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갑 오마카세 ‘갓포 쿠마카세’
가성비 갑 오마카세 ‘갓포 쿠마카세’
  • 최빈 기자
  • 승인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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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이 대중 속에 자리 잡았다. 당장 길거리의 음식점들만 봐도 초밥집, 회집, 돈까스 집, 우동집 등 다양한 일본식 음식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오마카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마카세란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고 요리사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로 제철 요리를 만들어 내는 형식이다.

사실 그 동안 오마카세는 고급 일식집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가격이 비쌀것 같아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친구의 추천으로 서울 목동에 있는 ‘갓포 쿠마카 세’라는 오마카세집을 알게 됐다.

5호선 오목교역 근처에 위치한 갓포 쿠마카세는 맛도 맛이지만 제일 저렴한 코스요리가 5만 5,000원으로 가성비가 좋다. 하지만 다른 오마카세 가게에 비해 저렴한 것이지 절대적인 기준에서 싸다고는 볼 수 없다.

 

오마카세는 첫 방문이었기에 주방장이 아무 음식이나 내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다. 기존 오마카세와 마찬가지로 주방장에게 메뉴를 온전히 맡기지만 고객이 음식 정보를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게 입구에 메인 메뉴가 나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메뉴는 가장 맛있는 제철 음식으로 수시로 바뀐다.

처음 나온 메뉴는 수란과 연근비트였다. 그 중에서도 수란은 티비 속 요리프로그램에서나 보았지 실제로 먹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막상 맛을 보니 일반적인 계란보다 훨씬 부드러워 넘기기가 굉장히 편했다.

이어 캐비어 연어 성게알이 나왔다. 캐비어라는 설명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디어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를 맛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어 캐비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비어가 아니었다. 그래도 캐비어의 한 종류라 기대하며 처음 맛보았다. 조금 짭짤한 맛이 소금의 짠 맛과는 달라 식욕을 한껏 돋우어 줬다.

식욕과 기분을 상승시키는 음식들에 이어 본격적으로 메인 요리가 나왔다. 먼저 들기름 소바가 나왔다. 그 동안 많은 면요리를 먹어봤는데 들기름에 볶은 건 처음 보아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한입 베어 무니 들기름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가 입 안에 가득 찼다. 좀 느끼할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조금 배를 채우고 나니 메인 메뉴인 회가 나왔다. 회는 고등어, 감성돔, 방어, 참도미살 등으로 구성됐다. 기대보다 적은 양에 실망했지만 어느 회보다 맛있었다. 다음으로 나온 오징어통구이는 맛은 물론, 시각적으로 아주 훌륭했다. 오징어 하나를 통째로 삶고 그 안을 오징어 먹물로 맛을 내었는데 약간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났다.

이 외에도 바닐라 귤, 고등어솥밥, 생선까스, 청어마끼 등 다양한 요리가 나왔다. 특히 청어마끼의 경우 일반적인 마끼와는 달리 청어가 밥 대신 들어가 있어 마치 회를 먹는 느낌으로 마끼를 먹을 수 있어 색달랐다.

처음 코스 요리라고 생각했을 때 ‘한 접시 먹고 10분 기다리고 또 한 접시 먹고 10분 기다리고 어떻게 이렇게 천천히 길게 먹을 수 있을까?’ ‘먹다가 소화가 다되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충분히 배부르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먹는 재미를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빨리 먹고 빨리 쉬려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던 필자에게 이렇게 먹는 재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어 코스 요리만이 갖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최빈 기자 cb816@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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