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재생에너지원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에서의 문제와 대응
변동성 재생에너지원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에서의 문제와 대응
  • 장길수
  • 승인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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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수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집중 호우, 잦은 태풍, 폭염, 강한 한파의 형태로 우리나라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 기후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고 있는 것처럼 전 세계도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 변화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여러 형태의 에너지 중 사용이 편리한 전기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화석 연료 기반의 전기 생산 방식에서 자연을 활용하는 친환경 발전 방식으로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른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의 변동성 재생 에너지원의 보급 확대는 전력 공급 부분에서의 불확실성을 크게 증가시키며 전력계통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여전히 전기 소비자가 정전 없는 높은 품질의 전기를 원하는 상황이어서, 현 상황의 전력계통을 밀려오는 엄청난 파도를 막아 잔잔한 해안으로 유지해 주는 방파제로 비유할 수 있다. 경험해 왔고 예상이 가능한 파도에 대해서는 방파제 필요 높이를 사전에 계획해 대비할 수 있겠지만 경험 해 보지 않아 예측이 힘든 새로운 형태의 파도라면 방파제를 높이기만 하는 방법 대신 새로운 대응 방법을 강구 해야 한다.

이번 원고에서는 변동성 재생에너지원 증가가 전력계통의 역할 수행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얘기 하고자 한다. (신재생에너지원 보급 과정에서의 입지, 접 속, 안전 문제 등은 다루지 않고 전력계통의 운영과 관련 한 문제점으로 한정했다.) 

전력계통에서의 문제점 

이제 햇빛과 바람에 기반한 신재생에너지원들의 발전 출력 변동성을 추가로 고려해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됐고 정부의 정책에 따라 변동성 전원의 보급 용량이 커지면서 각 운전 조건에서 제어 가능 한 발전기들이 변동성 전원들로 대체되면서 유효전력 조정 능력이 크게 줄어들어 그 난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각 발전기들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유효전력을 전력계통 내의 고장과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잘 공급할 수 있도록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변동하는 전력 수요에 맞도록 발전기를 제어해 전기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어 규 정 주파수를 유지하는 것, 유효전력 전송 과정과 전기 부하들에서 사용되는 무효전력을 공급하고 규정 전압을 유지하는 것, 전력계통 내의 고장 상황에서 발전기가 가진 운동에너지를 제공하거나 전압 변동을 억제할 수 있는 단락용량을 제공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금까지는 모든 발전기가 각각의 특성에 따라 보조 서비스 제공에 참 여했으나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원이 기존 발전원을 대체하면서 보조 서비스 제공 능력이 부족하게 되어 전력계통의 안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유효전력 조정 능력과 보조 서비스 제공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 중 우리나라에서도 경험한 사례는 아래와 같다.

(1) 유효전력의 수요와 공급 불일치

신재생에너지원의 발전량이 그 시점의 전력 수요나 신뢰도 기준에서 정한 최대 발전량을 초과할 경우 발전된 전기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과잉전력을 제한하는 것은 유효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고 전력계통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효율적인 수단인 동시에 각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의 신재생발전량을 줄이는 문제를 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의 설비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이미 경험하고 있는 상황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의 출력 제한을 활용하면서 해당 제한 량에 대한 보상 방법과 공평한 제한 대상 발전기의 선정 방법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도 신재생에너지원에 의해 발전된 전력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그 빈도가 크게 늘어가고 있다. 현재 제주도의 최대 전력 수요가 1,026MW고 최소 전력 수요가 450MW 수준인데, 풍력 발 전 290MW, 태양광365MW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원의 설비 용량이 655MW에 이르고 있다.

제주도 전력계통 주파수를 조정하는 HVDC와 필수 발전기들이 최소 발전을 하더라도 특정 시점에 신재생에너지원의 발전 출력 제한이 필요하고 점점 풍력 발전 출력 제한 횟수와 제한량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 상황은 정부의 3020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58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원 설비가 보급될 육지의 상황을 미리 경험하는 것으로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신재생에너지원 발전 출력 제한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2030년 58GW의 신재생에너지원 설비에 의한 발전량을 크게 제한해야 하고 정책 목표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은 힘들어진다. 

