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뉴딜 추진배경과 해외 사례
그린 뉴딜 추진배경과 해외 사례
  • 오형나 경희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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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의 논쟁을 거쳐 지난해 EU가 그린 딜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그린 뉴딜이 지구온난화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핵심 전략으로 고려되는 글로벌 정책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 9월 ‘206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그린 뉴딜의 지지자로 알려진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그린 뉴딜’ 채택 추이가 탄력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7월 발표된 코로나19 회복전략인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을 포함시킨 바 있다.

한국판 뉴딜을 포함한 다양한 ‘뉴딜’정책의 핵심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회경제적 대전환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그린 뉴딜정책이 글로벌 대세로 받아들여지게 된 사회경제적 배경을 살펴본 후,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추진되고 있는 EU 그린 딜과 미국 민주당과 바이든 당선자가 대선기간 중 발표한 그린 뉴딜안을 요약해보고자 한다.

❶ 그린 뉴딜 추진 배경

제1차 세계 대전 종식 이후 지속된 대공항 속에서 취임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정부가 대규모 정부재원을 동원해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 정책이 바로 ‘뉴딜(New Deal)’정책이다. 주식시장 상황과 물가수준을 포함해 차이점은 존재하지만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이 1930년대 초 경제공항의 전조가 보이던 시기와 유사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당수 국가에서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공장자동화가 진행되며 일자리 위기가 시작됐다. 양질의 일자리 손실로 중산층이 줄어들자 선진국·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소득분배 악화와 내수위축을
경험하고 있으며 시장확보를 위한 국가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배경이 됐다. 코로나19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글로벌 경제전망이 밝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현재의 20대가 유사 이래 부모 세대보다 평균소득이 낮은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9년 세계경제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2020년 초 인류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더믹 사태로 세계경제는 이전보다 더 깊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었다. OECD는 2020년 세계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4.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OECD, 2020).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EU를 탈퇴한 영국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세계평균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며 그 여파는 적어도 향후 2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인 슘페터(Schumpeter, 1939)에 따르면 경기침체기는 생산성 제고가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경기침체기에 투자의 기회비용이 낮아져 연구개발투자가 증가하고 연구개발투자가 생산성 제고나 신제품 출시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다시 탄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규모 재정을 동원해 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아니라 효율적 자원분배를 왜곡해 경기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경기변동 양상을 보면 Schumpeter의 주장과는 달리 경기침체기에 민간의 연구개발투자도 위축되며 정부개입 없이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거나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김태봉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0).

김태봉 교수가 지적하고 있듯, 연구개발 투자가 경제성장에 결정적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투자 없이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위축된 민간투자를 대신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신성장동력이 될만한 산업과 기술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된 것이다.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관건은 어떤 산업과 기술에 어느 규모의 재원을 투자할 것인가다.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디지털 기술과 온실가스 저감 또는 환경친화적 기술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기술이 활용된 산업의 성장률과 일자리 창출 수준이 전체 산업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 생산부문, 친환경 배터리를 포함한 관련 소부장 생산부문 등의 저탄소 산업부문과 자원의 효율적 이용, 재이용·재활용에 관련된 부문은 향후 시장 전망이 낙관적이며 일자리 창출계수 역시 전통 산업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탄소와 순환경제 관련 기술과 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은 성장동력 확보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글로벌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있는 대응이라는 점에서 실리와 명분이 확보될 가능성이 크다.
저탄소 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예상하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지표면의 온도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기후위협이 목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Special Report on Global Warming of 1.5°C)’는 당면한 기후위기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이 보고서를 통해 과학자들은 지표면 온도가 2°C 이상 상승하면 자연 서식지와 생물다양성이 훼손되고 빙하가 감소하며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구에서 기후변화를 멈추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
구온난화를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이 즉각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일례로 유엔사무총장은 2020년 4월 지구의 날에 발표한 연설문에서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탄소집약적 경제(Grey)’로 부터 ‘저탄소 경제(Green Economy)’로의 전환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할 것을 요청했다. 이러한 위기인식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응답은‘그린 뉴딜’과 ‘2050 넷제로’선언이다.

❷ EU 그린 딜

EU의 그린 딜은 2020년판 그린 뉴딜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평가된다. EU가 그린 딜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크게 네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EU 역내에서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배출의 탈동조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으나 2018년 IPCC가 요청한 1.5°C 기후변화 목표에 맞추기 위해 보다 강력한 저감활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EU는 ‘2050년 기후중립’을 선언하고 이 목표에 맞춰 2030년 EU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EU 그린 딜’에 포함시켜 추진할 계획이다.

두 번째 계기는 새로운 성장전략의 필요성이다. 코로나19 팬더믹이 발생한 후 EU 회원국 대부분이 세계 평균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마이너스 성장과 일자리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이전의 경제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EU는 경제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근본적인 구조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성장전략으로 그린 딜을 추진할 계획이다.

성장전략의 핵심은 EU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저탄소 부문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제도개혁과 금융·재정지원을 통해 대규모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디지털 전환을 통해 EU 경제 전반을 현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는 그린 뉴딜을 통한 EU의 글로벌 위상 제고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간 EU는 기후변화 이슈에 관한 한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공고히 해왔다. 2020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조기 달성하는가 하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함으로써 Net-zero를 글로벌 아젠다로 제기하는 등 기후변화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을 누르고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바 있다.  EU는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기후행동을 실행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고 언급한 바있다.

탄소국경세가 EU 그린 딜에 포함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탄소 국경세 이외에 국제표준화가 언급된 환경정책은 탄소중립, 순환경제 관련 표준(국제기구를 통해 EU의 플라스틱, 전기전자제품, 섬유 등에 대한 재활용 및 재이용 규정) 등이다.

