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있는 해상풍력 추진을 기대하며
내실 있는 해상풍력 추진을 기대하며
  • 이승연
  • 승인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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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주)제주지역산업평가단장

2015년 파리 기후협정 이후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개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기관 유로스타트(EuroStat) 자료에 의하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유럽은 2018년 기준 전체 전력 중 18.9%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2030년까지 45% 발전량 비중 확대를 목표로 풍력, 태양광,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 전반에 걸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보고서에 의하면 해상풍력500MW 단지 구축 시 전체 소요인력은 210만 명이며, 풍력터빈 제조에 59%, 유지보수에 24%, 계통연계에 11% 비율로 인력이 소요되어 고용 창출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상풍력 산업은 ESS(Energy Storage System; 전기저장장치), 수소와 메탄을 활용한 P2G (Power to Gas) 등 다른 산업과 연계되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 달성하는 에너지 전환 계획을 수립했다. 세부적으로 2017년 기준 총 15.1GW 규모인 재생에너지 설비를 2030년까지 총 63.8GW 규모로 확대할 계획으로 신규 설비 95% 이상을 태양광 ·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해 현재 폐기물 · 바이오 중심의 재생에너지를 선진국형 청정에너지원인 태양광 · 풍력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을 수립했다. 그 중 해상풍력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다면 많은 용량을 개발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해상풍력 기술적 잠재량은 4,778GW, 시장 잠재량은 150GW에 이르는 등 개발 가능한 용량이 크다. 향후, 우리나라는 개발 잠재량이 큰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이 이루어질 예정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2GW 이상의 해상풍력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덴마크, 영국 등 유럽의 해상풍력이 기술과 시장 부문에서 성숙단계에 진입한 반면 국내 해상풍력 산업은 환경, 안전, 제도 및 인프라 등 제반 여건의 미성숙으로 가시적 성과 달성에 어려움이 있다. 성공적인 해상풍력 개발을 위해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전략적, 제도적, 기술적 측면에서 필요한 사항을 제시해 보았다.

첫째, 국가 간 협력 필요

해상풍력 발전이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제성 확보가 필요하다. 경제성 확보를 위해 LCOE(균등화 발전 원가)를 낮춰 그리드 패리티1)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의 체계적 구축이 필요하다. 서플라이 체인의 효율적 구축은 생산과 공급의 연쇄적 과정에서 해상풍력 산업 단위 주체가 해상풍력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산업을 분업화하며 LCOE를 낮추는 과정이다.

국내 풍력산업은 내수 시장이 좁아 단일 서플라이 체인 구축에 한계가 있다. 각 국가 산업의 장단점을 활용해 해상풍력 산업을 분업화한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해상풍력 산업도 주변 국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에너지경제 금융분석연구소(IEEFA)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신규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2.3GW에 이르고 같은 아시아권인 대만과 일본의 해상풍력은 각각 120MW, 3MW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만은 2025년까지 총 5.5GW, 일본 2030년까지 총 10GW, 중국 2020년까지 총 5GW, 베트남 2030년까지 3.4GW 등 신규 해상풍력 설치가 계획되어 있다. 이에 아시아권 국가들이 공동으로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해 LCOE를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추가로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들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동북아 슈퍼 그리드 개발을 이루게 된다면 해상풍력 발전의 간헐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술분야 다변화 전략 필요

2019년 기준 풍력터빈 보급률 세계 1위 기업 덴마크 베스타스(Vestas)는 1979년부터 풍력터빈을 생산하고 있으며 누적 설치 용량이 9.6GW에 달한다. 세계 2위 기업 지멘스 가메사(Gamesa-Siemens)도 1994년부터 본격적인 풍력터빈 생산을 시작해 현재 전 세계 최대 규모 풍력터빈인 10MW급을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두산중공업, 효성, 유니슨 등이 풍력터빈을 생산하고 있지만 누적 설치 용량이나 운영 경험 등을 볼 때 선진기업과 수년의 격차가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는 대용량 풍력터빈과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을 추진 중인데 이는 선진 기술의 패스트 팔로워를 지향하고 있고 풍력터빈 제조산업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가 우선 목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풍력 산업은 풍력터빈 제조산업 이외에 단지개발, 유지보수, 지지구조, 해상설치, 계통연계, 환경 · 안전 등 다양한 산업의 집합체다. 풍력터빈 제조산업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필요한 고유기술이나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연관 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한 산업 육성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 적합한 지지구조, 설치장비, O&M, 해상안전, 수산업 공존 방안 등 한국형 해상풍력단지 기반 산업 창출이 이뤄진다면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셋째, 정부와 지자체의 해상풍력 개발 절차 간소화 필요

우리나라 해상풍력 개발의 최대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라 절차에 있다. 발전사업허가, 환경영향평가, 해역이용협의, 피해보상용역 및 주민합의 등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여러 인허가 및 규제로 인한 사업준비 지연으로 기업이 해당 사업을 포기하는 등 여러 문제점을 초래한다. 해양 난개발 방지를 목적으로 지난해 4월부로 시행된 해양수산부의 해양공간계획법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추가적인 인허가 제도로 생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 발휘는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정부가 주도해 나아가고 지차체와의 협력을 통한 재생에너지 정책 완화를 통해 실효성 있는 국가 주도 사업으로 이끌어야 한다. 영국은 재생에너지구역(REZ)을 조성하고 해상풍력개발단지를 분양하는 제도를 마련해 정부 주도하에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개발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계획 및 개발을 통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해양공간계획법의 핵심인 해양공간 용도지구지정의 효과적인 활용을 통한 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국가 재생에너지 로드맵을 실효성 있게 추진한다면 재생에너지 3020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개발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류가 극복해야 할 석탄화력 탈피와 안전한 에너지 개발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개발이 필수적이다. 과거 전력 인프라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되고 이로 인해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후대를 위한 올바른 투자였음을 우리는 안다. 이제 후대를 위한 희생은 우리 몫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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