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정의를 추구해야 할까
어떤 정의를 추구해야 할까
  • 박경민
  • 승인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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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삶에 돌파구는 있을까. 해방 이후 부모세대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첫 세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청년들은 연일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부르짖는다. 코로나19 사태에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정책은 ‘조삼모사’가 되어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조건 다 똑같이, 기계적 평등이 차라리 낫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등장하고 있다. 정의와 평등, 공정 좋은 말이고 모두 달성되어야 마땅한 가치들이지만 왠지 실현은 요원해 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평균적 정의와 분배적 정의 두 가지로 나눠 생각했다. 평균적 정의는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개념이다. 빵이 3개, 사람이 2명이라면 각각 하나씩 나누고, 남은 하나를 반씩 가져가면 된다는 것이 평균적 정의다. 분배적 정의는 조금 복잡하지만 다른 요소가 개입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예컨대 좀 더 배고픈 사람이 2개를, 그렇지 않은 사람이 1개를 먹을 수 있다는, 또는 빵 3개를 얻는데 더 많이 기여한 사람, 더 많이 노력한 사람이 2개를 먹을 수 있다는 논리다.

존 롤즈(1921~2002)는 이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을 한 단계 발전시켜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제 1원칙은 평등의 원리다. 누구에게나 기본적 권리와 의무, 자유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에 보장된 다양한 자유들,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제 2원칙은 차등의 원칙, 기회 균등의 원칙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불평등은 사회에서 가장 약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최대의 이익, 즉 불평 등을 보상받을 만한 이익이 주어지는 경우에 한해 정당하다. 아울러 공정한 기회의 균등의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

이 2가지 원칙에 합의하는 데는 전제가 필요하다. 합의의 당사자들은 타인의 이해관계에 대해 무관심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건강, 재능, 가치관, 철학 등에 대해선 알지 못하는 이른바 ‘무지의 장막’에 가져져 있다는 것이다. 롤즈는 이런 상황에서 상위 계층 또는 하위 계층 하나를 정해 더 많은 이익의 극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가정하고 이 경우 대부분 인간은 나도 하
위 계층에 속할 수 있다는 불안으로 인해 하위 계층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가게 하는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롤즈의 주장에 따르면 3명에게 40, 80, 100이 분배되는 A사회는 3명에게 60, 70, 80이 분배되는 B사회보다 덜 정의롭다. 재화의 합은 220과 210으로 A사회가 더 크지만 약자에게 분배되는 양이 A사회가 40으로 더 적기 때문이다.

로버트 로직(1938~2002)은 이러한 롤즈의 견해와는 배치되는 정의론을 주장한다.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을 좀더 강조하는 것이 노직의 입장이다. 정당하게 소유물을 취득했다면 거기에 대해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자기 소유권 원칙’이 노직 정의론의 뼈대가 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노동을 통해 얻은 사유재산을 소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최초 취득의 원칙(제1원칙), 어떤 사유물에 대한 권리가 있는 사람에게 그를 정당하게 양도받았다면 소유권도 양도된다는 정당한 양도의 원칙(제2원칙), 마지막으로 제1원칙과 2원칙을 적용하지 않으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취득과정이나 양도과정에서 부조리나 불법이 있다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교정의 원칙(제3원칙)이 노직의 정의론을 구성한다.

노직은 자발적으로 기부를 하는 자선 행위는 권장하지만 개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복지, 예컨대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약자를 돕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분배가 허용될 수 있다는 롤즈의 주장과 배치된다.

취득과 양도의 정의를 이야기한 제 1, 2원칙에서 부당함이 없다면 빈부격차나 사회적 불평등 상황도 정의롭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정치인, 기업가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의 여러 논란과 부동산 문제, 남녀평등 문제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면서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아리스토텔레스, 존 롤즈, 토마스 노직 이 세 사람이 말한 정의론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정의를 어떻게 추구해야 할까. 교과서엔 답이 없는 듯 하다.

박경민 기자 pkm@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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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2022-03-22 18:28:58
안녕하세요! 글을 너무 깔끔하게 잘 써주시는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