(2) 불확실한 전력 수요 예측과 최대 전력 수요 시점의 변화

국내보다 재생에너지원의 보급 비율이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지난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순환 정전이 발생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이 줄어드는 오후 5시 이후에도 폭염에 따른 냉방기 전력 수요가 계속 유지되면서 전력 공급 능력이 부족하게 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전력을 공급받고 있는데도 발생한 전력 공급 능력 부족 문제여서 발전소 건설 등으로 사전에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독립 전력계통인 우리나라는 이상 기후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예측이 더 정확 해야 한다. 하지만 계통 운영자가 실시간 전력 발전량을 알 수 없는 BTM (Behind-The-Meter) 재생에너지원들이 공급하는 전력 부하는 해당 자원의 공급 능력이 사라질 때 나타나며 이러한 부하의 양은 파악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최대 전력 수요 시점이 변화되기 때문에 날씨에 따른 최대 전력 수요 시점과 최대 수요량을 잘 파악하여 햇볕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경우를 대비한 여유 발전 용량 산정에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갑자기 구름이 끼거나 풍속이 급변하는 경우에도 규정된 주파수와 전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빠른 대응이 가능한 보상 설비를 준비해야 한다.

(3) 전력계통 고장 상황에서의 신재생에너지원 발전 정지 

지난해 8월 9일 영국에서 낙뢰로 발생한 고장을 정상적으로 제거한 후 Hornsea 풍력 단지의 탈락에 의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산불로 인한 송전선로 고장 후 태양광 발전 접속점의 전압 강하 로 1.6GW의 태양광 발전 추가 탈락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30일 새벽 제주도의 154kV 송전선로 중 하나에 낙뢰로 인한 고장이 발생했고 정해진 보호 절차에 의해 정상적으로 고장이 제거됐지만 당시 운전 중이던 160MW의 풍력 발전 중 절반 가까이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3월 28일 신보령 발전기 고장으로 주파수가 떨어지면서 태양광 발전이 추가로 탈락해 주파수 하락폭을 더 크게 만드는 상황도 발생했다. 제주도의 1월 상황은 HVDC에 의해 필요 전력을 육지로부터 더 공급받을 수 있어 큰 문제없이 상황이 종료됐고 육지의 3월 상황은 당시 예비력이 충분해 전력 부하의 탈락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제주도의 해당 상황이 365MW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발전 중인 시간에 발생했다면 추가 탈락에 의해 더 큰 문제로 확대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이후 접속될 신재생에너지원에 대한 접속 기준을 강화해 고장 상황에서도 일정 시간 이상 접속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력계통의 일상적인 고장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이전의 접속 기준에 따라 설치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원은 소급해 개선할 책임이 없으므로 전력계통 운영자와 송배전 회사에서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응 방안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해서 관련 기관에서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계통 운영은 한국 전력거래소가 맡고 전력 설비의 신 · 증설 계획은 송배전 회사인 한전이 담당하고 있어 각 기관은 담당 역무에 해당하는 문제점에만 관심이 있고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대책보다는 특정 문제점의 단기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문제점들이 이미 제주도에서 발생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전체가 당면 하게 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포괄적인 방안을 제주도를 대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1) 전력 부하 확충과 이동, 새로운 지점과의 전력망 연계

제주 지역의 신재생에너지원 발전 출력 과잉에 따른 출력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지에 설치된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저장시스템)의 이전과 추가 설치를 고려 중인데 제주도 내에서의 해결 방안으로 에너지 저장은 효과적이다. 이에 제주의 장기 신재생에너지원 대규모 보급 계획을 고려해 전력 수요를 활용하는 방안이 추가로 필요하다.

