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기업PPA’ 국내 기업 탄소중립 디딤돌 역할 기대
재생에너지 직접 구매 ‘기업PPA’ 국내 기업 탄소중립 디딤돌 역할 기대
  • 박경민
  • 승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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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가 탄소배출 감축을 통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대체하는 RE100 캠페인 등에 동참하며 이러한 기후위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RE100에 참여하고 싶어도 관련 제도가 없어 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녹색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제도들이 완비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특히 지난 3월 이른바 ‘기업PPA’를 규정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기업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한전 없이도 직접 전력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발전사업과 판매사업의 겸업을 금지한 전기사업법 규정으로 전기 판매는 한전만 할 수 있었지만 기업PPA 법으로 인해 재생에너지에 한해서 예외가 인정됐다. 부분적으로 한전의 전기 판매 독점이 깨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따로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며 온실가스 배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던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직접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기업PPA가 전기 판매시장 개방을 비롯해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저렴한 재생에너지를 선점하고, 일반 소비자의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시장 상황으로 비춰 볼 때 이 같은 진단은 거리가 멀다. 태양광, 풍력 할 것 없이 아직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PPA는 기업들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것은 특혜라기 보다는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차원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후 관련 기제가 얼마나 강화될지,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상쇄시킬지 여부를 여기서 논의할 수 있다. 이미 재생에너지 활용 관련 준비를 끝마친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압박은 점점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그런 차원에서 기업PPA는 우리나라 전체의 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대하고, 활성화 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선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한전이 소유하고 있는 송배전 전력망 사용과 관련한 문제다. 그동안에는 한전이 전기 판매를 전담해 온 만큼 관련 내용의 논의는 불필요했다. 전력시장에서 새로운 거래가 만들어지는 기업PPA 실현으로 발전-수요자 간 직거래에 따른 전력망 이용요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비용기반 전력시장구조로 인해 발전 측 망 이용요금 부과를 유예하고 수요측에 100% 부과하고 있다. 기존 발전사들은 망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있었지만 기업 PPA 제도 하에서는 형평성을 위해 전력시장 내외 거래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기업과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자 모두가 기업 PPA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 마련도 필요하다. 녹색요금제나 제3자 PPA 등을 이용하는 것보다 기업 PPA에 드는 비용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면 여기에 참여할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무할 수 밖에 없다. 동일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생산과 구매가 이뤄질 경우 혜택을 주는 논의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지역생산-지역소비 체계 이행은 물론 특정 지역에 편중된 재생에너지 집중 현상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구매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기여해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에 따라 기존 석탄발전소 운영을 멈춰야 하는 발전공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 마련도 요구된다. 발전소 하나가 문을 닫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발전사의 매출 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세수 감소, 일자리 감소 등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조직과 인력, 발전사업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발전공기업들이 기업 PPA에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공정한 전환’을 이뤄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기업 PPA 세부 제도 설계도 한창이다. 발전사업자, 공급자, 소비자, 한국전력 등의 의견을 잘 수렴해 혼란을 방지하고 제도의 안착과 재생에너지 활성화, 탄소중립을 지원할 때다. 응원과 감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경민 기자 pkm@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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