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과 콘텐츠로서의 에너지서비스
그린뉴딜과 콘텐츠로서의 에너지서비스
  • 강동주 연구소장
  • 승인 2021.0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는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이라는 화두로 재생에너지와 빅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적용되는 새로운 질서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증가하고 있는 체감효과는 그린뉴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고 있으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ESG가 경영환경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이니셜을 붙여 만든 용어다.

환경적 측면에서 기업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과 환경에 대한 기여를 고려해야 하며, 사회적 측면에서 근로자에 대한 건강과 안전 등 윤리적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주주의 권리 보장과 성과에 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배분 등이 요구된다.

기존 경영환경에서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것으로 기업의 무조건적인 이윤추구 과정에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ESG 등장으로 이러한 사회적 책임이 기업 경영활동의 재무적 측면보다 강하게 연계되기 시작했으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은 시장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이윤추구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ESG 채권 발행이 이어지며 금융시장이 그린뉴딜의 기조에 강하게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 공기업과 금융회사 중심의 ESG 채권시장에서 일반 민간기업의 ESG 채권 발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ESG 채권이란 ESG 기준에 부합하는 용도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특수목적 채권으로 신재생에너지 조달, 환경개선,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등을 목적으로 발행된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성격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소셜본드 발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으로 이러한 추이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지난해에 시작된 COVID-19의 발발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의 공유 필요성을 증가시키며 ESG 채권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탈석탄 정책 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은 석탄 관련 투자와 시공 사업에서의 전면 철수를 선언했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금융사들 역시 석탄발전에 관여한 기업의 회사채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화그룹 6개 금융 계열사들도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으며 석탄발전소 건설 관련 투자나 회사채 인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카드도 1,0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고 SK 8개 계열사의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는 RE100 가입을 공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 최초로 사회책임투자(SRI) 외화채권을 발행했으며 DJSI 월드 지수에 9년 연속 선정되며 ESG 경영 강화에 대한 공로를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유럽은 오래 전부터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주도해왔으며, 친환경 산업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산업구조 재편에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를 진행해왔다.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제3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한계비용제로사회’ 최근 ‘글로벌 그린뉴딜’을 통해 오래전부터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공유 및 분산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해왔다. 이는 유럽의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으로서 분산형 스마트 그리드 비전에 대한 사상적 배경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이제는 우리나라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주요 레퍼런스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2019년 12월 EU 집행위원회는 유럽그린딜(EuropeanGreen Deal)을 발표했는데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패키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린딜 발표 이후 다양한 후속 정책이 발표되고 있으며 2020년 1월 그린딜 추진을 위한 자금 확보 방안인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European Green Deal Investment Plan)이 공개됐다. 같은 시기에 발표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EU집행위원장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거론하기도 했다.

탄소국경세란 EU가 자국보다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가하는 제도로 전통적인 경제 구조에서 탄소배출을 많이 할수록 원가경쟁력을 갖게 되어 경쟁력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친환경 투자로 원가가 높아지는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영국은 2007년 그린뉴딜 그룹이 구성되어 2008년 그린뉴딜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린뉴딜은 1932년 대공황 시기에 일자리 창출과 제조업 부흥을 통한 불황 탈출과 경제개혁을 위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영국 노동당, 독일 녹색당, 스페인 사회당, EU집행위 등이 그린뉴딜을 미래 정책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그린뉴딜에 대한 정책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정권 교체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되며 ESG는 전 세계적인 경제구조에 새로운 변수로서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그린뉴딜 용어는 2007년 토마스 프리드먼이 ‘코드그린’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가장 먼저 언급했고, 2007~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과 영국에서 거의 동시에 대두되며 2008년 오바마 정부의 대선 공약이 되기도 했다.

그린뉴딜을 위한 첫 번째 법안인 미국청정에너지안보법안(American Clean Energy and Security Act)은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170조 원의 청정에너지 투자를 통해 17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주요내용이었으나 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실행이 좌절됐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그린뉴딜은 최근 가중되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와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경제위기 속에 다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와 재투자로 경기를 부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대적인 경제시스템의 전환 속에 과도기적으로 기업들은 전환비용을 분담하게 되고 이는 코로나 위기와 더불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공기업과 대기업 중심의 인프라 투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린뉴딜 사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그린뉴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것일까?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될수록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성숙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러한 기반 위에서 새로운 서비스 중심의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전 세계적인 스마트 그리드 투자는 서비스 생태계를 창출하는데 실패했지만 그 이후 20여년간 이루어진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생태계 창출을 위한 환경적 조건을 지속적으로 성숙시켜 왔다.

특히 최근 그린 뉴딜 사업은 디지털 뉴딜과 결합해 재생에너지를 보급함과 동시에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는데 그 초점이 있다.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화는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산화 된 에너지시스템에서 시장 가치는 한층 더 소비자 단위로 내려오게 될 것이다.

고압송전 레벨의 도매시장 중심이었던 전력시장은 저압배전 레벨의 DSO 기반 지역시장 도입 및 소규모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도매시장 레벨에서는 경제성과 비용효율이 주된 기준이었으나 소매시장에서는 개인별로 다양화된 니즈가 발현하고 에너지-비에너지 분야 간 다양한 접점이 발생하므로 가치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된다.

제조업에서의 제4차 산업혁명이 가지는 합의가 다품종 소량생산과 제조업의 서비스화이듯 서비스도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기 위한 형태로 다원화되고 콘텐츠 중심으로 진화할 것이다. 세분화된 개별 니즈는 대기업보다 다수의 스타트업이 등장해 충족시키기에 적합하며 서비스는 콘텐츠로 포장돼 차별화될 것이다.

작은 조직은 큰 전환비용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가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플랫폼 기반의 사업자로 전환된 대기업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자신의 플랫폼에 담아야 하므로 서비스 스타트업들의 구매자 내지 투자자가 될 수 있다.

가상발전소(VPP) 개념이 확산되면 기존 전력산업은 대규모 발전설비 중심에서 소규모 발전사업자나 프로슈머들이 그룹화 된 플랫폼 개념으로 진화한다. 가상발전소는 우버와 에어비엔비 같이 에너지 버전의 공유경제 플랫폼인셈이다. 이러한 체제에서 에너지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에너지를 접목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에너지는 다른 어떤 영역보다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양한 서비스와 활동을 연계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역시 채굴을 위한 전기비용으로 채산성이 결정되는데 일부 학자들은 미래 화폐의 단위가 전기가 될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린뉴딜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를 대기업과의 경쟁 영역이 아닌 협력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보다 풍부해진 인프라 위에서 어떤 서비스와 콘텐츠를 팔지 고민해야 한다. ESG와 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담론이 에너지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이는 에너지 산업이 서비스를 넘어 콘텐츠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콘텐츠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

강동주 해줌 연구소장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