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엔 선구자, 기업에겐 동반자’...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
‘기술 개발엔 선구자, 기업에겐 동반자’...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
  • 이훈 기자
  • 승인 202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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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수도권 국가공인시험, 첨단 연구센터 기능 및 역할 강화 위해 설립
스마트변전소 프로세스버스용 지능형 전자장치 개발 및 전기차 충전 국제 표준 선도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은 1976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설립된 이래 전력사업, 전기공업 및 전기응용 분야의 연구개발과 시험을 통해 국내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에 위치한 본원을 비롯해 경기도 안산과 의왕에 분원이 있으며 최근 광주에 광주분원(스마트그리드본부)을 개원했다. 그 중 전기기술과 의료기술을 융합한 첨단 의료기기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국내 전력업계 중소기업의 시험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을 다녀왔다.

국제화 및 세계 일류화 기반 조성 … 국제표준에 적합한 환경, 시험고객 신뢰도 향상
수도권 기업 시험지원 비율 94% … “물류비 등 경비 절감 효과

한국전기연구원은 국내 유일 전기전문 연구기관이자 ISO · IEC에 따른 제3자 독립 시험 및 인증기관으로서 국내 기업은 물론 전 세계 기업에 저압에서 초고압까지 중전기기 제품에 대한 종합적인 시험 · 검사 ·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안산분원(이하 안산분원)은 수도권 지역의 연구개발 인프라 확대 및 국가공인 시험인증 업무 역량 제고를 위해 2007년 3만 2,814m2의 부지에 전체 연면적 1만5,435m2의 규모로 설립됐다. 건물은 지하 1층 및 지상 4층의 연구동 2개와 지하 1층 및 지상 3층의 시험동 2개(24개 시험장)로 구성돼 있다. 조직으로는 전력ICT연구센터, 전기의료기기연구센터, RSS센터, 고전압평가본부 등 현재 123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안산분원 설립 이후 많은 직·간접적 효과가 있었다. 특히 시험인증 분야에서 한국전기연구원은 공인시험기관으로서 국제화 및 세계 일류화 기반을 조성했고 국제표준에 적합한 환경으로 인해 시험고객 신뢰도가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 안산분원은 중전기기 제조업체 제품에 대한 시험인증 업무를 통해 충청 이북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을 지원하는 한편, 신기술 개발에 필요한 경인지역 업체의 시험설비 공동 이용 및 국제 표준 정보제공 업무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동준 안산분원장은 “KERI 전체 시험 실적 중에 전력업계 수도권 기업의 시험인증 건수가 무려 73%나 차지한다”며 “특히 안산분원에서 수행한 시험인증 건수만 분석하면 수도권 기업 시험지원 비율이 94%를 점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산분원으로 인해 수도권 기업들이 창원본원까지 가야하는 물류비, 인건비, 개발 시간 등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전기기 고전압시험장

안산분원의 시험인증을 맡고 있는 고전압평가본부는 절연 시험, 온도상승 시험, 피뢰기 시험, EMC 시험, 케이블 및 접속재 시험 등을 수행한다. 실제 시험평가동에서는 낙뢰와 같은 환경에 대한 시험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다양한 시험을 진행 중인 변압기와 변성기 등 중소기업 제품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이 분원장은 “전력 송전 및 배전에 널리 사용되는 중전기기들은 국제 표준에 따라 지정된 연속 운전 조건과 극한의 환경 조건들에 견딜 수 있어야 한다”며 “안산분원에서 이루어지는 시험들은 온도상승 시험을 포함해 절연 성능 등 제품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동반자로서의 역할도 크게 펼치고 있다. 실례로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가 북미에 대용량 충전기 수출을 추진하는 과정 중 발주처에서 추가적인 전자기적합성(EMC) 시험 검증을 요구해 그동안 국내에서 필요하지 않은 시험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안산분원에서 발 벗고 나서 시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제출해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세계단락시험협의체 ‘STL’ 가입 … Complete Cetificate 연구원 내 첫 발행
시험수수료 할인 및 유예 … 언택트 서비스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 中

특히 한국전기연구원은 세계 전력기기 산업계에서 독보적 권위를 가진 시험인증 분야 협의체인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의 정회원이다.

이 분원장은 “STL 정회원은 시험 인프라와 기술,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 모두가 최고 수준이어야 될 수 있을 정도로 자격 획득의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고 전했다.

일례로 2003년도에 준회원에서 정회원으로 승격된 일본 JSTC의 경우도 예비회원에서 정회원이 되는데 약 13년이 소요된 바 있다. 그동안 STL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소수 기술 선진국들만이 설립하고 운영해 왔는데 한국전기연구원이 8년의 노력 끝에 2011년에 10번째로 회원가입에 성공했다.

