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발전 퇴출 법정책을 둘러싼 몇 가지 법적 쟁점
석탄화력발전 퇴출 법정책을 둘러싼 몇 가지 법적 쟁점
  • 박진표
  • 승인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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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Net Zero) 목표 선언을 통해 그 지향점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와 함께 석탄화력발전소는 머지않은 시기에 전부,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거의 대부분이 퇴출돼야 하는 운명임이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석탄화력발전은 그간 안정적, 경제적 전력공급을 위한 기저전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 왔기에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은 매우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자가 수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발전설비가 좌초하게 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법적 갈등이 크게 표출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에너지전환 정책이 기존 석탄화력발전 법정책을 폄하한 채 석탄화력발전소를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처럼 취급하는 기조 하에 수립된다면 아마도 국내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법적 분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존 석탄화력발전 법정책이 해결하고자 했던 당면 과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기존 법정책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나아가 법적 측면에서 석탄화력발전 퇴출 법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고자 한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누구의 업보인가?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 대응이 인류의 대의로 승화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들이 여전히 건설되고 있을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라는 환경적 가치를 외면한 채 그저 이윤이라는 물질적 탐욕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업보에 불과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정부 정책의 변천과정을 살펴봐야 한다. 비교적 최근에 건설됐거나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발표된 제5차 계획(계획기간: 2010~2024년)은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와 같은 기저설비의 확충을 통한 경제적 전력공급체계의 구축을 발전설비계획 수립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는 동 계획에서 밝혔다시피, 전력수요예측 오차, 수요관리목표 과다 반영 및 에너지원 간 상대적 가격차에 따른 전환수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2000년대 후반 들어 전력수요가 예측보다 높음에 따라 수급여건이 상당히 악화된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다.

2011년 9.15 정전사태 이후인 2013년 2월 발표된 제6차 계획(계획기간: 2013~2027년)은 안정적 수급관리와 충분한 예비력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명분으로 2027년까지 1만 500M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010년 이
후 실적수요가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예측수요보다 5,000MW 이상 상회하는 오차가 발생했다. 특히 2012년에는 무려 7,171MW(예측수요: 6만 7,120MW, 실적수요: 7만 4,291MW)의 오차가 발생함에 따라 설비예비율이 급락한 것에 대한 부득이한 대응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5 · 6차 계획은 건설의향 평가기준 상 민간기업 촉진내지 민간투자 촉진이라는 평가기준에 5 내지 6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민간 석탄화력발전소의 대규모 진입을 유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15년 7월 발표된 제7차 계획(계획기간:
2015~2029년)에 이르러서는 Post 2020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저탄소 전원의 확충이 긴요하다는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발전설비계획 수립방향을 변경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7년 12월 발표된 제8차 계획은 에너지전환로드맵(2017. 10)과 미세먼지 종합대책(2017. 9)을 반영해 경제성을 확보하면서도 안전하고 깨끗한 발전원을 구성한다는 내용으로 발전설비계획의 목표를 크게 바꿨다. 아울러 제8차 계획(계획기간: 2017~2031년)은 전력시장 운영시 경제급전과 환경급전의 조화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같은해 개정된 전기사업법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경제성, 환경 및 국민안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전력거래소로 하여금 전력시장 및 전력계통의 운영과 관련해 경제성, 환경 및 국민안전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했다(동법 제3조 제2항, 제3항, 제25조 제5항).

2020년 12월 발표된 제9차 계획(계획기간: 2020~2034년)은 안전하고 깨끗한 전원믹스로의 에너지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는 인식 하에 미세먼지 · 온실가스 문제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을 과감하게 감축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제8차 계획 대비 강화된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함을 밝히고 있다.

이상과 같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정부 정책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정부가 종래에는 안정적이며 경제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을 유도했음을 알 수 있다. 전기사업법 및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 상 정부는 발전사업허가권을 통해 전원구성을 좌우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은 단지 사업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의에 역행하는 스스로의 위험 부담 하에 선택한 것이라고만 결론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기후변화 측면의 문제의식은 비교적 최근에서야 정부정책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였음도 알 수 있다.

