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이행 방안 및 시사점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이행 방안 및 시사점
  • 정구형
  • 승인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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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형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

❶ 개황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국제신용평가사 및 투자자들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투자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금융정보사인 미국 S&P Dow Jones Indices와 지속가능경영평가 선도기업인 스위스 RobecoSAM은 1999년부터 매년 전 세계 2,500대 기업(시가총액 상위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 · 환경 · 사회분야 평가항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지속가능성 상위 10%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의 주가를 계산해 산출한 투자 벤치마크 지수인 세계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 World, DJSI World)를 발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DJSI를 벤치마크로 반영하는 펀드 상품에 투자하거나 DJSI에 포함된 개별 기업의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데 이를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 관점에서도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가 해당 기업의 경쟁력 및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Cone Communications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소비자의 92%는 기업이 사회 ·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중 88%는 이러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응답했다. 이는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가 해당 기업의 경쟁력 및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기업 환경의 변화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이행하도록 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으로 대표되는 자발적 재생에너지 사용 캠페인 참여를 통해 자사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수립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전력시장 운영규칙 및 관련 규정의 차이로 인해 세부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은 다르게 구현될 수 있다.

특히 전력계통을 통해 외부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은 전력시장의 구조 및 규제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달라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❷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

가. 전력시장구조와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 수단과의 관계

일반적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은 발전설비의 위치(소내 또는 외부),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사업자의 유형 및 재생에너지 전력과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의 결합 여부에의해 구분된다.

규제 전력시장에서는 공영 전력회사가 송 · 배전사업 운영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유하며 상당 수준의 발전설비를 소유할 수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규제 전력시장에서는 전기소비자가 독자적으로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는 전력회사의 녹색전력 요금제 제공 여부 또는 별도의 REC 구매 가능여부에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규제 전력시장에서는 자가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 및 직접 생산, 전력회사의 녹색전력 요금제 선택 및 별도의 REC 구매 인증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이행한다.

반면 경쟁적 전력시장은 발전부문이 송 · 배전부문과 분리되고 도매 수준에서 다수의 발전사업자가 발전입찰을 통해 경쟁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완전 자유화된 전력시장은 전기소비자에게 전기판매사업자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판매자 선택권(Retail Choice)을 제공하기 때문에 소매 수준에서의 판매사업자 간 경쟁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경쟁적 전력시장에서는 규제 전력시장에서 이용가능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이행수단 외에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직접 구매계약을 포함한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상품의 구현 및 경쟁이 가능하다.

나.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 비교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은 재생에너지 전력의 물리적 공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가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이용한 직접 생산 이외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는 실질적으로 재무적 계약의 형태로 구현된다.

한편 REC 구매는 전력구매와 결합 또는 별도 거래가 가능하지만 REC 추적시스템(REC Tracking System)을 통한 확실한 소유권 증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이행수단의 선택은 해당 국가 및 지역의 전력시장구조와 규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됨을 유의해야 한다.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전력구매 이행 수단의 특징을 요약 · 비교하면 표 1과 같다.

❸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가.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현황

다수의 해외 주요 기업들은 이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수립과 이를 위한 다양한 이행 노력을 실현하고 있는 반면,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린피스(Green Peace)에서 실시한 2017년 주요 IT기업의 친환경 성적표 결과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A등급인 반면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낮은 등급(C~F등급)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주로 재생에너지 관련 항목 특히 재생에너지 구매 정책 부분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린피스는 국내 주요 IT 기업 대부분의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이 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2018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총 발전량 비중은 8.3%로 재생에너지 공급비중 자체가 선진국(독일 35.3%, 미국 17.0%, 영국 33.5%, 일본 17.8%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 또한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RPS) 운영으로 REC 거래시장은 존재하지만 구매대상은 공급의무자(설비용량 500MW 이상의 대규모 발전사업자)로 한정하고있기 때문에 전기소비자의 REC 구매는 현실적으로 불가한 상황이다. 또한 풀(Pool) 형태의 도매전력시장 운영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로 생산된 전력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구조도 성립되어 있지 않다.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모든 발전사업자는 도매전력시장을 통해 전기판매사업자에게만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발전사업자로부터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경로 또한 부재한 상황이다.

물론 ‘소규모 신 · 재생에너지 발전전력 등의 거래에 관한 지침’에서는 예외적으로 1MW 이하 특정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해서는 PPA를 허용하고 있지만 계약 대상은 전기판매사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은 시설 내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직접 설치해 자체적으로 생산·소비하는 것이지만 이 또한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공식적으로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은 부재한 상황이다.

한편 외부 발전사업에 대한 투자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대를 유인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지만 아직 외부 발전사업 결과물을 전기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소비 실적으로 인정하는 국내 기준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이행방안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기업의 자발적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 인정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인증서(Renewable Energy Guarantees of Origin, REGO) 발급을 통해 전기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하고 이를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자발적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참여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범사업에서 REGO 발급을 인정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을요약 ·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❹ 결언

내 ·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확대의 필요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 수립과 이에 대한 이행 노력은 결과적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 확대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국가 수준에서도 중요한 무역규범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효율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방안 마련과 합리적인 이행실적 인정기준의 수립은 국내 산업의 대외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시범사업을 통해 도입을 검토 중인 국내 재생에너지사용 인정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은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현재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에서 검토 중인 대안 외에도 보다 다양한 재생에너지 전력사용 이행수단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할 필요성 또한 존재한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로 인한 재생에너지 보급에서의 높은 추가성(Additivity)은 결과적으로 국내 에너지 전환 목표 달성 가능성 및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비용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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