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로 본 전기산업의 미래
전기자동차로 본 전기산업의 미래
  • 김철환 대한전기학회 회장
  • 승인 2021.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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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년 처음 개발된 전기자동차는 1900년대 초반까지 차량의 대세였다. 실제 1900년 미국 전체 자동차의 3분의 1이 전기자동차라는 통계도 있다. 1913년 미국 자동차 왕이었던 포드가 내연기관 차량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고 석유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전기자동차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가 열렸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배출도 많아졌다.

그 결과 최근 겨울로 접어들면서 삼한사미(三寒四微) 현상을 경험하게 됐다. 삼한사미는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뜻의 신조어로 겨울철 한반도 특성을 의미하는 삼한사온에서 유래됐다. 이러한 비유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미세먼지가 지속되는 날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주변 나라들의 영향인 것도 있겠으나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30% 이상이 경유차를 포함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라고 하니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교체해 나갈 경우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전기모터로 공급해 구동력을 발생시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차량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엔진 없이 배터리와 모터만으로 차량을 구동해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대다수를 차지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교체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한다면 내연기관 자동차로 인해 발생되는 대기 오염물질, 온실가스 등의 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다.

에어컨 1대를 1년간 가동시키면 온실가스 1톤을 배출하지만 전기자동차 1대 보급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2톤을 감축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하므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큰 기여가 예상된다. 전기자동차의 이러한 환경적인 장점에 부응해 세계 각국은 전기자동차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영국은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금지하며 프랑스는 2040년부터 화석연료 차량 판매금지, 독일은 2030년부터 화석연료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또한 네덜란드는 2016년 4월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법안이 최종 가결되면 2025년 시행된다. 스페인도 2040년에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목표를 선언했다. 인도도 2030년부터 휘발유 ·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며, 싱가포르도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는 비전을 지난해 2월 발표했다. 중국도 2025년부터 전역에 내연기관차를 팔지 않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도 2035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어 서울시는 2035년부터 휘발유·경유차 등 내연기관차의 등록을 불허하고 배출가스가 ‘0’인 전기차·수소전기차만 등록을 허용하기로 하는 장기 추진 전략을 최근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에서 가진 2021년도 예산안 제출 국회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내연기관 차량 퇴출 움직임과 세계 각국의 ‘탄소 중립’ 선언으로 미루어 보아 엔진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기자동차가 대량으로 보급되면 전기산업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대량의 전기수요 창출로 인한 전기수요 급증, 전기자동차 관련 충전 및 부품 수요 증가, V2G 및 G2V 기술의 발전 등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다. V2G(Vehicle To Grid)란 자동차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이동하는 것으로 전기자동차에 저장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활용해 전력계통에 연계하는 기술을 말한다.

실례로 충전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가 사무실 또는 주거지역 근처에 주차되어 있다면 하계 냉방부하 및 동계 난방부하로 인한 피크부하 시 V2G 기술을 활용해 피크 절감 효과, 전력계통 주파수 조정, 수요관리 등 다양한 전력 보조서비스와 부가가치 창출 등이 예상된다.

전기자동차 증가에 따라 학계 및 연구소의 연구개발, 산업계의 제품개발 등 전기산업계의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며 대비가 필요하다. 차분하고 치밀한 대비는 전기산업계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다.

김철환 대한전기학회 회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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