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안정화로 해상풍력 강국 꿈 이룬다
공급망 안정화로 해상풍력 강국 꿈 이룬다
  • 박윤석
  • 승인 2020.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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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석 일렉트릭파워 기자

 

 

정부가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시장 몸집 키우기에 나섬에 따라 기자재인 풍력터빈 공급을 놓고 제조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풍력터빈은 수천 개에 달하는 부품들로 구성돼 있어 관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풍력산업 가운데 핵심 분야로 꼽힌다.

정부는 주민수용성 확대와 입지발굴 등의 시장 확대 방안을 통해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운 가운데 국내 풍력터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여기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부유식해상풍력도 포함돼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88MW 정도 설치된 부유식해상풍력은 이제 막 기술 안정화 검증을 마치고 풍력터빈·부유체·계류시스템·해저케이블 등의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살피는 과도기 단계라 우리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그룹에 올라있어 부유식해상풍력 서플라이체인 구축에 유리한 입장이다.

해상과 육상으로 구분되는 풍력터빈의 가장 큰 차이는 개발단계에서 이뤄지는 구조해석 작업이다. 해상풍력터빈의 경우 파도·조류 등의 외부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유체역학을 적용한 구조해석 설계가 필수다. 여기에 특수코팅 처리와 상위 방수등급 부품 등이 사용되는 게 차이점이다. 해상풍력터빈 가격이 육상용에 비해 2배 가량 비싼 이유는 부품 차이도 있지만 개발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이 몇 배나 많기 때문이다.

해상풍력터빈의 설비용량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가운데 개발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설비용량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이유는 에너지생산량을 높여 LCOE(균등화발전비 용)를 낮추려는 시장요구에서 찾을 수 있다.

해상풍력터빈 수주 5파전 본격화

현재 국내에 건설된 풍력단지는 총 1.5GW 규모다. 이 가운데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단지는 △탐라(30MW) △서남권 실증단지(60MW) △영광 일부(34.5MW) 등 3곳에 불과하다.

건설예정인 해상풍력단지는 총 25.5GW 규모로 정부가 2030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목표량의 2배가 넘는다. 여기에는 부유식해상풍력 7GW도 포함돼 있다. 이미 4GW 규모 사업이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가운데 70% 정도가 전남지역에 몰려 있다.

현재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 풍력터빈 공급이 가능한 제조업체는 두산중공업·유니슨·지멘스가메사·MHI베스타스·GE 정도로 압축된다.

두산중공업은 상용화 모델인 5.56MW 해상풍력터빈에 이어 2022년 개발 완료할 8MW급 풍력터빈을 중심으로 수주 경쟁에 대비할 계획이다. 이미 30기의 해상풍력터빈을 설치한 실적이 가장 큰 강점이다. 국내에 건설된 해상풍력단지에 해상용 KS인증을 받은 풍력터빈을 공급한 기업은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유니슨은 육해상공용으로 개발한 4MW급 풍력터빈에 이어 5MW 부유식 해상풍력터빈을 개발 중이다. 2025년 개발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풍력터빈 제조업체들은 세계 시장점유율 상위권에 올라있는 기업들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조사한 지난해 해상풍력터빈 신규 공급실적은 △지멘스가메사 2.7GW △MHI베스타스 0.8GW △GE 0.3GW로 나타났다. 3개 기업이 2019년 한 해 동안 설치한 해상풍력터빈 설비용량이 우리나라 전체 풍력설비의 2.5배에 달한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지멘스가메사는 8MW와 11MW급 상용화에 이어 14MW급 해상풍력터빈을 개발 중이다. 11MW급 모델의 경우 국내 환경에 맞도록 저풍속용으로 설계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MHI베스타스는 4.2MW를 비롯해 8MW, 9.5MW, 10MW 등 다양한 해상풍력터빈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GE는 6MW급 공급에 이어 12MW급 해상풍력터빈 프로토타입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풍력터빈 선정 놓고 이해충돌 우려

국내에서 추진되는 해상풍력 프로젝트 상당수는 발전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형태다. 결국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성을 확보해야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해상풍력의 경우 육상풍력에 비해 유지보수 접근에 어려움이 있어 풍력터빈 품질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체 운영기간 20년 동안 발생하는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의 경우 출자하는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해 비용적정성과 국내산업 기여도를 사전에 검토받도록 돼 있어 국산 기자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달리 민간기업은 제안서 비교 검토를 통해 경제성이 우수한 기자재를 선호한다. 풍력터빈 선정을 놓고 발전공기업과 민간기업 사이에 입장 차가 발생할 경우 사업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이와 같은 우려스러운 상황이 현재 추진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발생하고 있어 향후 발전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미묘한 이해충돌이 해상풍력 개발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발전공기업에서 시행하는 해상풍력터빈 입찰 시 부품 국산화비율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라 풍력터빈 수주 경쟁에서 국내기업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산점 부여가 자칫 사업자 선택의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준 마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해상풍력 연관 산업에 눈 돌려야

해상풍력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풍력터빈 △기초구조물 △계통연계 △사전 개발비 △금융 등이 주요 비중을 차지한다.

프로젝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상풍력 개발비용에서 풍력터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내외다. 풍력터빈 비중이 50%를 넘나드는 육상풍력과 달리 해상풍력은 기초구조물·해저케이블·사업성분석·시공·금융 등 기자 재 이외 부문의 비중이 상당하다. 그만큼 연관 산업 육성을 통한 비즈니스 창출 기회가 많은 셈이다.

풍력터빈 국산 브랜드가 있을 경우 해상풍력 활성화에 유리할 수는 있지만 필요조건은 아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강국 영국은 풍력터빈 브랜드 없이도 지금까지 10GW에 육박하는 해상풍력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해상풍력을 2030년까지 기존 30GW에서 40GW로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은 해상풍력산업 서플라이체인을 자국 기업만으로 구축하기 보단 글로벌 협업을 통한 산업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영국의 해상풍력 공급망은 블레이드·발전기·제어시스템·해저케이블·베어링·기초구조물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구축돼 있다. 이같은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 확보는 기술개발과 비용절감으로 이어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개방적인 산업구조 덕분에 해외기업이 투자한 제조시설과 운영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선순환구조도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영국에는 풍력터빈과 개발·운영 분야에서 각각 세계 해상풍력 1위에 올라있 는 지멘스가메사와 오스테드가 진출해 블레이드 제조공장과 운영센터를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 기업 씨에스윈드도 영국 캠벨타운에 풍력터빈 타워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보다 해상풍력 개발에 늦게 뛰어든 대만도 다수의 해외 기업을 유치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산화하는 명분아래 풍력터빈에 집중돼 있는 관심을 다양한 연관 산업분야로 넓혀야 우리나라 해상풍력산업이 건전한 경쟁체계를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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