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발표에도 계속되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논란
감사원 발표에도 계속되는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논란
  • 이훈 기자
  • 승인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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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경제성 낮게 평가” … 안전성 · 지역수용성 배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재가동 없다”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논란이 지난달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로 일단락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경제성에 대한 평가 결과만 내렸을 뿐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 특히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이 개입해 문서를 삭제하는 등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015년, 10년간 계속운전 승인 … 안전성 대폭 높여
2018년, 조기폐쇄 결정 … 경제성 판단 기준 논란

2015년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의 10년간 계속운전을 승인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같은해 4월 발전을 멈춘 이래 946일만에 전력생산을 재개한 바 있다.

특히 월성1호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많은 후속대책을 완료, 안전성을 대폭 높였다. 핵심설비인 압력관(경수로의 원자로에 해당)을 포함한 노후 설비 대부분을 교체했으며 삼중의 비상전원 공급수단이 이미 있음에도 이동형 발전차도 추가로 구비했다. 아울러 전원 없이도 작동 가능한 수소제거설비, 만일의 사고 시 방사성물질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격납건물 여과배기계통까지 설치하는 등 대규모 설비 개선을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2018년 7월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키로 결정했다.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1호기에 이은 두 번째 폐쇄 조치로 가압중수로(Pressurized Heavy Water Reactor, PHWR)인 월성1호기(678.7MW)의 경우 설계수명이 30년으로 당초 기한은 2012년 11월 20일이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지난해 12월 24일 112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월성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시기나 주체에 따라 엇갈린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정유섭 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산업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 등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연 뒤 경제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가정들이 대거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정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8년 3월 월성1호기의 계속가동 이익을 3,707억 원으로 자체 분석했다. 같은해 5월 삼덕회계법인은 한수원에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 초안을 제출했다. 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80억 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멈추면 398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월성1호기 계속 가동과 중단에 따른 손실액을 합쳐 1,778억 원의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같은 달 산업부·한수원과의 회의 이후 작성한 최종보고서에서는 224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한수원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경제성 평가조작에 대해 기준을 현실화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삼덕회계법인은 2001~2017년 월성1호기 평균 이용률(실제 발전량을 발전 가능량으로 나눈 값) 79.5%를 근거로 이용률을 70%로 가정했고 생산전력 판매단가는 2017년과 같은 kWh당 60.76원으로 잡았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월성1호기 이용률을 70%보다 10% 낮은 60%로, 판매단가도 한국전력 구매계획기준에 따라 2022년 기준 48.78원으로 수정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월성1호기 관련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양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취합한 자료를 분석해 월성원전은 지난 2007~2017년까지 적게는 700억 원에서 많게는 1,600억 원가량 손해를 보면서 운행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연도별 적자 폭을 살펴보면 △2008년 709억 8,724만 원 △2009년 716억 7,064만 원 △2011년 1,572억 8,145만 원 △2012년 1,124억 8,896만 원 △2015년 847억 9,013만 원 △2016년 904억 6,797만 원 △2017년 1,451억 9,912만 원 등이다.

발전단가도 판매단가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단가는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을 말한다. 판매단가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업자로부터 구매한 전력을 전기 소비자에게 판매한 단위당 가격이다.

월성원전 1호기의 연도별 발전단가는 △2008년 53.55원(kWh) △2009년 94.39원(kWh) △2011년 95.03원(kWh) △2012년 67.59원(kWh) △2015년 90.77원(kWh) △2016년 98.29원(kWh) △2017년 122.82원(kWh) 등이며, 판매단가(원전 평균)는 △2008년 39.02원 △2009년 35.56원 △2011년 39.28원 △2015년 63.06원 △2016년 69.02원 △2017년 60.68원 등이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논란은 세 번의 감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해 법정 기한을 넘기도록 발표되지 못했다. 이에 21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월성1호기 감사 결과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는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과 관련해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 저항이 굉장히 많았다”며 “감사 과정에서 밝혀낸 사실에 의하면 산업부 관계자들이 자료를 거의 삭제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감사원 “원전 계속가동 명시적인 규정 필요”
“안전성 · 지역수용성 등 감사범위 제외 … 종합적 판단 한계

최 감사원장의 발언 이후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한수원은 전기판매량을 산정할 당시 월성1호기 이용률을 낮춰 60%로 적용했으나 판매단가를 산정할 때는 전체 원전 이용률 84%를 낮추지 않고 적용했다”며 “실제 경제성 평가 시 적용된 한수원 전망단가의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됨에도 회계법인은 이를 보정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낮게 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수원은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되는 월성본부나 월성1발전소의 인건비, 수선비 등을 적정치보다 과다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며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원전의 계속가동 평가기준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감사원은 “원전의 계속가동에 대한 경제성 평가 시 판매단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 입력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경제성 평가결과에 많은 차이가 발생한다”며 “표준지침은 있으나 원전의 계속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는 적용할 수 잇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원전 계속가동과 관련된 경제성 평가에서 합리적인 평가기준을 설정하는 등 경제성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월성1호기 조기폐쇄의 타당성과 관련에서는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며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이번 감사 결과에서 산업부 직원이 자료를 삭제하는 등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2018년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을 결정했다. 이에 한수원은 즉시 가동중단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 감사원은 백 전 장관에게는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는 주의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월성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하거나 삭제한 공무원에게는 징계를 요구했다.

산업부는 “회계법인과 한수원의 요청으로 해당 과정에 참석한 것이며 해당 과정에서 원전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였을 뿐 구체적으로 특정 변수를 바꾸라 부적정하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세부 쟁점 사항에 대한 추가 검토를 거쳐 감사 재심청구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월성1호기 재가동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경제성 평가 조작은 없었으나 문서 삭제 건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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