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시대, 석탄화력발전소 고용불안 문제 본격화
에너지전환시대, 석탄화력발전소 고용불안 문제 본격화
  • 이훈 기자
  • 승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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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4년까지 총 30기 석탄화력 폐지 … 1만 명 이상 영향
‘정의로운 전환’ 및 한전 · 발전5개사 통합 등 대안 제시

정부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을 과감하게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2034년까지 총 30기의 석탄화력이 폐쇄된다. 특히 사업자 의향에 따라 가동 후 30년이 도래된 석탄발전기는 모두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보령화력 1 · 2호기 조기 폐쇄 시 지역 경제 위축
“LNG발전소 확대 시, 비정규직 노동자 일할 공간 없어”

발전 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에는 2019년 기준 약 2만 2,876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공연구원 소속 구준모 연구위원은 “정부 계획대로 2034년까지 30호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경우 1만명 이상의 노동자 및 가족, 그리고 지역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보령화력 1 · 2호기 조기 폐쇄 시 보령지역의 소비와 생산, 고용 등이 크게 위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화력 단계적 폐쇄 2차연도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보령화력 1 · 2호기가 폐쇄되면 충남 보령에서 소비지출 80억 원, 생산유발 효과 96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51억 원, 고용 154명이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탄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로 발전량이 감소함에 따라 지역자원시설세와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도 줄어든다.
화력발전소 수명 25년 기준 폐쇄 시 당진과 보령, 태안에 배분되는 지역자원시설세는 2018년 각각 70억 원, 72억 원, 75억 원에서 2030년 41억 원, 36억 원, 38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발전소 반경 5km 내 읍 · 면 · 동 마을 주민들을 지원하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금도 발전량이 줄어들면서 2030년에는 현재의 절반 수준(106억 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탄화력 폐쇄 대체 방안으로 LNG발전 전환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가스발전, 위험한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노후 석탄화력발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좌초자산 손실액이 2060년에 약 74조 원에 달한다. 좌초자산이란 시장 환경의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의미한다.

특히 자회사(청소 · 경비 · 시설), 경상정비, 연료 · 환경설비 운전 1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태성 발전 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정부가 LNG발전소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하청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발전노조 “발전사 통합으로 양질의 일자리 지켜야”
에너지전환 고용보장법 · 한전 및 발전 자회사 통합 등 필요

발전5개사 노조위원장들은 탈석탄 정책으로 대두되는 발전노동자의 고용문제 해결책으로 발전사 통합을 제안했다.

유승재 서부발전 노조위원장은 “한국전력공사 민영화 저지과정에서 5개의 발전사로 분사됐다”며 “서로 경쟁하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한 발전사만이라도 하나로 통합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탈석탄 정책에 따른 고용 정책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토론회’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산업전환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전환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노동자에게도 바람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준모 연구의원은 “중단기 전원대체 계획이 없고 에너지 믹스 목표설정도 부재해 탈원전 및 탈석탄, 재생에너지 확대는 고용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 정부는 에너지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극히 노동배제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의로운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전환 고용보장법이 필요하다”며 의견을 피력했다.

안현효 대구대학교 교수도 발전5개사 노조위원장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했다. 안 교수는 “발전 공기업에서 에너지전환과 관련된 일자리 전망 자료는 부재하다”며 발전 자회사와 한전의 재통합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안 교수는 “수직재통합이 한전의 적자 해소 등에 기여하고 연료도입 등에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충분하다”며 “발전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에너지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통합 전력공기업의 자율경영과 효율성 추구, 공기업으로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동이사제 도입과 공기업 평가방식의 개선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도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장은 “적정한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서는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각 직무의 정확한 분석을 통해 인력의 수급상황들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술이나 직무의 수급 상황에 대한 분석은 기업뿐 아니라 노조 참여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산업부 전력산업과 팀장은 “산업부도 인지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큰 틀에서 석탄발전 감축에도 관련 산업과 지역생태계가 위축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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