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
  • 박호정 교수
  • 승인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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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개요

지난해 12월 말에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력계획)은 2020년에서 2034년까지 15년 동안의 우리나라 전력수급에 관한 기초계획을 담고 있다. 매 2년 마다 수립하게끔 되어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한 전력수요 재전망,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의 과정을 거치다보니 원래 예정보다 늦었지만 그래도 2020년해를 넘기지 않고 발표됐다.

이번 전력계획은 직전의 제8차 계획에 대한 평가, 장기 수급전망, 수요관리 목표, 발전 및 송 · 변전 설비계획, 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저감방안 등을 주요 골자로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총괄분과위원회, 설비계획소위원회, 수요계획소위원회, 제주수급소위원회를 뒀다. 설비계획소위원회는 다시 정책, 신뢰도, 분산 · 신재생, 전력계통의 4개 워킹그룹으로 수요계획은 수요전망 및 수요관리 워킹그룹으로 구성했다.

전력계획은 독자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상위 계획이나 정책과의 정합성을 바탕으로 수립된다. 따라서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2019. 6),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019. 11),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2020. 7), 온실가스 감축 수정 로드맵(2018. 7)과 제5차 신 · 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 · 보급 기본계획(2020. 12)를 반영해 가능한 한 정합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전력수요 전망을 위해 제8차 계획과 동일한 전력패널모형을 사용했는데 KDI의 GDP 전망치와 인구, 기온 등을 전제로 할 때 2034년 최대전력 기준수요 117.5GW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수요관리 수단인 에너지 효율향상과 부하관리를 강화하고, 신규 수요관리 수단으로서 V2G(Vehicle To Grid)와 스마트 조명 등 혁신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최대전력을 절감하는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2034년 기준 최대전력을 14.8GW 절감함으로써 목표수요102.5GW로 설정됐다.

기준 설비예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용량적정성, 유연적정성, 수요불확실성은 물론, 증가하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공급불확실성도 추가적으로 반영했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점차 많아지기 때문에 장기로 갈수록 설비예비율은 증가하도록 설계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는 17%, 2025년부터 2028년까지는 18%, 그리고 2029년부터 2034년까지는 22%로 산정됐다. 기준 설비예비율을 2034년 목표수요에 적용하면 목표설비 용량 125.1GW가 나온다.

제9차 전력계획 발전설비 계획의 주요 내용은 석탄발전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증가로 특징지을 수 있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의 35.8GW에서 2034년의 29.0GW로 석탄발전 설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같은 목표에는 미세먼지 관리종합계획, 온실가스 감축 수정 로드맵,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기발표된 정책이 반영되어 있다.

재생에너지 역시 재생에너지 3020,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그린뉴딜 계획과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반영해 설비계획이 수립됐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는 정격용량 기준으로 2020년 20.1GW에서 2034년의 77.8GW의 큰 폭으로 증가해야 한다. 2034년 기준으로 태양광은 45.6GW, 풍력은 24.9GW로서 전체 신재생의 91%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의 분류에 의하면 재생에너지(발전량) 비중이 3% 미만일 경우에는 계통에 영향이 거의 없지만 3~15%일 경우 출력에 대한 제어조치가 필요하며, 15% 이상일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 유연성 발전기의 확보 조치가 필요하다.

즉, 계통안정성 증진과 함께 재생에너지가 공급됨으로써 전체 시스템 상의 안정성도 추구해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의 출력변동성에 대응하고 전력계통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백업설비를 산정했다. 백업설비는 기본적으로 양수와 ESS(에너지저장장치)이며 양수 시설을 갖추는 데에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ESS 중심으로 백업이 운영될 계획이다.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그리고 발전사업자의 현황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수립돼 2020년 23.3GW에서 2034년의 19.4GW로 감소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신한울 1,2호기(2.8GW)와 신고리 5,6호기(2.8GW)의 준공, 그리고 노후 11기(9.5GW)의 가동중단이 포함돼 있다.

유연탄 및 원자력 발전설비가 감소하는 대신 LNG 발전설비가 확대된다. 2020년 41.3GW에서 2034년의 58.1GW로 증가하며 석탄발전 폐지 후 LNG로 전환되는 24기의 12.7GW도 포함돼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향후 개선 방향

주지하다시피 전력계획은 전력수급의 기본방향과 장기전망, 전력설비 계획 및 전력수요관리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전력정책으로 매 2년 단위로 수립된다. 전기사업법 제25조는 기본계획이 담아야 하는 사항으로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전력수급의 장기전망 △발전설비계획 및 주요 송 · 변전 설비계획 △전력수요 관리 △직전 기본계획의 평가 등을 정해놓고 있다.

