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발전사업 진출 … 팽팽한 줄다리기
한국전력, 발전사업 진출 … 팽팽한 줄다리기
  • 이훈 기자
  • 승인 2021.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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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30년까지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 도약 목표
한전 “산업 생태계 활성” VS 민간 “공정한 경쟁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전라남도 신안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 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해상풍력에 2030년까지 48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48조 5,000억 원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60조 원 한국판 뉴딜 투자 구상의 3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국전력은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정부의 목표달성에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의 직접 전력 생산을 두고 찬반 양상을 벌이고 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한전이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송 의원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해상풍력단지 개발 등 체계적인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의 추진이 필요하지만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전력계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해 민간기업만으로는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전체 신재생 설비용량은 지난해 말 20.1GW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신재생 발전설비 77.8GW(설비비중 40.3%)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4년까지 추가로 57.7GW(연평균 4.13GW)의 투자가 필요하다. 연평균 4.13GW 규모 발전설비를 추가로 지어야 하는 것이다.

1GW규모 원전을 기준으로 보면 매년 원전 약 4기를 세우는 셈이다. 특히 해상풍력 개발은 9년 뒤인 2030년 현재규모(125MW) 보다 100배 큰 12GW를 달성해야 한다.

한전 관계자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규모가 작아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대규모 발전단지를 개발 할 역량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전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참여를 통해 공동접속설비, 발전사업단지 등 인프라 구출을 통해 전체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적으로 개발비용과 기술력, 해외진출 가능성 측면에서 큰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덴마크 정부가 지분 50.1%를 소유한 에너지공기업 오스테드(Orsted)는 전 세계 해상풍력 33GW 중 9.9GW를 개발·운영하며 연간 1~2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창출하
며 전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회사로 성장했다. 이 같은 업적 달성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한전은 해상풍력발전 사업을 해외 및 특수목적법인 방식으로 꾸준히 진행해왔다. 자체 보유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사업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송변전 기술인 석션버켓, 터빈 일괄설치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확보한 사업실적은 2040년 11조 달러(약 1경 2,3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신재생 경쟁시장에서 한전의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또한 현재 한전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SPC 방식보다 개발비용도 줄일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직접 개발을 주도하면 높은 대외 신뢰도를 활용해 저렴한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기존 재생에너지 개발 참여 방식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에 따르면 1.5GW 규모 신안해상풍력을 직접 추진하는 경우 SPC보다 개발비용 1조 8,000억 원(금융비용 1조 1,000억 원, 법인세 7,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반면 풍력업계와 민간 발전사들은 한전의 발전 사업 진출 시도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전은 전력시장에서 전력 판매와 송배전망 건설·운영 등 독점 또는 우월한 권한을 보유하고 인허가 곳곳에서 ‘심판’ 역할을 한다”며 “이런 한전이 발전사업에 직접 진입할 경우 ‘선수’ 역할을 하는 민간 발전기업으로서 공정한 경쟁과 상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이 사내 회계와 조직 분할, 자체적인 전력계통망 정보 공개 등 부서 재편성, 사내 규칙 변경 등과 같은 미약한 조치만으로 시장 공정성을 지키고 민간 영역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언하지만 이는 업계에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에너지전환포럼과 기후솔루션, 풍력산업협회, 민간발전협회,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의 공동 주최로 열린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과 망중립성 훼손,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도 “송전망 중립성을 훼손해 발전사업의 공정한 시장 질서를 파괴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송배전망 제약을 아느냐 모르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전은 송배전망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망 회사를 따로 분리 독립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전이 말하듯 단순히 공급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일방적인 방안은 탄소중립사회에 맞지 않다”며 “한전 위주의 대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오히려 불필요한 배전망 투자비용을 더 증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민간사업자들과 협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독점사업자인 한전을 신뢰하지 못한다”며 “한전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려면 최소한 송전부분과 배전부분을 분리하는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한전은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들의 지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발전자회사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이 가능한데 형평성만 훼손할 뿐 직접 발전사업에 진입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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