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공정한 전환’ 논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공정한 전환’ 논의
  • 박경민
  • 승인 2021.0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구 온도가 앞으로 2℃ 이상 오르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이상 기후가 발생해 인류와 동식물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래서 전 세계는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주범, 탄소 배출을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탄소중립, 즉 배출하는 탄소량과 저감하는 탄소량을 같게 만드는 넷-제로다.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을 위한 준비가 다양한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정한 전환’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공정한 전환은 정책으로 구조조정에 직면한 산업이나 노동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1998년 캐나다의 환경 노동운동가 브라이언 콜러가 밝힌 정의로운 전환과 유사한데, 콜러는 ▲공정성 ▲재고용 ▲보상 ▲지속가능성 ▲프로그램 등 5가지 요소가 정의로운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관련 정책이 속속 발표되고 후속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범정부 추진기구인 ‘탄소중립위원회’ 출범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민관이 함께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지 약 6개월 만이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의결되면서 이번 달 출범이 예정되어 있다. 기존의 녹색성장위원회, 국가기후환경회의, 미세먼지 특별위원회 등 3개의 위원회가 탄소중립 위원회로 통합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 3600만톤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향후 상향될 가능성은 있지만 어쨌든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전력생산, 특히 석탄발전 부문에서 획기적인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력분야 국가계획인 에너지기본계획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가동 후 30년이 지난 석탄발전소는 모두 폐쇄된다. 2022년까지 노후 석탄발전기 6기가 폐지되며 이후에는 LNG발전으로 연료를 전환하는 석탄발전소도 많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출구전략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석탄발전소가 없어지면 발전소 하나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석탄발전사는 직격탄을 맞고, 고용도 줄게 된다. 지역경제도 주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때 발생하는 일자리 공백이나 발전회사의 손실 등을 보전하는 방안이나 관련 예산 등은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에 따르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석탄발전 30기(15.3GW)를 폐지하고 이 중 24기 (12.7GW)를 LNG 발전으로 전환하면 약 3,500명의 일자리 감소가 예상된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추진되는 정책으로 인한 불가피한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고 재취업을 교육하는 방안이 없다면 사회적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우리보다 먼저 에너지전환을 추진 중인 독일은 탈석탄법을 제정, 배출권 할당수입을 활용해 석탄발전사, 발전사 소속 노동자, 석탄발전소 입지 지역 모두에 대해 보상과 지원을 함으로써 공정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노후 석탄발전소 1MW당 보상금은 약 6만 6천유로다. 우리 돈으로 약 9천만원에 이른다.

EU 역시 에너지전환에 따른 지역사회, 산업, 노동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지원을 위해 최소 1,000억유로 규모의 기금과 교육·훈련, 투자·일자리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에 대한 국가 비전 마련 ▲탄소중립 이행 계획 수립 ▲탄소중립 정책 추진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 및 지역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한 전환에 대한 논의가 들어간다면 마지막 꼭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역, 일자리, 발전사 보상 등에 대한 의미있는 검토와 관련 재정 마련 방안과 사용처의 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공정한 전환에 대한 논의가 하나 둘 다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석탄산업합리화정책에 따른 광해관리공단 설립 등과 같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노동자의 재취업, 고용 전환 등을 추진하는 전담 기관을 두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목표, 에너지전환이 공정한 방향에서 이뤄지는 것, 모두가 원하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