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세계 해저케이블 강자로 우뚝 서다
LS전선, 세계 해저케이블 강자로 우뚝 서다
  • 이훈 기자
  • 승인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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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준 기술력 집약 해저케이블 … 美 · 日 등 생산 기업 한정적
LS전선, 2007년 시장 공략 선언 … 대규모 해외 사업 연속 수주

해저케이블은 매설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케이블로 이어져야 하고 심해의 거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등 기술 조건이 까다롭다. 이에 해저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곳은 미국, 프랑스, 일본 업체 등 한정적이다. 국내 기업인 LS전선은 2007년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을 선언, 13년이 지난 현재 아시아, 중동 등 대규모 해외 사업을 연속적으로 수주하며 세계 리딩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고 수준 기술적 집약체 ‘케이블의 꽃’ … 올해 세계시장 58억 달러 예상
공장건설 지자체 도움 받아 … 허가 과정 2년에서 3개월로 단축
시장 선점 위해 생산 기술력 높여 … 공장 설비 자체 제작

LS전선 제공

해저케이블이란 대륙과 대륙, 육지와 섬 등과 같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격리된 두 지점 사이에 전력과 통신 공급을 위해 설치되는 케이블을 말한다. 특히 한 번에 수십, 수백 km를 연결하고 바다 밑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케이블 분야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 ‘케이블의 꽃’으로도 불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해저 전력 케이블 시장은 2016년 40억 6,100만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5.89% 성장해 올해는 58억 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친환경 기조로 친환경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섬에 발전소를 짓지 않고 기존 발전 시설에서 전기를 보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LS전선은 2007년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을 개발, 2009년 강원도 동해시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하며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던 시장에 진출했다.

사업 초기 지자체 도움이 컸다. 실례로 강원도는 생산 제품의 길이와 중량이 각각 수십 km와 수천 t에 이르는 해저케이블 공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동해항 부두와 인접한 송정동 터를 추천했다. 공장부지 추천에 그치지 않고 토지 보상, 실시계획 승인, 건축 허가 및 공장 설립 승인, 착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존 2년에서 3개월 만에 마치도록 했다.

기업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2008년 4월 송정산업단지 12만 3,585m2의 부지에 3,000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생산기지가 건설된 것이다. 동해공장으로 인해 동해시는 케이블 공장 200명, 4∼5개 계열사 500명 등 총 7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얻었다.

LS전선 제공

세계시장에서 후발주자인 LS전선은 시장 선점을 위해 생산 기술력을 향상시켰다. 우선 해저케이블의 핵심 생산설비인 ‘수직연합기(전기동을 꼬아 수직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를 자체 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어렵게 구한 설비 사진을 참고해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만들었다”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모든 과정이 우리에겐 경험과 노하우가 됐다”고 전했다.

원자재 보관창고, 청정도 ‘클래스1000’ 적용 … 최상 해저케이블 제작 
2009년 제주~진도 간 사업 첫 수주 … 한전 “예산 절감 효과”
대만 5,000억 원 규모 · 바레인 턴킨 등 대형 수주 이어가

공장설비들 역시 해저케이블 생산에 맞게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주문해 제작했다. 특히 원자재 보관창고는 반도체 생산 시 적용하는 최고 수준의 청정도인 ‘클래스1000’을 적용했다.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아야 불량률을 줄일 수 있고 최상의 해저케이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09년 2월 한국전력이 발주한 전남 진도와 제주 간 전력 해저케이블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총 3,281억 원 규모로 프랑스 넥상스, 일본 JPS를 따돌리고 처음 수주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LS전선이 최종 계약자로 선정됨으로써 당초 예산 3억 1,200만 달러(약 4,447억 원) 대비 약 1,200억 원을 절약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뉴욕주 동부 롱아일랜드-캡트리 아일랜드 연계, 싱가포르 전력청과 620억 원 규모 공급 계약 등의 해외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런 사업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대만에서만 총 5,000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을 수주했다. 이어 지난 3월 초 바레인에서는 약 1,000억 원의 계약을 따내는 등 대형 수주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바레인 해저케이블 사업은 턴키로 수주했다. 바레인 본섬과 동남부 하와르(Hawar) 섬 사이 25km를 해저케이블로 잇는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걸프협력회의(GCC)가 추진하는 친환경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향후 사업 기회를 확대하려는 유럽과 일본 등 전선업체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쳤다.

회사측은 제주-진도 전력 연계망(105km)을 비롯, 카타르(100km), 미국(35km) 등 글로벌 장거리 프로젝트들을 수행한 경험이 수주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걸프만의 하와르 섬은 총면적이 울릉도의 2/3 정도인 군도로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고 있어 바레인 정부가 관광단지로 본격 개발 중이다. 바레인은 친환경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섬에 발전소를 짓지 않고 본섬에서 전기를 보내는 해저 전력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EPC 업체인 알 기하즈(Al Gihaz)로부터 제품 공급부터 전기, 설치 공사까지 일체를 수주, 2021년 9월 준공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국영전력회사 테네트사(社)와 약 1억 74만 유로(1,342억 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유럽 시장 진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북쪽과 서쪽 근해에 건설되는 해상풍력단지 2곳에 2023년까지 총 210km의 해저케이블을 공급한다. 앞서 LS전선은 2012년 영국 해상풍력단지를 시작으로 2013년 덴마크, 2016년 벨기에 등에 15~30km의 중소 규모 해저케이블을 공급해왔다.

LS전선은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올해 유럽지역본부를 설치하고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전력망은 국가 안보, 정전으로 인한 사회혼란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제품과 시공능력,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급업체를 결정한다”며 “LS전선은 국내 경험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시 해저 케이블 2공장/ LS전선 제공
동해시 해저 케이블 2공장/ LS전선 제공

약 500억 원 투입 … 대지규모 약 10만 4,000m2 제2공장 준공
초고압 케이블 생산 · 분반 · 보관 가능
생산능력 2.5배 증가 … ‘글로벌 케이블 솔루션 리더 ’ 목표 향한 행보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사업이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르자 강원도 동해시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해 대지면적 10만 4,000m²에 건축면적 8,800m² 규모로 제 2공장을 준공했다. 이번 2공장 준공으로 생산능력이 2.5배 증가한다.

해저 2공장은 초고압의 케이블을 대규모로 생산, 보관, 운반할 수 있는 설비들로 구축했다. 해저케이블은 일반적으로 지름 30cm 내외의 케이블을 한 번에 수십 km까지 연속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 제조 설비가 필수적으로 설비 자체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대부분의 설비 역시 자체 개발했다. 특히 50m(아파트 18층) 높이의 대형 제조 설비는 전 세계적으로도 5대 정도에 불과하다. 또 5톤 트럭 1,000대분의 케이블을 한곳에 감아 보관할 수 있는 5,000톤급 턴테이블도 추가로 도입했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해저케이블 사업은 그동안의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이제 자립과 성장의 터전을 만들어 냈다”며 “제2공장 준공은 미래로 나아가는 선언이며 ‘글로벌 케이블 솔루션 리더’라는 목표를 향한 의미있는 행보”라고 밝혔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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