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전기요금 정책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기후위기시대, 전기요금 정책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 이훈 기자
  • 승인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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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기협회, ‘기후위기시대 전기요금 정책방향’ 주제로 포럼 개최
탄소중립시대 준비 필요 … “재생에너지 경쟁력 갖춘 국가, 경제 주도할 것”

전기요금 체계가 7년 만에 개편됐다. 유가 등 연료 가격에 따라 주기적으로 전기요금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특히 기후환경 비용이 전기요금 고지서에 별도 항목으로 표시돼 소비자들이 전기 생산에 쓰이는 환경비용을 투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후위기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일 뿐이다.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보다 한 발 앞서 기후환경요금을 별도 분리 부과해 투명성과 에너지전환의 수용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에너지 분야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한 ‘탄소중립’시대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한전기협회(회장 김종갑)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탄소중립과 신기후체제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 전기회관에서 ‘기후위기시대 전기요금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범 포럼은 조성경 명지대학교 교수 사회로,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박사, 정형석 한국전기신문사 팀장, 신경휴 한국전력공사 요금정책 실장 등이 참여했다.

포럼은 전기요금 개편 과정 설명으로 시작됐다. 신경휴 실장은 “한전은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검토해 왔다”며 “전문가, 언론, 정부 등 다양한 논의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전기요금 체계개편의 필요성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원료가격과 전기요금을 연동하는 제도와 기후환경비용을 분리해서 고지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가격신호 기능 제공을 통한 합리적인 전기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요금이 오르면 국가 및 산업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합리적이지 않은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승일 교수는 “석유와 가스요금은 오르는데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는다면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되돌아 온다”며 “값싼 전기요금은 오히려 국가 경제를 망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형석 팀장도 “그동안 전력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가 변동해도 전기요금은 7년 넘게 고정돼 있어 전력 과소비가 유발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탈원전 등에 대한 대가로 전기요금이 오르는 게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탈원전이 아니라 현재는 탈석탄 시대”라며 “합리적인 요금 지불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이 가능하다는 소비자 인식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유진 박사는 “최근 전기요금제도 개편에서 연료비 변화를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기후 · 환경 관련 비용을 별도로 분리해 고지하는 제도는 소비자에게 비용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요금 관련 투명성을 높이고, 향후 요금 정책 방향에 대한 이해와 학습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전력요금에 기후환경 비용은 추가될 수밖에 없기에 이에 대한 신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 “다양한 논의와 의견 수렴 통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
전문가들, 지난해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 ‘긍정적’
합리적인 전기 사용 유도 필요 … 소비자 인식 중요

지난해 전기요금 제도 개선 평가에 이어 향후 전기요금 정책 방향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탄소중립’이 화두로 등장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유진 박사는 “탄소감축기술과 경험이 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며 “에너지전환 없이는 무역과 경제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EU는 2023년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뿐만 아니라 개별 상품에 대해서도 탄소발자국을 통해 품목별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배터리 규제 현대화 입법과정을 거치고 있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2024년 7월 1일부터 유럽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및 산업용 · 휴대용 배터리는 탄소발자국을 공개해야 하고 2027년 7월 1일부터는 탄소발자국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제품 판매를 금지한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생산 기업도 이 규정을 따라야 수출할 수 있다.

이 박사는 “낮은 전기요금은 에너지효율 산업과 기술 성장을 가로막는다”라며 “제도개편과 동시에 에너지 요금, 시장제도가 잘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승일 교수도 “그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기업은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배척될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60% 정도로 매우 높은 국가라 글로벌 시장에서 배척될 경우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이어 “기업들의 RE100 참여를 지원하고 친환경에너지를 직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린요금제를 도입해 비록 초기에는 화석연료 발전 전기보다 비쌀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싸게 된다는 명확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형석 팀장은 “비용의 추가 부담 없이 에너지전환은 불가능하다”며 독일과 덴마크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에 성공한 독일과 덴마크의 경우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정 팀장은 “발전비용이 비싼 게 아닌데도 국민들이 공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의사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며 “사회적인 논의를 거쳐 비용부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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