즉, 전력계획은 기본적으로 설비계획인데 과거에는 원자력과 유연탄과 같은 대용량 발전시설에 집중됐다면 제8차에 이어 제9차의 기본계획에서는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전원 설비가 집중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앞으로도 국내 · 외적으로 강화되는 탄소중립 정책 등을 고려할
때 전력계획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는 설비계획으로서의 전력계획이 이제는 변모해야 되는 시기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의 대형 발전설비는 하향식(Top Down)으로 계획됐지만 소규모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하향식으로 계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제9차 기본계획은 이 점에서 유익한 학습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 계획 시에 계통접속 신청물량과 지자체와 사업자의 계획 등 사업자의 설비투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나름대로의 상향식(Bottom Up)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정책으로 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물량을 현재의 전력계획 틀에서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계통계획과의 유기적 연계가 수반돼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적인 과제를 던져주었다. 재생에너지 설비와 아울러 계통안정성과 계통계획이 촘촘하게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접속대기 물량해소를 위해 배전선로, 변전소와 같은 기본 인프라가 들어서야 하고 재생에너지에 특화된 송전 및 변전설비 계획이 추진돼야 한다.  계통설비가 적기에 들어서지 않으면 재생에너지의 계통기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어 전력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한국전력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 2년마다 수립하게끔 되어 있는 전력계획의 주기도 재설정이 필요하다. 전력계획의 상위 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 신 · 재생에너지 기본계획, 온실가스감축계획이 확정된 이후 이를 바탕으로 전력계획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상기 계획들이 2년 단위의 주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불요하게 생기는 시기별 차이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전력계획이 발표된 직후에 이들 상위 계획이 발표되는 것은 정책 정합성이나 신뢰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지역이나 사업자 단위에서의 이해공유가 병행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설비 중심으로 수급계획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연탄 발전의 신규설비는 현재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고려되지 않기에 이제 신규발전이라고 한다면 LNG와 태양광, 풍력, ESS, 연료전지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게 될 것이다.

그동안의 전력계획이 헤비급 전원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대량으로 라이트급 선수들이 링 위에 오르는 셈이다. 이는 지자체의 역할이 제고돼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송 · 변전 설비에 대한 주민 수용성과 환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지역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넷째, 향후 전력계획은 시장제도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전력시장은 과거와는 달리 보다 유연한 시장 메커니즘으로 변모해나갈 전망이다. 최근 전기요금 개편을 통해 연료비 변동분의 주기적 반영이나 기후 · 환경 요금을 분리 고지하는 것 역시 가격규제 방식에서 탈피해 보다 유연한 시장제도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정산조정계수가 개선되고 전력시장에 선도 내지 선물시장, 경쟁적 입찰제도 등이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전력계획의 검토 항목 중에 물량설비 외에 시장제도의 개선방향과 시장영향 분석 등이 추가되도록 관련법과 규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향후 재생에너지 설비계획에 있어 소비자 수용성이 진지하게 고려돼야 한다. 이미 시작한 기후 · 환경 요금의 고지는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참여를 제고하는 첫 단계다.

재생에너지 설비의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설계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불의사 즉, 수용성이 사전에 평가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계획에서 전력수요 전망과 설비목표 및 계획에 이어 가격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다시 피드백으로 전력수요 전망을 재점검하는 최적화 과정도 필요할 수 있다.

여섯째,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오늘날은 정규분포 상의 리스크는 심각한 충격을 주지 않으며 우리가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 현재 전력계획에서의 전력수요 전망은 이러한 리스크를 나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리스크는 정규분포가 아닌 블랙스완 류의 사건들이다. 발생빈도는 낮지만 발생 시에 충격은 큰 리스크들이다.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이 완벽하게 일치해야하는 전력시장에서 블랙스완 리스크는 블랙아웃이나 순환정전과 같은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이들 리스크는 공급차질에만 관련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예상 밖의 수요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현재의 코로나19가 이에 해당된다. 수요부족은 전력설비의 이용률을 떨어트려 부실자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일곱째, 전력계획에 이제는 하드웨어 발전설비 계획 외에도 플랫폼과 같은 소프트웨어 설계도 반영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에 제9차 전력계획 수립을 위한 논의과정에서도 분산에너지의 물리적인 설비뿐만 아니라 VPP(가상 발전소) 등 21세기형 선진적인 플랫폼도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요관리나 재생에너지의 P2P 등도 기본적으로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기반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설비의 효율적 운영과 리스크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는 플랫폼 설계는 이제 전력계획에서 다루어야하는 핵심 기능이 되었기에 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기본계획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결언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생에너지 정책이 강화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을 이미 선언한 바 있으며 2035년까지 발전부문의 탄소 배출 제로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이미 재생에너지 확대 경로를 밟아나가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와 같은 정책기조를 반영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분산전원으로서의 재생에너지를 두고 하향식 방식의 기본계획 틀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제9차 전력계획은 재생에너지 설비계획의 틀을 학습하고 정립할 수 있는 나름 유익한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전력계획에서는 그간의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사항들이 단계적으로 반영되길 바란다.

전력계획의 역할 중에는 직전 기본계획에 대한 평가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제10차에서는 에너지전환 정책 하에 탈석탄과 탈원전이 추진된 사항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의 확장 속도에 대한 평가 역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2021년에서 2025년의 짧은 기간에 신재생에너지는 두 배 이상 증가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앞선 계획과 실적을 대비하는 냉정하고 엄격한 자기 평가가 있어야만 향후 성공적인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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