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그린 뉴딜의 현재와 과제
한국판 그린 뉴딜의 현재와 과제
  •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1.0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❶ 그린 뉴딜 논의의 흐름

그린 뉴딜 바람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불기 시작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누구도 뒤에 내버려두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포용의 정신으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었다. 2019년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를 비롯한 하원 의원들이 그린뉴딜 결의안을 제출해 통과했다. 하지만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다가 민주당 대선 후 보였던 조 바이든(Joe Biden)이 미국 2050년 탄소중립과 함께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무려 2조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그린 뉴딜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제46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그린 뉴딜 공약은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EU는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에 합의하며 유럽 그린 딜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린 딜은 2050년에 온실가스 순배출 ‘0’ 및 자연자원이 보호되고 경제성장이 자원 · 에너지 이용과 오염물질로부터 탈동조화되어(Decoupled) 현대적이고 자원-효율적이며 경쟁적인 경제를 향해 EU가 생태 전환을 해나가도록 견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그린 딜은 일자리 창출, 경쟁력 향상, 혁신 지지에 대한 것으로 유럽 프로젝트의 중심점으로 기후와 양립이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지향하며 파리협정과 2030 의제,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EU 전략의 필수적 부분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0개의 목표를 내걸었다. 2050년까지 기후 중립, 순환경제, 건물 개보수율 2~3배 향상, 2050년까지 오염 제로화(공기, 물, 토양),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및 새로운 산림 전략, 환경친화적이고 건강한 농업시스템, 2050년까지 수송부문 배출 90% 감축(95gCO2/km),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으로 가장 영향 받는 지역 지원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기금 마련과 지원, 연구의 35% 기후친화기술에 투자, 탄소 국경세 등 국가 간 관계들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 선진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역성장(마이너스 성장률)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이전에 그린 (뉴)딜이 주창되었기에 달라진 상황에서 그린 (뉴)딜 추진에 변화가 있을 거라 예상해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런 경기침체 상황에서 그린 뉴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져 추진 의지가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고 사회취약계층이 늘어나 사회 불평등 위기가 더욱 깊어진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부양시킬 방법은 그린 뉴딜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EU 회원국들 가운데 15개 국가 환경부 장관들은 ‘그린 딜’을 코로나19 극복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EU 집행위원회는 코로나 경기부양책으로 EU
출범 이래 최대 예산 규모인 약 7,500억 유로(약 1,020조 원)의 차세대 EU(Next Generation EU) 계획안을 발표했다. EU에서도 그린 뉴딜 움직임은 후퇴나 지연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2019년 미국 하원의 그린 뉴딜 결의안 통과 이후 그린 뉴딜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었다. 각 정당에서도 정책토론회를 통해 그린 뉴딜이 무엇인지, 한국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했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는 정의당과 녹색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2050년 탄소 배출 제로와 그린뉴딜 실현을 공약했다. 그린 뉴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기념 연설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한국형 뉴딜’을 제시했지만 그린 뉴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이틀 후인 5월 12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비공개 토론에서 “요즘 그린 뉴딜이 화두”라며 국제사회와 시민사회 요구에 부응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선도형 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4개 부처(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가 합동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5월 15일 4개 부처의 합동 서면보고 후 문 대통령은 “그린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국제사회, 시민사회의 요구를 감안하더라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형 뉴딜에 그린 뉴딜을 포함하도록 지시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국내에서 그린 뉴딜에 대한 공식 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6월 1일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국가의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나란히 세운 한국판 뉴딜을 국가의 미래를 걸고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면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6월 1일에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강화를 3대 축으로 하는 한국판 그린 뉴딜의 밑그림이 나왔고 7월 14일에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❷ 그린 뉴딜의 개념과 지향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이나 그린 뉴딜에 포함된 뉴딜이란 무슨 의미일까? 뉴딜은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가 아니라 역사 속에 존재했던 용어이기에 뉴딜에는 역사성과 사회성이 담겨 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취한 일련의 조치 또는 대처를 말한다. 뉴딜의 의미와 효과, 영향에 대해서는 이해와 해석이 다양하다. 하지만 뉴딜은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경기 부양책은 아니다.