정산조정계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보조금일까?

에너지전환을 사명으로 하는 일부 그룹에서는 현행 전력시장보상체계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보조금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 결과 전력시장 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좌초자산(예상치 못한 조기 상각, 평가절하 또는 부채의 전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산)화가 지연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의 중심에는 정산조정계수제도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보상방식이 존재한다. 정말 그런 것인지 아래에서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CBP(Cost-Based Pool)라 불리는 현행 변동비 반영 전력시장체제에서 석탄화력발전소는 크게 전력량요금(에너지 요금)과 용량요금을 지급받고 있다. 다만 전력량요금은 정산조정계수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전력량요금은 실제 전력거래에 대해 지급되는 것으로 그 가격은 전력거래일 하루 전 발전계획을 통해 1시간 단위로 결정된다. 구체적으로는 전력거래일 하루 전에 예측된 전력수요곡선과 공급입찰 참여 발전기들의 공급곡선이 교차하는 점에서 가격이 매 시간 단위로 결정된다. 그 중 가장 높은 발전비용을 가진 발전기를 한계가격 결정 발전기로 처리하고 그 한계가격(System Marginal Price, SMP)을 그 시간대의 시장가격으로 결정한다.

중앙급전발전기는 입찰 참여에 대해 용량요금(Capacity Payment, CP)을 지급받는다. 용량요금은 실제 발전 여부와 관계없이 전일 입찰에 참여한 발전기의 용량에 비례해 지급되는 것으로 발전사들의 고정비 회수를 돕고 발전사들에게 신규투자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용량요금은 현재 ‘기준용량가격(RCP) × 용량가격계수(RCF) × 시간대별 용량가격계수(TCF) × 연료전환성과계수(FSF)’라는 복잡한 산식에 의해 산정되고 있다. 정산조정계수는 한국전력공사의 발전자회사에 적용되는 것과 민간 석탄발전사에 적용되는 것으로 구분된다. 발전 자회사 정산조정계수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재무균형유지(투자보수율 격차 유지), 전원 간 투자우선순위 유지 등 기준에 의거해 산정되고 있다(참고로 발전자회사 간 최소자본비용 상호 보전 및 당기순손실 방지 기준은 공정거래법 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위반 등 문제로 2020년 12월 29일 삭제됨).

민간석탄발전기 정산조정계수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한 유인을 고려해 산정되며 전력시장가격 안정 시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당초 석탄발전기 등 저원가 발전기에 대해서는 전기사업법 제34조 제2항에 근거해 정부승인차액계약(Vesting
Contract)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2016년 정부가 전기사업법 상 별다른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유를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각에서 발전자회사 석탄화력발전기와 민간 석탄화력발전기에 대해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는 것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저발전기(원자력, 석탄)와 첨두발전기(LNG) 간 연료가격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2020년과 같은 이례적인 저유가시기를 제외하고는) 기저발전기가 전력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초과이윤을 얻게 되는바, 이는 궁극적으로 전기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에 반영되거나 한전의 재정적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산조정계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기저발전기의 초과이윤을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임기응변적 수단이다. 더욱이
정산조정계수는 1을 상한으로 함에 따라 이례적인 저유가 시기에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자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됨에도 불구하고 (발전자회사의 경우) 그러한 손실을 보전 받지 못하거나 (민간사업자의 경우) 추후 정산조정계수가 1미만으로 하락하는 때에야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산조정계수는 (비록 법적 근거가 없는 점에서 위헌적인 제도로 상당히 의심 받고 있기는 하지만) 석탄화력발전기에 대한 초과이윤 억제장치인지 석탄화력발전기의 생존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보조금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은 위헌심사기준이라는 법적장애물을 넘어설 수 있을까?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퇴출시키려는 정부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과 미세먼지 저감과 같은 환경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제5차 및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당시 안정적이며 경제적인 전력공급을 추구했던 정부 정책을 신뢰해 전력시장에 진입한 발전설비를 좌초시키는 점에서 석탄화력발전 사업자와의 법적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 그리고 퇴출에 따른 보상금 지급 여부, 보상금의 규모와 공정한 전환을 위한 비용 부담 등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지면관계상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시키려는 요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법적 문제를 검토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위헌성 문제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요구가 발전사업자의 사유재산권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로서 위헌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업자가 정부 정책 또는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의에 순응해 자발적으로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철회한다면 ‘공권력의 행사’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애당초 위헌 시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비록 정부가 사업자에게 석탄화력발전사업 철회를 권유하더라도 강제의 수준에 이르지 않는다면 그러한 권유행위를 공권력의 행사라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의 실행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을 강제하는 법률이나 행정명령을 제정하고 이를 집행한다면 이는 명백히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위헌심사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비록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공익 목적에 크게 기여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권력의 작용을 통해 실행된다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하에서 헌법이 요구하는 기준을 준수해야 함은 당연하다.

