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식물원 나들이
도심 속 식물원 나들이
  • 최빈 기자
  • 승인 2021.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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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 됐고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모두들 답답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필자 또한 주말의 대부분을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자연의 냄새를 맡아 본지도 오래 됐다.

이 글에서 소개할 곳은 도심 속에서도 교외로 나간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식물원’이다.

서울식물원은 2019년에 개원한 최신 식물원이다. 아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을 통해 주말 나들이 손님들이 많은 곳이다.

사람들이 많을 것을 우려해 개장시간에 맞춰 집에서 일찍 출발했다. 다행히 관람객들은 많지 않았고, 주된 관람시설인 온실의 경우 수용인원 제한을 하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게 관 을 할 수 있었다.

식물원은 크게 실내에 있는 온실과 외부에 있는 광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쌀쌀한 날씨로 인해 식물들이 만개하지 않았을 것 같아 온실에 잘 가꿔 놓은 다양한 나라의 식물을 관람하기로 했다. 온실 안에는 열대, 지중해 12개 도시의 식물들이 있었다. 따뜻한 나라의 식물을 옮겨 놓은 곳이기 때문에 온도가 좀 높아 외투를 벗고 관람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조그만 폭포 밑에 자 생하고 있는 식물들이었다. 정말이지 지금 눈 앞의 광경만 본다면 여기가 울창한 밀림의 한복판으로 착각할 만큼 실감나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도마뱀이나 원숭이 같은 숲 속의 동물들이 금방이라도 나올법한 미니 폭포를 지나니 이번엔 조그만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연못이 나왔다. 특히 연못에는 물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이 조성돼 있어 꼭 야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해줬다.

연못을 지나니 이번에는 열대 기후와 지중해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있었다. 특히 여러 선인장들이 있었다. 마치 미국 텍사스 황량한 허허벌판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보는 것과 비슷했다.

선인장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는걸 처음 알게 됐다. 그 동안 머리 속에 자리 잡혀 있던 선인장의 이미지가 몇 배는 더 확장된 것 같았다.

선인장을 보고나니 이번엔 지중해 식물들이 반겨줬다. 그리스 식으로 꾸며진 정원의 타일과 그 안의 식물들 배치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겼지만, 더 눈길이 간 건 올리브나무였다. 평소 올리브유를 요리할 때 자주 쓰기 때문에 올리브에 대해 좀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작을지는 몰랐다. 그리고 나무 몸통이 우리가 흔히 보는 소나무나 은행나무 같지 않고, 뭔가 뿌리마냥 울퉁불퉁 가지까지 연결되어 있어 상당히 이국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렇게 지중해 식물들을 구경하고 나니 관람 장소 끝자락에 엄청나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옆에 어린왕자 모형이 있는 것으로 보아 바오밥나무라고 짐작했다. 역시 필자의 예상은 맞았다. 바오밥나무가 소설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잊어버렸을 정도로 너무 오래 전에 어린왕자를 읽어 나무를 처음 본 순간 큰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늘을 향해 만세하듯 펼쳐있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2층으로 올 라가기 전에 리톱스라는 식물을 봤는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흩어져있는 돌과 비슷한 모양으로 자라는 식물이었다. 이게 식물이 맞나 할 정도로 돌맹이 같았고 마카롱처럼 생기기도 해 전혀 식물 느낌이 나지 않아 신기했다.

마지막으로 2층에 위치한 스카이 워크를 통해 온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이제까지 관람했던 나무들을 한 눈에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바오밥나무처럼 높이 있었던 나무들의 생김새까지 스카이워크에선 모두 관찰할 수 있었다.

주로 온실만 관람했지만, 서울식물원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식물들이 있었고 조경도 상당히 잘 되어있는 훌륭한 곳이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스크를 쓴 채로 관람을 할 수 밖에 없어 식물들의 냄새를 물씬 맡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코로나19가 언젠가 종식이 된다면 다시 한 번 식물원에 방문해 마스크를 벗은 채 마음껏 향긋한 냄새를 맡고 싶다.

최빈 기자 cb816@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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