대공황으로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구해내면서도 민주주의의 확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경제가 침체국면에 처할 때마다 뉴딜로부터 교훈을 찾아 새롭게 이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여러 차례 반복됐다.

뉴딜은 1932년에 있었던 미국 대선에서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Roosevelt) 후보의 공약으로 등장했다. 뉴딜이란 용어는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이 주창한 ‘새로운 자유(New Freedom)’와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가 내건 ‘공정한 협약(Square Deal)’에서 한 단어씩 빌려온 것이다. 뉴딜은 말 그대로 새로운 대책, 새로운 협약이란 의미로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한 빈곤과 실업으로부터의 구제(Relief), 산업질서와 경제의 회복(Recovery), 근본적인 제도 개혁(Reform)이라는 3R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제란 대공황으로 인해 발생한 대량의 실업자를 구제해서 민생고를 해결하는 것이다. 회복이란 대공황 이전의 소득 수준과 산업 질서를 살려내는 것이다. 개혁이란 사회적 불균형과 시장시스템의 모순을 시정하는 조치를 말한다. 단순히 토목공사와 같은 대규모 공공근로사업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자해 일자리를 늘려서 경기를 부양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뉴딜은 크게 1933~1934년의 전기 뉴딜과 1935~1941년의 후기 뉴딜로 구분할 수 있다. 모두 3R의 내용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기에는 직접적인 ‘구제’와 ‘회복’에 중점을 뒀다면 후기에는 제도 ‘개혁’에 방점을 뒀다.

경제 대공황이 노동자 계급의 구매력 사실에 기인하는 문제라 공정한 분배를 통해 경제체제를 건강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었기에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는 방향으로 노사관계가 개선되도록 했다.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누진적인 소득세 과세를 강화하고 사회보장법 제정으로 사회보험과 공적 부조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개혁적 내용을 담았다. 새로운 협약을 통해 자본주의국가가 복지국가로 진입하게 됐다.

뉴딜 당시에는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토목공사가 경기 부양의 주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접근은 용납되기 어렵다. 기후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를 통해 감염병 위기가 보건문제만이 아니라 경제문제임을 깨닫게 됐다. 코로나19를 통해 사회경제활동과 환경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지 확인하게 됐고, 기후위기가 사회경제활동과 연결돼 있는 만큼 기후위기가 수반할 심각한 경제 영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그린 뉴딜이다.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특히 기후위기의 주요 원인인 탄소 배출을 늘려서는 곤란하며 오히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접근을 통해 경제를 회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시된 것이 바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다. 그리고 사회 불평등위기 또한 심각하기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 뉴딜(사회적 뉴딜 또는 휴먼뉴딜)과 지역균형뉴딜을 추진하게 됐다.

과거 미국의 뉴딜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사람과의 새로운 사회협약이었다면 그린 뉴딜은 사람들의 삶이 자연을 생존 기반으로 한다는 인식을 기초로 자연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새로운 경제로 전환해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 녹색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라 할 수 있다.

❸ 2050년 탄소중립, 그린 뉴딜의 기후 목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지만 무엇보다 명징한 것은 기후위기시대란 점이다. 기후위기는 모든 사회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됐다. 인류는 지구의 다양한 시스템에 의해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였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야기한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기후위기를 야기함으로써 이제는 지구시스템을 변화시키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즉, 인류가 사회경제활동을 통해 지구의 기후체계를 변화시켜 소위 말하는 인류세(Anthropocene)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변화된 기후체계로 인해 폭우나 폭염, 한파, 열대야, 가뭄, 홍수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빈발하면서 그 자체가 직접적으로 생명이나 재산의 손실을 가져올 뿐 아니라 경제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삶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정책 또한 오랫동안 유지해 온 산업구조와 삶의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이면서 희망적인 점은 과거의 자연적인 기후변동은 그런 기후변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거나 회피할 방법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의 기후변화는 화석연료 연소나 산업공정, 산림벌채, 대량 축산, 폐기물 배출 등 인류의 사회경제적 활동의 결과란 걸 알기에 문제를 야기한 원인을 변화시킴으로써 결과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2015년 파리협정(the Paris Agreement)을 통해 국제사회는 온도 상승 억제 목표에 합의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를 넘지 않도록 더 노력해서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후변화협약(UNFCCC)의 요청에 따라 작성돼 2018년 8월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1.5℃ 목표 달성은 과학적으로는 가능하다.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0%, 전력 생산의 70~85%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이미 대기 중에 배출돼 누적되어온 온실기체로 인해 이제 더 이상 기후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상승폭을 제한한다면 파국적 결과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그린 뉴딜은 바로 이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EU와 미국의 그린 (뉴)딜에서 제1의 핵심 목표는 바로 2050년 탄소중립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7월 14일 그린 뉴딜 종합계획이 발표될 때까지 탄소중립을 지향 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점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2020년 말까지 UNFCCC에 제출해야 하는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LEDS) 수립을 위해 다섯 가지 시나리오에 탄소중립 시나리오까지 포함된 6개의 시나리오에 대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중이었다.