마지막으로 EU 그린 딜은 영국의 Brexit로 위기에 처한 EU 통합정책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EU는 통합 후 불균등 성장의 정도가 커지면서 통합에 균열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리스 재정위기와 영국의 EU 탈퇴가 대표적인 징후다. EU 그린 딜에 포함된 사회통합 정책과 ‘정의로운 전환 메카니즘(Just Transition Mechanism)’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된 회원국에 대한 금융지원과 기술지원을 제공함으로써 EU 통합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그린 딜 추진을 계기로 EU 단일시장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중요한 변화로 보인다.

EU의 경제동력이 통합을 통해 형성된 단일 시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상품, 서비스, 통화, 인력의 EU 내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됐다. EU 그린 딜에는 그간 시장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에너지, 교통, 데이터, 금융부문의 역내 통합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기후변화, 환경, 이민 문제 등 당면한 이슈에 대한 EU 차원의 정책동맹을 공고히 할 재정지원이 예산안에 반영돼 있다.

특히 EU 그린 딜 예산으로 7년 장기재정안(MFF)과 ‘차세대 EU’이라는 EU 공동 재정을 확보함으로써 EU 차원의 실질적인 정책추진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로 보인다. 이처럼 다양한 계기를 가지고 출발한 EU 그린 딜은 지난해 7월 EU 의회가 7년간의 장기재정과 ‘차세대 EU 기금’을 합해 총 1조 8,243억 유로 규모의 수정 예산안을 채택함으로써 실행의 8부선을 넘어섰다.

의회 승인 이후 그린 딜 세부 사항에 대한 회원국 실무진간 조정이 진행 중에 있으며 매달 새로운 행동계획과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EU는 오는 7월까지 EU 그린 딜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린 딜이 다루고 있는 정책을 짧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상향 조정과 추가적인 감축수단 탐색;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와 전기생산의 탈탄소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 부문의 그린 전환 △수소에너지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선언한 그린 수소정책 △저탄소·순환경제·디지털 기술 융합을 통해 EU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는 산업정책 △규제와 플라스틱세로 대표되는 순환경제 강화 정책 △도로용 차량 대신 철도와 육상수로를 확대하고, 도로용 차량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체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EU 차원의 통합시스템을 지향하는 지능형 그린 모빌리티 전략 △공공과 민간 건물의 리노베이션 확대와 건자재의 저탄소화·순환경제화를 강조한 건물 정책, 제로 독성(Toxic-Free)를 목표로 하는 오염물질 규제 △훼손된 생태다양성 복구와 보전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비용이 큰 지역과 개인을 지원함으로써 포용 성장을 도모하는 공정한 전환 메카니즘 등이다.

❸ 미국의 그린 뉴딜

어떤 강도로 또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포함될지는 다소 불확실하지만 미국 바이든 당선자가 그린 뉴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표 2는 바이든 당선자와 민주당이 선거기간 중 발표했던 그린 뉴딜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표 2와 표 1을 비교해 보면 EU의 그린 딜과 미국의 그린 딜은 유사하지만 저감목표의 강도, 저감대상의 범위, 정책수단의 구체성과 다양성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든 역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하고 ‘2035년까지 발전부문의 탈탄소화’를 중간목표로 제시했지만 이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실행 메커니즘을 계획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바이든은 경선기간 동안 탄소가격 채택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지만 최근 그의 정책참모들은 탄소가격보다 경기부양,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 부문별 탄소배출기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입법안에 대한 선호를 표명하고 있어 ‘2050 탄소중립’이나 ‘2035 발전부문의 넷제로’의 실행 메커니즘으로 어떤 정책이 포함 될지는 다소 불분명한 상황이다.

바이든의 그린 뉴딜 정책이 유지될지, 유지된다면 실행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이유는 미국 상원의 정당분포가 바이든이 유세기간 중 표명한 그린 뉴딜 정책을 원안대로 추진하는데 불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탄소가격 채택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공화당과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공화당 상원의원 중 일부는 탄소가격 채택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산업계도 탄소가격 정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지지 입장 이외에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지지는 없는 상황이다.

국내 탄소가격 정책 실행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는 반면, 국외 탄소집약적 수입품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무역규제 정책을 유지하거나 국경조정 메커니즘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라는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실제 모든 종류의 탄소세 입법안에 국경조정 메커니즘(CBAM)이 포함돼 있다. 바이든 당선자도 유세기간 중 오염 국가들이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탄소 조정 수수료(Carbon Adjustment Fee)와 쿼타 등 무역수단을 동원하는데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❹ 결론
한 이슈에 대한 글로벌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때 흔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문구를 사용한다. 디테일 면에서 분명 차이가 있지만 우리의 3대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이 ‘2050 또는 206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름은 각자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그린 뉴딜에 해당하는 대전환 정책을 추진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악마성이 발휘되는 곳은 자국의 저감강도와 수입국의 저감강도를 비교하고 이를 무역규제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만약 저감강도를 근거로 한 수출규제 가능성이 한시적이거나 저탄소 정도가 한 국가의 수출경쟁력과 경제성장과 큰 연관이 없다면 디테일의 악마성에 기대어 우리의 그린 전환을 미루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산의 저탄소화 수준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효율화와 현대화가 향후 한 국가의 수출경쟁력을 좌우하고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개수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한 그린 뉴딜을 추진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그린 뉴딜을 추진할지의 여부가 아니라 추진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오형나 경희대학교 교수 keaj@keaj.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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