳을 가본 적이 없을뿐더러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상도라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통해 경로를 탐색했다. 서울에서 3시간이라는 소요시간이 나오자 ‘경상도치곤 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 당일 처음 가본다는 설렘을 안고 출발했다. 봉화IC가 따로 없어 풍기IC로 나와 국도를 타고 약 30분을 더 달릴 정도로 교통은 편하지 않았다.

운전을 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산새가 아주 멋있었다. 실제 봉화는 태백산과 선달산이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를 이루는 능선 아래쪽에 위치해있다. 특히 산지의 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태백산, 선달산, 각화산, 문수산 등 국내 명산들이 모여있다.

우선 호랑이 숲으로 유명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차를 달렸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2008년 대통령 주재의 국토균형발전위원회 결정으로 백두대간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산림 생물자원을 보전 및 관리하기 위해 조성됐다. 전체 규모는 5,179ha이지만 206ha만 관람객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걸어서 이동했겠지만 추운 겨울이라 호랑이 모양의 트램을 이용하기로 했다. 1,500원인 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급히 트램을 타느라 노선을 자세히 보지 않아 걱정했지만 기사님이 친절하게 도착지를 설명해주셨다. 호랑이 숲 입구가 있는 돌틈정원역에 내려 700m를 걸어갔다. 언덕을 10~15분 정도 걸어가자 호랑이 숲이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서울대공원에서 온 5마리의 호랑이가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시베리아 호랑이 암컷과 수컷 각각 한 마리씩밖에 볼 수 없었다.

넓은 공간에서 산책하듯 어슬렁어슬렁 호랑이는 풍채가 크고 멋있게 느껴졌다. 다시 트램을 타고 내려왔다.

닭실마을로 이동했다. 마을 곳곳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동 중 ‘시들지 않는 꽃 에버로즈’라는 간판이 보였다. 호기심이 생기고 선물도 구입할 겸 차를 건물 쪽으로 운전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지만 사장님과 사모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에버로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드는 보존화 기업이었다. 프리저브르 플라워란 생화가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 특수용액을 처리해 3년 이상 보존되도록 만든 꽃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많은 꽃 장식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벽에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의 인생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그 앞에는 상황에 맞는 꽃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구매도 가능하며 직접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잠시 아름다운 꽃들에게 팔린 정신을 챙겨 닭실마을로 향했다. 닭실마을은 금계포란형 지형이라는데 금닭이 알을 품은 모양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상 영남의 손꼽히는 명당자리로 삼남의 4대 길지중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또한 안동 권씨의 집성촌으로 현재도 마을에 사람이 살고 있어 조용히 관광할 것을 추천한다.

실제 마을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온화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전통문화를 유지해오는 마을로 유교문화도 체험해볼 수 있다.

차를 타고 시골길을 들어가자 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충재 박물관이 있었다. 충재 박물관은 조선 중종때의 학자이며 관료인 권벌 선생과 관련된 유물 및 종가에 전래되어온 전적 문성 등이 보관되어 있는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보물로 지정된 충재일기 근사록을 비롯한 각종 소장견적, 고문서, 유묵 등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청암정이 있었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바위에 위치해있었으며 돌다리를 건너야만 정자 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자 밑 바위는 거북이 모양이었다. 이 곳에서 MBC드라마 동이가 촬영됐다고 하나 겨울이라 그런지 그다지 멋있지는 않았다. 꽃이 피는 봄에 다시 오고 싶었다.

저녁도 먹고 숙소도 정하기 위해 다덕 약수관광지로 차를 옮겼다. 봉화는 오전약수, 두내약수, 다덕약수 등으로 유명하다. 그 중 다덕약수는 영주와 울진을 잇는 36번 국도변에 위치해있다.

평일이라 관광객이 없는 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약수터로 향했다. 산 속에 있는 약수터를 상상했지만 그냥 길가에 있어 찾기 너무 쉬웠다. 약수터는 거북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옆에 놓인 바가지를 한 번 헹군 후 약수를 마셨다. 쓴맛과 동시에 탄산이 올라왔다. 텁텁했으며 맛은 없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출연했다는 원조약수식당으로 발을 옮겼다. 가정집처럼 되어 있었다. 따뜻한 장판 위에 앉아 유명한 닭불고기 한 접시를 시켰다. 가격은 2만 5,000원으로 2명이 먹을만한 양이 한 접시에 나왔다. 주문 후 20분 뒤 음식과 함께 숯불향이 풍겨졌다. 젓가락으로 닭불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불맛과 함께 달달함, 매콤함 맛이 입안에 맴돌았다. 고기도 쫄깃쫄깃했다. 다음에는 깻잎에 닭불고기 한 점과 마늘을 넣고 싸먹었다. 고기의 달달함과 매콤함에 깻잎의 씁쓸한 맛까지 더해 환상적인 맛이 느껴졌다.

이번 출장은 설레는 마음만 간직한채 아무런 계획없이 떠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실마을의 포근함, 다덕약수의 신기함, 에버로즈의 아름다움 등 무계획 속에서도 정말 알찬 여행이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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