그 결과에 앞서 대통령이나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결정해 버리는 것은 민주적 절차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목표연도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며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120개 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동아시아의 3대 배출국(연료 연소 기인 이산화탄소 배출)인 중국(세계 1위과 일본(세계 5위), 한국(세계 7위)이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이다. 세 국가의 2018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세계 배출량의 28.2%, 3.4%, 1.8%로 총 33.4% 전 세계 배출량의 1/3에 해당한다.

현재까지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들은 스웨덴, 영국, 프랑스, 덴마크, 뉴질랜드, 헝가리의 6개국인데 우리나라 또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일명 그린뉴딜 기본법)’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법안에는 이 외에도 기후 ·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전략 수립과 관련 조직 설치 및 예산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를 담고 있으며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천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 법안에서는 그린 뉴딜을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전환 과정에서의 불평등 완화조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린 뉴딜 사업에서 핵심이 돼야 하는 것은 에너지전환이다. 기후위기를 야기한 가장 중요한 원인이 화석연료의 연소라 에너지부문의 탈탄소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이란 기존의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기반한 대규모 중앙집중적 에너지체계에서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이용을 늘리는 소규모 분산적인 에너지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2019년 현재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 설비 투자 비중은 전 세계 신규 발전 설비 투자의 75%(50MW 미만 소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에 71.2%, 50MW 이상 대수력에 3.8%)로 압도적이다. 우
리나라의 경우 2017년 말 발표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비해 설치 속도나 규모가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원자력 비중이 높은 만큼 탈석탄과 탈원전을 함께 추진해가야 해서 에너지 전환이 쉽지 않겠지만 가야 할 길이 분명한 만큼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20년 상반기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5%로 2018년의 3.9%보다 늘어났으나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상태다.

❹ 현재 한국판 그린 뉴딜의 내용

한국판 그린 뉴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한국판 뉴딜은 선‘ 도국가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으로 대전환 :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도약’을 비전으로 하면서 그린 뉴딜은 ‘경제기반의 친환경 · 저탄소 전환 가속화’를 정책 방향으로 한다. 그린뉴딜은 환경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공동으로관장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의 전체 28개 추진과제들 중 8개 과제가 그린뉴딜 분야에 속하는데 이들 과제는 크게 도시 · 공간 · 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사업,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의 3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3대 분야는 표 1에 제시된 8개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뉴딜로 추진하는 과제들 중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파급력이 큰 사업 △단기 및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사업 △디지털화, 그
린화 관련 국민 체감도 높은 사업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사업 △민간투자 확산 및 파급력이 높은 사업을 중심으로 10대 대표과제를 선정했는데 10대 대표 과제 중 그린뉴딜 분야는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가 있다.  세가지 모두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사업들로 에너지 전환을 지향한다.

그린 뉴딜 사업에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사업의 총 사업비 160조 원(국비 114조 1,000억 원) 중 73조 4,000억 원 (국비 42조 7,000억 원)을 투입해 65만 9,000개(총 일자리 190만 1,000개의 34.7%)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온실기체 1,230만 톤이 감축될 전망이다. 또한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결합시킨 그린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산단 사업이 있는데 그린 디지털 사업에는 2025년까지 총 35조 9,000억 원(국비 총 18조 1,000 억 원)으로 31만 6,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❺ 한국판 그린 뉴딜의 과제

현재 계획된 한국판 그린 뉴딜은 최종판이 아니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 한국판 뉴딜 전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화하는(Evolving) 계획 또는 회전(Rolling) 계획으로 지속적으로 되먹임(Feedback) 과정을 통해 계속해서 검토하고 수정 · 보완하면서 확장해가야 한다.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났을 뿐이다.

