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잡아라”
“제2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잡아라”
  • 이승희 기자
  • 승인 2020.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5년 시장규모 182조 원 … 배터리 용량 1.3TWh 확대 中,
2030년 생산 능력 800GWh … 차세대 기술 확보 시장선점 열쇠

최근 전기차 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배터리(이차전지) 시장 선점이 치열하다. 실제 해외시장 조사업체 아이에이치에스(IHS)마켓은 배터리 시장 연평균 성장률을 25%로 추정해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182조 원 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5년 169조 원 시장을 내다보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큰 수준이다.

클로벌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에 따르면 세계에서 생산되는 연간 리튬이온 배터리(LIB) 용량은 2030년 1.3TWh로 지난해 대비 4배 증가한다. 이는 배터리 제조사 50여 개가 발표하고 실제 건설·운영하는 배터리 생산설비 119곳의 용량을 추정한 결과다.

우드맥킨지 관계자는 “전체 생산능력 80%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서도 중국의 생산능력이 2020년 345GWh에서 2030년 800G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CATL은 자국 전기차 시장이 침체되자 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97억 위안(3조 3,700 억 원)을 증자해 배터리 공장 증설에 투자하며 유럽 자동차 시장의 핵심인 독일에도 생산기지와 연구개발센터를 짓는다. 이로 인해 생산능력이 지난해 53GWh에서 2022년 160GWh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셀 → 모듈 → 팩’에서 모듈 단계를 생략한 CTP(Cell To Pack) 기술까지 더하며 경쟁력을 더하고 있다. 유럽 또한 자체 생산에 도전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 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는 16억 달러 (1조 9,000억 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연구개발(R&D)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과 합작해 독일 잘츠기터에 공장을 짓는다. 영국 배터리 제조사 브리티시볼트는 사우스웨일스 지역에 영국 첫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2021년에 착공하고 2023년 준공해 연간 30GWh 규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다.

소형 배터리를 만들던 독일 배터리 제조사 바르타 (Varta)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진출한다. 국내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투자 하면서 세계 기업들에 맞서고 있다. LG화학은 폴란드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초 30GWh에서 연말 60GWh로 확대했으며 미국에선 GM과 손잡고 연간 생산량 30GWh를 웃도는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도 2021년 5세대(Gen5) 배터리를 내놓을 예정이며 헝가리 · 중국 공장에서 증설이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과 헝가리 공장을 건설하며 지난해 말 20GWh 수준 에서 2023년 71GWh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한 · 중 · 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나라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2~3년간 차세대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난 5년 간 한 · 중 · 일 3국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글 로벌 10대 제조사, 출하량 기준)을 살펴보면 한국이 2016년 9.5%에서 올해 34.5%를 기록해 1위로 뛰어 오른 반면, 중국은 올해 감소세로 돌아서서 32.9%로, 일본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올해 26.4%로 각각 줄어들었다.

최근 배터리 시장은 △배터리 단가 하락 △글로벌 합종 연횡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시장 진출(수직 계열화)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생산의 93.8%를 차지하는 한 · 중 · 일 간의 각축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손창우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2~3년이 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으로는 경쟁력 있는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심 경쟁력 을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소재 원천 기술은 한 · 중 · 일 3 국이 박빙을 이루는 만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특허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LCD 분야에서 중국이 특허 수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한 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리튬, 니켈 등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와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확충, 전 · 후방 산업의 전기차 시대 로의 전환 대응, 혁신을 선도하는 생태계 구축 등도 중요한 과제다.

손 연구원은 “최근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면서 “향후 2~3년 내 급격한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산 · 관 · 학의 집중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