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전사태를 보며
미국 정전사태를 보며
  • 전봉걸 편수위원장
  • 승인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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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전력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NXP,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관련 업체들도 전력문제로 생산을 중단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번 1분기에만 100만 대의 생산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텍사스 정전은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이 크게 줄어들면서 발생했다. 공급의 대폭 위축은 한파로 가스관이 얼면서 가스발전 가동이 중지된 데다 풍력발전기의 터빈도 얼어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 데 주로 기인했다. 최근 몇 년간 텍사스주는 풍력발전을 크게 확대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20%를 상회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발생한 캘리포니아주에서의 순환 정전사태 원인으로 재생에너지가 지목됐다. 캘리포니아주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가스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한 반면 해질 무렵 태양광 발전량이 줄어드는 전력의 수급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순환 정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계획을 발표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실제로지난해 말 발표된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의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2034년까지 비중이 25.8% 확대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미국의 정전사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에 힘입어 태양광발전 등을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크게 늘면서 전체 발전설비용량에서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지난해 기준 15% 수준으로 상승했다. 다만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으로 6% 내외이며, 피크시간대에서의 발전량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겠다며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확대한 제주도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2019년 기준 전체발전량에서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중이 15% 수준을 기록했다. 발전설비가 확대됐지만 계통 수용성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풍력발전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제약발전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력계통이 육지와 연계되어 있지 않았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사전에 대책을 철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미국의 정전사태가 다시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봉걸 편수위원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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