현재 발표된 그린 뉴딜은 에너지 전환을 겨냥한 사업을 포함하고 있지만 가짓수로나 규모로나 충분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이용은 OECD 가운데 최하위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y Forum, WEF)이 발표한 ‘에너지전환지수(Energy Transition Index, ET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선진국 32개 국가 중 31위로 부진한 상태다.

독일의 저먼워치(German Watch)가 매해 발표하는 기후변화이행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량 합계 비중이 전 세계 배출의 90% 이상에 책임이 있는 58개국(57개국+EU) 가운데 우리나라는 53위(1~3등을 비워두고 4등부터 등수 부여)로 나타났다. 2020년 58위에 비하면 5단계 상향됐지만 여전히 가장 부진한 국가군에 속한다.

재생에너지 이용이 너무 낮은 것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주요 이유들 중 하나다. 사실 그린 뉴딜만이 아니라 디지털 뉴딜과 사회안전망, 지역균형뉴딜에서 구상하고 추진하는 사업 모두 탄소중립 목표 아래 배치돼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그린 뉴딜은 보다 폭넓게 확장되고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재정립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과거의 녹색성장과 무엇이 다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린 뉴딜 또한 한국판 뉴딜의 일부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성과 또한 창출될 것으로 보이는 일자리 수로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이 많아져서 경제 되살리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 사례에서도 초기에 중심이 된 것은 구제와 회복이었다. 그린 뉴딜이라는 수단을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기의 구제와 회복을 넘어 사회제도와 구조의 개혁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과거의 녹색성장은 성장을 위한 녹색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핵심이었던 4대강 사업이나 원자력 확대정책은 구호와는 달리 내용적으로 녹색이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불평등문제나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린 뉴딜은 에너지 전환을 핵심으로 하면서도 사회안전망 뉴딜과 함께 종합계획 발표 후에 추가된 지역균형뉴딜과 더불어 사회 불평등위기와 정의로운 전환에 동등한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도 차별적이다.

그린 뉴딜을 우리나라보다 앞서 추진한 EU의 경우에도 코로나 사태 이전에 2020년의 경기침체를 겪기 전인 2019년 12월에 그린 딜 추진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린 딜을 새로운 성장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거부하지 않는 한 경제성장은 국가의 주요 책무에 속한다. 이제 성장은 낡은 구호이자 철 지난 신념일 뿐이라면서 더 이상 성장에 초점을 두기보다 사회 구성원들 간 격차를 좁혀가면서 모두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한 행복에 가치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성장을 중시하는 국가 지향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성장보다 행복에 가치를 두고 더딘 성장 또는 성장 없는 경제를 추구하려면 국민적 동의와 합의, 공감대와 지지가 필요하다.

더 많은 국민이 이런 지향과 접근을 지지하고 수용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투표로 정권을 창출하고 국민의 대의자인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선발하는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이 투표권자의 지향을 도외시하거나 외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역으로 일반시민의 가치 지향이 변화된다면 그래서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인 행복 추구를 지지한다면 이러한 가치지향을 정책화하는 정치인들에게 표를 주게 될 것이다.

그린 뉴딜은 당분간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국면에서 구제와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앞서 기술한대로 사회제도와 구조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의 그린 뉴딜은 몇 개의 사업으로 이뤄져 있어서 탄소중립이라는 장기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술적 요소만으로는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

법과 제도는 물론이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법과 제도, 정책은 기존의 에너지체계를 유지 확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사회 구성원들 또한 그런 체계에 익숙하며 여전히 변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에 대해 지불 용의(Willingness To Pay)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설비가 님비(Not In My Back Yard, NIMBY)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지만 현재 지방자치단체들에서는 민원을 이유로 다른 어떤 나라에도 없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정해 두고 있다.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태양광 발전사업 입지규제의 현황과 개선 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조례 형태로 태양광 입지규제를 도입한 기초지자체가 123개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54.4%에 달한다.