우선은 전기차 전환, 천연가스 사용처의 전기화 등 다른 형태로 사용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제주도 내에서의 전력 소비를 늘려야 한다. 특히 제주도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큰 시점과 전력 사용 시점이 유사한 전력 부하(냉방 부하 등)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전기차들 의 급속 충전 설비와 수소의 활용처 개발에 따른 Powerto-Gas 등 전력이 과잉 공급되는 시점으로 전력 수요를 이동시킬 수 있는 전력 부하를 확보하면 그림 1과 같이 신재생발전원 출력이 큰 시점의 출력 제한량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제주 지역의 신재생에너지원 발전 출력 과잉에 따른 출력 제한 문제를 제주도 밖으로 전력을 내보내 해결하는 방법으로 육지와 제주 사이 HVDC 연계선의 역송을 고려 중인데 제주도 신재생에너지원 출력 과잉시 HVDC로 전력을 받아야 하는 전라남도 역시 신재생에너지원의 보급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원에 의한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제주도의 대규모 신재생에너지원이 발전하는 시점에 해당 잉여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역과 연계해 제주도 밖으로 전력을 보내는 방안이 필요하다.

변동성 발전 자원을 다수의 수요 지역이 연계해 공유 활용할 경우 변동성에 따른 전력계통에서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으므로 남해에 해상 풍력 단지 기반의 ‘변동성 재생에너지원 클러스터’를 만들어 기존 HVDC 경로와 다른 전력 수요 지역과 제주도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 신재생에너지원 특성을 고려한 전력계통 보강 방안

변동성이 큰 발전원들의 증가로 전력계통 신뢰도 저하가 예상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한 전력회사의 비용과 노력이 더 크게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변동성의 원인이 되는 전원과 변동성에 영향을 덜 받는 부하를 구분해 해당 특성에 적합한 별도의 전력망을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를 제주 전력계통에 적용하여 보급이 확대되는 전기차 충전소, 데이터 센터 등의 DC 부하들과 태양광 발전과 같은 DC 발전원들이 연계되는 독립적 DC 전력망을 만들고 기존의 교류 전력망과는 조정 가능한 변환 설비로 연계하는 구조의 ‘AC-DC 하이브리드 전력망’을 그림 3과 같이 제안한다.

아울러 제주 전력계통은 154kV 환상 송전망 형태로 구성돼 있고 154kV 송전 선로 어느 지점에서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고장이 제거되기 전까지 모든 변전소는 큰 전압 강하를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대비 가능한 전력계통 고장 상황에도 이전의 접속 기준에 따라 설치된 신재생에너지원들은 탈락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지역의 고장 상황이 다른 지역의 전압 강하를 일으키지 않도록 전력계통을 보강해야 하는데 제시된 방안에서 DC와 접속된 변환 설비를 통해 전압의 보상이 가능하다.

또한 배전망의 BTM 태양광에 의해 공급되는 전력 부하에서의 해당 발전량과 부하량 정보 부재로 인한 문제와 갑자기 발생하는 급격한 신재생에너지원의 출력 변동에 따른 영향 파급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원 접속 규모가 큰 변전소를 무효전력 공급, 유효 관성 등 발전소의 일부 보조 서비스 기능의 제공이 가능하도록 ESS,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 (STATCOM) 등의 추가 설비로 업그레이드한 ‘급전 가능한 허브 변전소’를 제안한다.

이러한 변전소를 통해 변동성 자원들의 영향을 각 변전소 단위에서 대응할 수 있고 그림 4에 나타낸 전력계통운영자의 제한된 급전 지시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전력계통 운용 불확실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맺음말

변동성 재생에너지원의 보급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이에 따른 전력계통에서의 문제점에 대하여 그 원인을 잘 파악하고 피해 비용과 직간접적인 투자 비용을 고려한 포괄적인 해결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제시한 방안은 우리나라의 전력 산업 구조 하에서 누가 할 일이고 필요 인프라 구축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지만 인류의 당면 과제다. 우리 정부가 정한 정책 목표라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 기관의 업무 범 위를 넘어서 과감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특정 지역의 신재생에너지원 개발 환경이 좋을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최대한의 규모로 개발할 수 있어야 하고 전력계통 전문가들은 대규모 변동성 재생에너지원에 의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원 확대가 국민이 동의한 의무라면 정부와 전력회사는 신재생에너지원의 보급 확대에 필수적인 전력계통 인프라를 우선 구축할 책임이 있다.

장길수 고려대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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