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창의 스타트업, 규제샌드박스로 도전하라
에너지 창의 스타트업, 규제샌드박스로 도전하라
  • 허은 이온어스(주) 대표
  • 승인 2021.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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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박스(Sandbox)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모래 놀이터를 뜻한다. 규제샌드박스란 새로운 기술로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한시적으로 규제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그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 모래놀이터인 셈이다.

즉, 신산업,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시켜 주는 제도로 영국에서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규제개혁 방안 중 하나로 2019년도부터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설치 등으로 최초 시행돼 자율주행차와 드론택배, 배달로봇, 도로일체형 태양광 등 새로운 신기술과 신제품, 서비스에 적용 중이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제품과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융·복합되면서 이러한 제품의 출시와 사장 주기가 빨라지면서도 경계가 모호해지다보니 규제와 법규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자연스레 필요하게 된 제도이다.

기업들은 출시가 준비된 멋진 아이템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규제신속확인 신청을 하길 권고해 본다. 신청 자체도 사실상 간소하며 그 처리와 회신도 사실상 빠르다. 하지만 여러 스타트업 기업이 신청을 했다가 좌절하고 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왜 쉽지 않은 것일까?

현행법과 규제의 장벽이 생각보다 높고 두텁다. 해당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제품화가 한참 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신청하거나 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할 경우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제품이 창의적이고 융·복합되어 있을수록 규제 또한 융·복합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온어스 50kW급 이동형 그린발전기-인디고50_3/이온어스 제공

 

이번 ‘2021년도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승인을 받은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의 예를 들어 보자. 시스템은 간단하다. 디젤발전기가 워낙 시끄럽고 매연이 많이 나와 민원도 많고 관리도 번거로워 이걸 대체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트럭에 싣고 다니는 삼상전원 입출력이 되는 거대한 보조배터리다. 경부하 요금으로 충전하거나 태양광으로 충전하거나 급하면 가까운 전기차충전소나 건물에서 충전해서 쓰는 모바일 ESS 개념이다.

하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동급 디젤발전기가 18만 원 어치 기름을 쓴다면 이 제품으로는 충전하는 데에 2만 원도 들지 않는다. 물론 속을 들여다보면 안전을 위해 전기차배터리로 구성을 하거나 Ai-BMS/Cloud Platform/탄소배출권 이런 것들이 있겠지만 외견상으로는 각설탕처럼 생긴 indego50이라고 이름 붙인 배터리형 발전차이다.

이 제품은 현재 법규에 문제 될 수 있는 요소가 있어 실증특례의 검토대상이 된다. 첫 번째, 전기사업법이나 전기설비기술기준은 모든 전기설비가 한 자리에 잘 설치되어 전기가 잘흐르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있다. 전기는 전선을 타고 다닌다. 그런데 이동형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은 전기가 물리적으로 전선을 떠나 돌아다니게 되어 있다는 데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일례로 만약 저렴한 요금을 쓰는 곳에서 충전을 한 후 비싼 요금을 쓰는 곳으로 달려가 피크저감 용도로 방전한다면 전기사업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 많은 이동으로 사용전검사와 정기검사의 진행에 어려움을 갖고 있다.

두 번째, 안전을 위해 채택한 전기차배터리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 시행세칙’에 의거한 구동축전지 시험인증을 받는다. 그러나 완성품인 이 거대한 보조배터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ESS인 것이다. 따라서 KC기준의 ESS 안전시험 등을 받아야한다. 일부 교차인증의 불합리함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배터리의 구조도 다르다보니 시험에 관련해 지정공인시험기관마다 의견도 엇갈리고 있지만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고 흥미롭다.

이러한 것들이 실증특례 부여 조건인 것이다. 아마도 실증특례가 끝나갈 때 즈음이면 관련 법령들과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 등에 새로운 항목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규제신속확인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자. 위와 같은 사례 외에도 승인기관의 신속 확인을 통해 규제가 없으면 회신이 없을 것이고 그럼 시장에 출시하면 된다. 규제가 있으면 회신이 오게 되며 애매하거나 불합리하다면 임시허가로 진행되어 해당 샌드박스 기간 동안 법령정비 후 정식 허가되어 시장에 출시된다. 애매하거나 불합리한 것 외에도 금지사항이 있다면 실증특례가 되어 ‘실증과 인텐시브 케어’를 통해 법령정비 후 동일하게 정식 출시하게 된다. 물론 실증특례 심사과정에서는 수많은 법리적, 운용 및 안전조건 등에 대한 검토들이 지나가고 전문위원들의 심사 확인을 거쳐 승인을 받는 것이고 불허될 수도 있다.

승인을 받은 날로부터 정해진 기간(통상 2년)동안 승인 전 검토됐던 저촉 법령에 대해 실증특례 인정을 받는다. 단, 승인 사업에 따라 구역이 한정된다. 한마디로 ‘샌드박스’ 영역이 정해지는 것이다. 샌드박스 안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책임보험은 전 기간 동안 반드시 가입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제품이나 서비스나 너무나 독창적이거나 특이하다면 보험사가 인수를 거절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사유서와 손해배상방안 등을 마련하면 된다.

실증특례 승인은 조건부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그 조건을 샌드박스 안에서 잘 이행하면 된다. 처음부터 불합리한 것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1년간 서비스 해보면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되어서 협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세상에 콘센트형전기차충전기 제품을 알린 스타트업 회사가 있다. 무엇보다 그 이후 투자유치를 통해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고 샌드박스 승인기업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조달청 혁신 시제품으로 선정돼 현재는 지자체 15곳에 납품을 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샌드박스 안에서 2년의 시간 동안 충분히 제품과 서비스를 다듬고 그 외곽에서는 제도와 법령으로 시장이 만들어지는 멋진 컬래버레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력 분야에서도 지능형전력망과 분산자원의 확산으로 인해 종래의 계통구조가 와해되며 점차 탈중앙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데다 새로운 융 · 복합 제품과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형 ESS처럼 새로운 기술로 만든 신제품에 기존법규를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신제품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 규제샌드박스는 제도적으로 시장 환경을 조성해줘 신사업자들의 활로를 열어주는 정책이다.

허은 이온어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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