우선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법률의 내용은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 법률이 아닌 정부 정책에만 의존한 공권력의 행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폭력과 구분되지 않는다.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은 에너지 분야에서의 국가의 대계를 좌우하는 점에서도 명확한 법률규정에 안정적 기반을 두고 실행함이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이 법률로 제정된 경우를 전제로 계속 논의를 전개한다.

신규 발전사업을 허가하지 않는 입법의 경우

만약 그러한 입법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신규 발전사업 허가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라면 이는 재산권 침해보다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 헌법상 직업의 자유는 기업의 설립과 경영의 자유를 의미하는 기업의 자유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직업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와 직업행사의 자유로 구분된다. 직업결정의 자유는 직종 선택의 자유, 직업이탈의 자유, 전직 내지 전업의 자유를 포함하고 그 가운데 직업수행의 자유는 선택한 직업을 영위하면서 사회적 · 경제적 생활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자유를 의미한다. 직업수행의 자유는 직업결정의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보호의 필요성이 낮다고 봐 공공복리 등 공익적 이유로 비교적 폭넓은 규제가 허용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신규 발전사업 허가를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이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시키는 입법의 경우

반면 석탄화력발전 퇴출 법률이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에 적용될 경우에는 법적으로 큰 논란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 우선 그러한 입법이 헌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재산권의 한계 범위 내에 있거나 또는 같은 조 제2항 소정의 재산권의 제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특히 다투어질 수 있을 것이다. 헌법 제23조 제1항은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그러한 입법이 헌법 제23조 제1항 내지 제2항의 문제에 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러한 입법의 헌법적합성 여부는 이른바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이라 불리는 위헌심사기준에 의해 평가될 것이다. 이때 비록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제한이 실질적으로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형해화시키는 수준에 이른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환경적 가치에 어느 정도의 공익적 중요성을 인정할 것인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퇴출시키는 것이 그러한 공익 목적에 어느 정도로 실효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그러한 공익 목적 달성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외에 다른 적절한 대안이 없는지, 그리고 그러한 환경적 가치가 발전소 퇴출로 인해 사업자가 입게 되는 재산적 손실에 비해 월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인지 등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통해 결론이 내려지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배출권거래제라는 온실가스 감축수단 내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미세먼지 저감수단이 법적으로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 극단적인 퇴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입법이 어떤 석탄화력발전소는 퇴출시키면서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는 계속 가동하도록 허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그러한 차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입법은 자의적인 차별로 인정돼 헌법 상 평등의 원칙 위반 논란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헌법상 재산권 보장은 재산권형성적 법률유보에 의해 실현되고 구체화되며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는 제약을 받는 점에서, 만약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출을 요구하는 입법이 헌법 제23조 제1항 내지 제2항의 문제에 관한 것으로 인정되고 나아가 비례의 원칙 내 지 평등의 원칙이라는 위헌심사기준을 통과한다고 한다면 사업자가 입게 되는 재산적 손실은 재산권의 한계 내에 있거나 공공복리에 따른 재산권 제약의 결과로 평가돼 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 퇴출 법률이 기후변화 대응 내지 미세먼지 저감을 명분으로(천연가스화력발전소 등 다른 온실가스 내지 미세먼지 배출원, 심지어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는 계속 가동하도록 하면서) 특정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입법은 헌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재산권형성적 법률유보 내지 같은 조 제2항 소정의 재산권의 제약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입법은 석탄화력발전소라는 재산의 소유 · 사용 · 수익 · 처분에 있어서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형식으로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형성하거나 재산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재산(석탄화력발전소)을 공공필요에 의해 개별적 ·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보는 편이 보다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우 석탄화력발전 퇴출 입법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 제한에 해당하며 그로 인해 초래되는 사업자의 손실은 원칙적으로 해당 정책을 실행하는 국가가 부담함이 타당하다. 헌법 제23조 제3항은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 공공복리 등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 · 사용 · 제한을 허용하고 있다.

