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산업계 고향집 ‘을지로 전기회관’
전기산업계 고향집 ‘을지로 전기회관’
  • 이훈 기자
  • 승인 2020.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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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부로 전기회관의 수표동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15년 대한전기협회는 가락동으로 사옥을 이전하며 수표동 시대를 마감했지만 보유는 하고 있었다. 53년간의 전기회관 역할을 마무리하는 수표회관을 조명해봤다.

수표회관을 건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1961년 정부는 발 · 송 · 배전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을 목표로 한국전력주식회사를 설립하고 1962년부터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한 전원개발 5개년 계획을 전개했습니다. 급속한 산업발전과 가전기기의 보급 등으로 전력수요가 해마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다시 제한송전이 실시됐으나 이와 때를 같이해 전원개발사업도 활기를 띠면서 전력산업은 새로운 성장 단계로 돌입했습니다. 전력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되자 전기계의 단결됨 힘을 상징하는 전기회관의 건립 문제가 전기인들 간에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수표회관 건립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1964년 대한전기공사협회가 전기회관 설립을 사업계획으로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게됐습니다. 대한전기공사협회는 전기계 인사들과 협의해 서울 중구 수표동에 자리한 한국전력 소유 대지 774㎡약 234평)을 회관 건립 후보지로 잠정 결정했습니다. 이후 한전과 논의 후 1964년 8월 전기 관련 각계 대표로부터 전기회관 추진위원회 동의서에 찬성 날인을 받았으며 같은해 9월 전기회관건립 추진위원회가 결성됐습니다.

수표회관 건립 당시 힘들었던 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막상 사업에 착수하자 대지선정 문제와 재정적 근거가 없는 추진위원회가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때 당시 대한전기협회 설립이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박영준 당시 한국전력 사장의 아이디어였습니다.

1965년 3월 대한전기협회을 설립하고 4월 사업분과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회관 건립사업에 모든 역량을 결집했지만 첫 발걸음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초 건립부지로 선정해둔 서울 중구 수표동 한전 부지가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죠. 급하게 새로운 부지를 선정하는 등 난항을 겪었지만 당초 예정지였던 수표동에 회관 건립을 추진하며 1965년 6월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규모를 확정하고 건축설계를 발주했습니다.

공사비 마련 및 이후 건립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부지 문제는 해결됐지만 공사비 마련이라는 또 다른 숙제가 넘어왔습니다. 협회는 찬조금으로 조달하려 했던 방식에서 공동소유 출자형식의 모금으로 변경했습니다. 9월부터 모금운동을 전개했지만 부진하여 회관 착공은 해를 넘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66년 5월 더 이상의 회관 건립 지연은 물가상승으로 인해 예산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회관 신축공사 입찰을 조속히 실시하고 부족한 자금은 추후 대책을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일사천리로 같은해 6월 입찰, 7월 현대건설과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8월 전기회관 건립공사에 착공했습니다. 회관 건립 대지는 한전과 1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금방 이뤄질 것 같았던 전기인들의 숙원사업인 전기회관 건립은 건축허가발급 일시 중지, 지상철거물의 처리 지연, 인접건물의 피해소송 등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에 본격적인 공사은 10월에야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준공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공사가 더디게 진행됐지만 1967년 7월 대한전기협회는 신축 전기회관으로 사무실을 옮겨 입주했습니다. 착공 후 11개월만에 준공됐으며 8월 준공식을 개최했습니다. 국내 전기계 발전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며 모든 전기인들이 축하했습니다. 회관 1층에는 토마스 에디슨 기념실을 특별히 개설해 에디슨의 위업을 소개하고 추모하는 귀중한 사진들과 백열전등, 최초 설치 영업용 발전소 등 국내외 전기사업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가락동 전기회관 1층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기회관 건립 의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기회관의 건립으로 전기인들의 우의와 단결, 의견 공유를 위한 구심점이 확보됐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기업계의 상호협력으로 설립돼 의미가 더해졌죠. 개관 후 전기회관은 관계 당국과 전기계 업 · 단체에 각종 회의, 세미나 등을 위한 강당 이용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준공식에서 박영준 전기협회 회장이 말한 기념사가 생각납니다. 전기회관이 전기계 각 업 · 단체를 총집결해 유기적인 협조와 단결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나아가 전기계의 발전을 위한 강력한 촉진책을 강구할 수 있는 대화의 보금자리가 돼야 한다고요. 전기업계의 단결을 과시하는 상징과 동시에 우리의 발전을 기약하는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전기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제 저는 전기회관의 역할을 할 수 없지만 뒤에서 묵묵히 전기인들을 응원하겠습니다. 저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후배인 가락동 전기회관에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준비해 멋진 미래를 꿈꾸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저를 찾아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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