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고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고
  • 박지식
  • 승인 202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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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식 (사)한국스마트에너지협회 회장

국내 스마트그리드는 2009년 제주도 실증사업으로 시작됐다. 스마트그리드는 여러 시스템이 모여 이루어지는 시스템 복합체계 즉, 메타시스템이므로 구성품 또는 특정 시스템의 성능보다는 메타시스템의 작동 및 성능을 우선시하는 시스템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는 시스템 구성 개체 및 시스템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스템에서 원활한 소통이란 사용하는 언어와 의미가 전달되고 이해돼 최종적으로 원하는 동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상호운용성 확보의 목적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시스템전문가, 정보전문가, 통신전문가들의 협업을 요구하는데 국제표준기구인 IEC(국제전기기술위원회)에서는 SMB(표준화관리이사회)의 SG3(스마트그리드전략그룹)가 활동을 주도했다. 2014년 IEC의 SMB/SG3는 역할이 완료됨에 따라 스마트에너지시스템 위원회(SyC Smart Energy)로 변신해 스마트시티의 에너지 인프라로 분류되는 전기, 열, 가스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시스템 수준의 표준화, 스마트그리드 및 스마트에너지 표준개발그룹 간 조정 및 지침 제공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정부는 ‘에너지신산업’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후 변화 대응, 미래 에너지 개발, 에너지 안보, 수요관리 등 각종 에너지 분야 주요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문제 해결형산업’으로 정의하고, 스마트그리드 연구개발 및 실증을 통해 확보된 수요관리, 전기차 충전기, ESS 등의 기술·제품과 시스템을 다수 포함하는 사업화를 지원해 왔다.

산업의 수명주기는 도입기,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 쇠퇴기를 경험하는 큰 사이클을 그린다. 원자력,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존 에너지 시스템을 풍력, 태양력, 연료전지 같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에너지 공급으로 대체한다는 개념의 ‘에너지전환’은 성장기를 준비 중인 에너지신산업에 큰 추진동력을 제공한다.

에너지전환은 1980년 독일 생태연구소에서 발간한 ‘에너지 전환-석유와 우라늄이 없는 성장과 번영’에 처음 소개됐다. 지금부터 40년 전에 도입된 개념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이동성으로 불리는 디지털 기술 덕분에 실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 또한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연계되는 산업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에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신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적 심화도 중요한 요소지만 표준 및 시험·인증체계 보완, 그리고 관련 법·제도 정비를 통한 산업생태계 개선과 소비자 수용성 향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표준, 시험·인증 및 관련 법·제도 개선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관련 분야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토론과 대화를 통한 집단 지성의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기술과 제품 중심에서 시스템 중심 사고로 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 많으며 시행 착오의 가능성도 적지 않아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과 산업계의 노력은 물론, 산업계 내부에서도 균형감 있게 경쟁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산업계의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해결방안 제시 등 민간부문의 참여와 활동 확대가 더욱 요구된다. 과거 성공방식에 머무르기보다는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선순환 구조로 만들고 그 결과를 공유할 수 있는 상호 협력 플랫폼이 필요하다.

전문가들과 산업현장의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대화하고 고민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은 현재의 한국스마트에너지협회 창립으로 연결됐다. 협회는 신·재생에너지의 선진국인 독일이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을 벤치마킹하며 VDE(독일전기전자정보통신기술자협회)와 협력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에너지전환의 개념을 접하게 됐다. 이후 협력과 상생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지난해 9월 ‘에너지 디지털 전환 포럼’을 발족시켰다.

한국스마트에너지협회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 전환생태계 조성을 위해 집단 지성의 효과가 창출되도록 개방형 혁신의 장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협회의 노력이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에너지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개방과 협업을 통해 상생의 가치 실현’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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