위 헌법 규정은 이와 같은 공용제한과 그에 대한 보상이 모두 법률에 근거할 것, 그리고 공용제한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할 것을 요구한다. 공공필요는 국가 정책적인 고려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며 재산권의 제한은 개인의 특정 재산권에 대하여 과하는 공법 상의 제한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환경법적 관점에서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를 환경오염물질로 보고 오염원인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 사업자가 환경규제에 따른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은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 활동으로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의 원인을 발생시킨 자가 그 오염 · 훼손을 방지하고 오염 · 훼손된 환경을 회복 · 복원할 책임을 지며, 환경오염 또는 환경훼손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에 드는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이다(환경정책기본법제7조).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은 환경보전을 위한 사업으로 현저한 이익을 얻는 자에게 해당 환경보전을 위한 사업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수익자 부담원칙(2021. 7. 6. 시행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의2) 내지 국가 · 공공단체 · 생산자 · 소비자 등이 환경오염의 예방 · 감소 · 제거를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공동부담의 원칙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정상적인 생산 활동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물질이다. 온실가스는 석탄화력발전 과정에서만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제철소, 공장, 자동차 등 다양한 배출원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에서 온실가스 배출행위를 일반적인 환경오염물질 배출행위와 동질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미세먼지도 어느 정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에 대해서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을 적용하는 주장이 타당한지는 의문이 있다. 효율이 높고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잘 갖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발전량 단위당 온실가스 내지 미세먼지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가동 초기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가동기간 중 온실가스 내지 미세먼지 누적 발생량이 미미하거나 없는 점에서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을 그러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시 보상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의 기본 개념에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마저 든다.

이와 같이 석탄화력발전소 퇴출은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공용제한과 그에 대한 보상의 문제로 이해된다고 한다면 앞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문제는 입법에 의해 퇴출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보상의 범위와 수준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보상 재원을 마련함에 있어 공동부담의 원칙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동부담의 원칙은 환경오염이 경제활동에 의하여 야기되는 불가피한 요소가 있으므로 원인자에게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논거로 한다.

에너지전환법안에 대한 소고(小考)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에너지전환법안)이 현재 국회 심의 중이다. 에너지전환법안의 제안 이유는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제 8,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드러난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발전을 확대하는 에너지전환정책에 대한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고 체계화하는 데에 있다. 에너지전환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에너지전환의 정의 :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위하여 원자력발전 및 석탄화력발전 등 단계적 축소, 신 · 재생에너지발전에 의한 전력공급 확대 및 수요관리 강화를 위한 구체적 목표 또는 그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을 의미함(안 제2조).
-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에너지전환을 위하여 발전사업자와 발전사업의 변경 · 취소 · 철회 등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수 있음(안 제6조 제1항).

