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대국민 인식 제고와 동참 필요"
“기후위기 대응, 대국민 인식 제고와 동참 필요"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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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전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도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일부 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의 인식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분위기다. 현 시점에서는 무엇보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 교육을 신설하거나 지원 방안을 수립하는 등 기후대응의 중요성을 하루빨리 확산시켜 나가야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실행기관으로 그린리더십을 발휘해 나가고 있는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을 만나 ‘탄소중립’ ‘에너지전환’ 등 주요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취임 후 많은 활동을 하셨는데요, 그동안의 소회와 함께 올해 주요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충격적인 한해였습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이 전 세계를 강타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정부의 방역 정책에 따라 많은 행사와 세미나 등이 취소 · 연기되거나 온라인 형태로 변경되어 진행됐습니다.
저희 센터도 시간을 조정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해 모든 활동들을 차질 없이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센터에서는 국내 유일의 ‘기후변화 리더십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900여명의 그린리더를 배출했습니다. 지금은 20기를 모집 중에 있으며 이 분들과 함께 민 · 관 · 산 · 학에 걸친 다양한 분야의 지혜를 나누고, 탄소중립 달성을 가속화 할 협력의 기회를 나누도록 할 것입니다.

MZ세대를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소통 플랫폼 ‘클리마투스 컬리지’ 운영을 통해 MZ세대의 기후변화 인식 제고 및 환경 감수성 회복에도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RE100과 배출권거래제, 자원순환, ESG 이슈를 중점으로 정책제언 활동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대한 평가, 그리고 추진방법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더불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경기 침체, 기후위기의 다중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전 세계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선언이 그것입니다. 이는 매우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각계의 참여와 지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산업계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참여가 절실합니다. 정부, 학계, 연구계, 산업계, 시민사회는 물론 온 국민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합니다.

탄소중립은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 흡수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합니다. 고탄소 산업구조의 혁신, 순환경제 활성화 또한 탄소중립을 실현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은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등 2050 탄소중립을 위한 60년 간의 과정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30년 안에 이를 달성해야하는 급박한 상황입니다. 대전환 없이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이 하나의 공동된 목표를 가지고 정책 간 정합성이 일치해야 합니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각계각층의 인식제고와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소통 및 협업이 수반돼야 합니다. 특히 과학자와 정책입안자, 시민사회 간의 협력은 2050 저탄소 사회로의 여정을 가속화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입니다.

최근에는 기상이변을 비롯해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 정부의 관련 정책 발표로 기후위기 대응과 저탄소 사회, 에너지전환 등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많이 제고됐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상호 간 소통을 담당하는 플랫폼 파트너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국제사회 요구와 국내 대응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국내 정책 목표 달성에 있어 전문가 ·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향한 가장 중요한 과제와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탄소중립으로의 여정에 있어 가장 중차대한 과제는 ‘저탄소, 친환경 에너지 중심으로의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것’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해 발간한 ‘한국 에너지정책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은 재생에너지의 에너지 공급량 비중이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탄소 전력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믹스를 가져가야하며 비단 정책으로만 그쳐서는 안 됩니다. 실제 시장에 반영돼야 합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및 자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할 수 있도록 잘 유도해야 합니다. K-RE100과 같은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도와 기반이 더 많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요금 청구서에 ‘연료비 조정요금’과 ‘기후환경 비용’이 포함된 것도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소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에 따른 시민 개개인의 인식을 바탕으로 책임감이 부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7%를 차지하는 산림을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해야할 것입니다. 산림부문의 탄소흡수원을 최대한 확보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산림 경영을 통해 탄소흡수 능력이 감소한 나무는 베고, 탄소흡수 능력이 좋은 어린 나무를 심어 잘 키워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폐자원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하나의 방안입니다. 이 부분은 국민의 이해와 참여가 필요하며 기술 개발에 앞서 NIMBY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할 것입니다. 환경 정책은 규제만으로는 모든 이해관계를 끌어안고 가기 어렵습니다. 적절한 인센티브가 뒷받침 되어야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거래제도 안착을 위해 어떤 정책 등이 뒷받침 돼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출권거래제를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정부는 제도를 활용해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유도하고 기업은 제도 하에서 운영되는 시장 내에서 비용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의 경우, 정책 변화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인해 온전히 시장 경제 원리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이 실정입니다. 특히 배출권 가격에 따른 정부의 시장 개입이 그 이유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시장경제 원리로 운영되는 제도이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는 시장이라면 해외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참여자에게 혼란을 야기 시키고 정부 스스로 제도의 신뢰도를 하락시켰습니다. 참여자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을 시그널로 받아들여 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하에 시장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제일 큰 역할입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고 비용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입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의 가장 큰 특징은 제6조로 국제 탄소시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이전된 감축 결과물(ITMO)을 활용, 당사국들 간에 비용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시장 메커니즘입니다.

파리협정 제6조는 이전의 배출권거래제보다 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시켰습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시장메커니즘(IMM, International Market Mechanism)을 활용하는데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간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탄소국경조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국내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유럽은 유럽 그린딜 채택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 비대칭성에 따른 탄소누출과 산업경쟁력 약화의 해결책으로 탄소국경조정을 제안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가 간 감축 의욕 차이를 보정하는 무역 제한 조치입니다. 온실가스 규제가 도입된 국가의 기업이 외국 경쟁 업체에 비해 생산비용이 증가해 피해를 입는 등 불공정성 문제와 규제가 없는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거나 경쟁국가의 생산을 증가시키려는 유인(탄소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센터에서는 탄소국경조정 제도 설계 초기 단계부터 우리 입장을 적극 전달하고자 벨기에 NPO 단체인 ERCST와 한-EU 이해관계자 가상 타운홀 미팅을 공동 개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와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순 수출국으로 탄소국경조정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제조업 중 수송 · 자동차, 전자 · 전기장비 등이 탄소국경조정의 영향에 노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80.5%의 탄소배출에 5유로 이상의 탄소 가격을 부과하고 있는 반면, OECD는 탄소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 30유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배출권 가격 상응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준비해야할 것입니다. 더불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회복과 지속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동시에 노력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RE100과 함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확대되는 환경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업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기후변화 시장은 ESG 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경데이터 공개가 의무 공시사항이 아님에 따라 이런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일례로 센터에서 개발한 환경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상장 500대 기업 중 단 17.8%에 해당하는 89개 기업만이 5대 환경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 중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5개의 환경데이터를 모두 공개한 기업은 65개뿐입니다.

또한 현재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전 세계 총 284개 기업 중 국내 기업은 SK 그룹사 6곳 밖에 없습니다. 국내 기업이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에는 여러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폐쇄되어 있는 전력시장에 의해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와 전기사용자 간 직접 거래가 불가능하며 제3자인 한전의 중개를 통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국회에서는 개방된 전력시장을 위해 입법활동을 추진 중입니다. 최근에는 전력시장을 거쳐야만 하는 제3자 PPA가 아닌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와 전기사용자가 직접 거래하는 PPA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넘어 글로벌 RE100 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의 개편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국내에서 이와 같은 유동성 있는 시장이 만들어졌을 때 우리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배성수 기자 bss@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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