태양광 이격 거리 규제 조례를 가진 기초지자체 수는 지난 3년간 48%나 증가했다. 게다가 상위법에 따른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 제한 구역까지 포함해서 이격거리 규제 지역을 모두 포함하
게 되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가능 면적이 전남 함평군은 전체 면적의 11%, 경남 함양군은 26%, 경북 구미시는 7%에 지나지 않는 걸로 나타났다. 이런 상태로는 그린 뉴딜은 커녕 이미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전국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의 국토 경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에 고갈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에너지 수입을 위해 외화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는 탄소중립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데 다양한 규제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러한 제도와 인식 개선 없이는 그린 뉴딜 사업이 확장되는 데 한계가 있고 탄소중립도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 확대를 위해서는 전력시장구조와 요금체계가 바뀔 필요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만을 사용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참가한 기업이 2020년 12월 현재 284개에 이른다.

2014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주가 되어 시작해 그 해 13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참여 기업 수는 무려 2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LG화학이 지난해 7월 국내 화학업계 최초로 2050년 RE100을 선언했고 11월에 SK그룹 8개사가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을 뿐이다.

이제 세계 시장이 바뀌고 있다. 전력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바뀐다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늘어나는 데 중요한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인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구매계약을 맺을 수 없는 현재의 전력 시장에서는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제5차 신 ·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기업이 한국전력이 아니라 신 ·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전력구매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 방식을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켜볼 일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기에 전력판매시장을 개방하는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보다 용이하게 전력망에 연계될 수 있도록 전력망을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 나아가 기존의 경직성 전원인 석탄화력발전이나 원자력과 전력이 압도적이었던 상황에서 시간과 계절, 기상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유동적인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이 늘어날 때 전력망 운영을 어떻게 무리 없이 해낼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 정책적 고려 또한 필수다.

2021년부터 연료비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력요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것으로만 충분하지 않다. 전력요금에 발전과 송배전에 따른 사회환경비용을 반영한 세금이 충실히 부과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쟁점들은 그린 뉴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개별 그린 뉴딜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도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의 꾸준하고 안정적인 추진이 가능할 수 있을지 우려하거나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린 뉴딜 특히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 변화는 정권 변화와 무관하게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며 세계적인 대전환의 흐름에서 뒤처지거나 그러한 변화 를 배척해서 도태될 경우 겪게 될 사회적 고통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라는 인류사적 위기 앞에서 전 세계가 특히 유럽 · 미국 · 중국이 바뀌고 있다. 세계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정권 변화로 한국판 뉴딜의 기조와 흐름을 바꾼다면 그것은 국가적 불행이라 할 수 있다. 경제와 일자리가 달린 문제라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 흐름을 선도하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한다면 나중에는 외부 압력에 견디지 못해 바뀔 수밖에없는데 그 때는 더 큰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더딘 변화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변화를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발의돼 2월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그린뉴딜기본법’이 일정대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2050 탄소중립 목표가 법제적 강제력을 가지고 관련 조직과 예산이 법적 안정성을 기초로 마련됨으로써 그린 뉴딜 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겨우 출발선을 지났을 뿐이다. 이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변화는 정부 혼자 만들어갈 수 없다. 기업이 바뀌어야 하고 결국은 국민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화석연료로 떠받쳐온 문명의 변화를 요구한다. 몇 개의 그린 뉴딜 사업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우리는 그간 급속한 산업화로 엄청난 물질적 성장을 이뤘고 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안락함과 편리함을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 기후위기로 인해 화석문명은 더 이상 지탱 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이런 변화는 기술의 변화로만은 가능하지 않다. 그간 화석문명을 유지 확장하기 위해 마련해왔던 법과 제도, 정책, 나아가 인식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

우리 행동이 야기하는 기후위기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용의를 가져야 하고 우리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변화를 위한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렇다고 손을놓을 수도 없고 놓을 필요도 없다. 변화는 가능하다. 바로 이런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밑그림이 그린 뉴딜이다. 보다 많은 구성원들이 그린 뉴딜에 관심을 가지고 이행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1-01-16 18:05:47
와 읽으면서 너무 글을 잘쓰고 진짜 논문급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쓴이가 교수님이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