- 산업부장관은 발전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 이후 전원 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발전사업 허가 등의 취소 · 철회 · 변경 시 해당 발전사업의 추진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음(안 제7조 제1항). 발전을 개시하지 않은 발전사업자에 대하여는 부지매입비 · 공사비 · 용역
비 · 인건비 등을 고려하여, 발전을 이미 개시한 발전사업자에 대하여 취소 · 철회 · 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평가한 발전시설의 잔존가치 등을 고려하여 지원 대상 비용을정함(안 제7조 제2항, 제3항).
- 산업부장관은 에너지전환을 위하여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경우에 한정하여 발전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발전사업자에 대하여 지정 등을 철회할 수 있고, 이 경우 해당 발전사업자에 대하여 비용을 지원할 수 있음(안 제10조 제1항, 제3항).
- 산업부장관은 에너지전환 대상 산업의 원활한 구조개편을 위하여 설비 매각이나 담보 해제 · 해체 등, 재취업훈련 · 취업알선 등 고용안정, 퇴직금 · 전업지원금 등 노동자 지원, 기술이전 · 고용승계 등 유휴 경영자원 활용 사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음(안 제11조 제1항).
- 산업부장관은 에너지전환 대상 지역에 주민복지지원사업 또는 기업유치지원사업 등을 할 수 있고, 해당 지역 내 토지소유자가 에너지전환으로 인하여 입은 피해를 지원할 수 있음(안 제12조 제1항, 제2항).
- 원자력발전소 또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는 해당 발전시설을 운전하여 생산되는 전력량에 비례하여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함(안 제14조).
- 이 법에 따른 지원금 또는 보조금의 지원을 위하여 에너지전환기금을 설치함(안 제16조).

현재 에너지전환법안과 관련해 업계와 학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규정은 법안 제10조 제1항이다. 위 규정은 산업부장관이 에너지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별히 필요한 경우 발전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발전사업자에 대하여 지정 등을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데 어떠한 경우에 지정 등을 철회할 수 있는 특별한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그리고 전력수급의 안정성 유지 등 측면에서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일거에 퇴출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할 때, 어떤 발전소는 퇴출시키고 어떤 발전소는 계속 가동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도 제시돼 있지 않다.

앞서 살펴본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이러한 쟁점들은 (만약 그대로 입법될 경우) 에너지 전환법안 제10조 제1항의 위헌성 문제 판단 시 중요하게 고려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보상의 정당성이 문제될 것이다. 에너지전환법안은 발전사업자에 대해 지정 등을 철회하는 경우, 발전을 개시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부지매입비 · 공사비 · 용역비 · 인건비 등을 고려하고 발전을 이미 개시한 사업자에 대하여는 발전시설의 잔존가치 등을 고려하여 지원 대상 비용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위 규정은 비용지원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보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보상규정은 사업자가 석탄화력발전사업을 통해 기대했던 장래 수익을 고려요소로 명시하고 있지 않음에 따라, 이와 관련해서는 헌법 제23조 제3항 소정의 ‘정당한 보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다투어질 것이다. 나아가 에너지전환법안은 에너지전환기금의 재원을 마련함에 있어서 원자력발전 사업자와 석탄화력발전 사업자로 하여금 발전량에 비례해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부담금 납부규정은 오염원인자 책임원칙을 변형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석탄화력발전 퇴출에 따른 보상은 헌법 제23조 제3항의 원칙 내지 공동부담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점을 고려할 때 에너지전환기금의 재원에 관해서는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부담금 납부의무와 관련한 헌법적 문제 또한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탈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은 법의 지배(Rule of Law)에 따라 실행돼야 한다. 에너지전환 정책, 그 가운데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은 부득이하게 석탄화력발전 사업자의 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속성을 지니게 된다. 그러므로 석탄화력발전 퇴출 정책을 실행함에 있어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이 성문법률에 의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나아가 공공필요에 의해 사업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적법절차 원칙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된 과거의 여러 정부 정책들이 종국에는 수많은 법적 갈등과 분열, 그리고 위법성 논란 등 후유증을 남겼던 것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박진표 법무법인(유한)태평양 변호사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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