이 분원장은 “중동 및 동남아 등 유수의 전력기관들은 제품 납품시에 STL 시험인증서를 대부분 요구하고 있다”며 “2015년 안산분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Complete Certificate(완료 증명서)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원의 STL 정회원 가입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험료 절감이라는 직접적인 이익은 물론, 이제는 외국 기업들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시험수수료를 할인하거나 유예해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 분원장은 “수수료 감액에 따른 기업지원 효과는 총 8억 원 규모에 해당한다”며 “자금 압박이 심각한 국내 기업들의 경영악화 해소를 돕기 위해 2년 이상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연간 수수료의 50%만 선납하고 인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로 수출길이 막힌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을 위한 ‘비대면 입회시험 서비스’도 실시했다. 기업이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해당 국가 전력청 직원의 입회하에 전기연구원과 같은 공인시험인증기관에서 시험 성적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로 인해 해외 입회자(상대국 전력청 직원)의 국내 방문이 어려워 업체들이 제때 시험을 받고 물품을 수출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입회자의 방문 없이 실시간 온라인 영상을 통해 전력기기 물품 점검부터 시험 결과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분원장은 “해외 입회자는 시험 과정과 시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며 “실제 국내 업체들이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차질 없는 수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기기 업체가 비대면으로 변압기 시험을 받고 성적서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1년에 2~4회 진행되던 시험인증 기술교육을 온라인 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분원장은 “기업들이 체류비용 등 비용 절감 효과를 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비대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안산분원은 시험인증기관의 역할은 물론 의료기기와 전력ICT 연구개발에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사용자 친화형 무선통신 융합 스마트 보청기’ , ‘수요자 맞춤형 인공지능 청각보조 의료기기’ , ‘유방암 조기 진단용 3차원 DBT/DOT 융합영상 및 자동병변 검출시스템’ , ‘암 치료용 형광복강경 시스템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연구원에서 개발한 스마트변전소 프로세스버스용 지능형 전자장치(IED)를 설명하고 있다.

전력ICT 분야에서는 최근 스마트변전소 프로세스버스용 지능형 전자장치(IED)를 개발했다. 주요 기술로는 ‘디지털 통합 데이터 생성장치(KMU100, KERI Merging Unit)’ , ‘고신뢰 네트워크 장치(KRB200, KERI Red Box)’가 있다. 시스템반도체 IP 설계부터 모듈화 통합 장치까지 모두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성과다.

국제전기차충전기술협의체 ‘차린’과 MOU 체결 … 2021년 대규모 국제 시험 행사 개최
“선제적 인프라 구축 통해 배전분야 국제시험인증기관으로 역할 다할 것”

또한 안산분원은 전기차 급속충전 상호운용성을 위한 국제규격 표준화 및 적합성 프로세스 제정을 직접 주도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급속충전 시장에서는 국가기술표준원의 권장사항으로 콤보(Combo) 타입이 사용되어 충전 인프라의 외형적 호환성은 준수되고 있다. 하지만 통신 및 충전 시퀀스 관련 소프트웨어적 호환성 문제로 인해 충전 에러가 다수 발생해 사용자가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는 충전 관련 국제표준이 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간 표준에 대한 해석이 다르거나 혹은 표준이 불완전해 발생하는 것으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더욱더 큰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안산분원에서 2018년부터 매년 국내 테스티벌(Test+Festival)을 개최하며 전기차 및 충전기 제조사 간 상호 호환성 교차검증 시험을 진행해 20개 이상의 기술적 이슈(호환성 문제로 인한 충전 장애)를 발견했다. 또한 국제표준(IEC)에 근거한 시험자료를 활용해 각종 문제의 주요 원인을 파악함으로써 공통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 안산분원에서는 EV 상호 운용성 테스티벌이 개최됐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8월 국제전기차충전기술협의체인 ‘차린(CharIN, Charging INterface Initiative e.V.)’과 MOU를 체결하고 전기차의 급속충전 시 발생하는 오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 시험 행사 ‘테스티벌’을 2021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차린은 배터리로 구동되는 모든 종류의 전기차 충전시스템의 국제 표준 개발을 촉진하고 이에 적합한 시험인증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국제 민간 기술협의체다. 현재 포드 · 현대기아 · BMW · 다임러벤츠 · 폭스바겐 · GM · 혼다 등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제조 대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기 관련 대부분의 업체들이 차린의 핵심 멤버로 참여할 만큼 전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분원장은 “전력ICT 분야에서는 미래형 전기자동차 핵심기술, AI기반 전기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등을 연구하고, 전기의료기기 분야에서는 AI 및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시험인증 부문에서는 친환경/융복합 기기 시험인증 기술 개발과 선제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배전분야 국제시험인증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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