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식 해상풍력, 바다 위 유전될까?
부유식 해상풍력, 바다 위 유전될까?
  • 이훈 기자
  • 승인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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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비전 선포식’ 참석
부유체 위에 발전타워 세우는 방식 … 입지 제약 자유로워 대규모 단지 조성 가능

“부유식 해상풍력단지는 바다 위 유전이 될 것이며, 2050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6일 울산에서 열린 ‘부유식 해상풍력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부유식 해상풍력의 중요성을 이같이 밝혔다. 이를 계기로 부유식 해상풍력이 주목받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이란 발전타워를 바다 위에 띄워 발전하는 방식이다.

일반 고정식 해상풍력이 해저 지반에 고정한 기초 위에 발전타워를 올리는 데 반해 부유식은 해저 지반에 닻과 쇠줄로 연결된 부유체 위에 발전타워를 세우는 방식이다. 수심이 깊은 해저에 발전기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어 위치만 잘 잡으면 주변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할 일도 없다. 또한 50~60m 이상 깊은 바다에도 설치가 가능해 먼 바다의 우수한 바람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입지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대규모 단지 조성도 가능하다.

이런 장점을 내세워 세계 연구기관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을 장밋빛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풍력에너지협의회(GWEC)에 따르면 부유식 해상풍력이 2030년 아시아, 유럽, 북미 등을 중심으로 최대 19GW규모로 설치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기구(IRENA)도 2030년 최대 30GW까지 부유식 해상풍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 · 유럽 · 북미 중심으로 확산 … 2030년까지 최대 19GW 규모 설치 예상
국내 최초 프로젝트,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울산시, 서울시 면적 2배 규모 단지 건설 … 총 사업비 36조 원 투입

세계 최초의 부유식 해상풍력은 2009년 에퀴노르가 노르웨이에 실증용으로 설치한 2.3MW 하이윈드 프로젝트다. 에퀴노르는 하이윈드 실증단지 개발을 통해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은 후 2017년 세계 최초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인 하이윈드 시범단지(30MW)를 스코틀랜드에 건설했다.

유럽 주요 국가의 해상풍력단지 운영정보를 제공하는 에너지넘버스에 따르면 하이윈드 시범단지의 평균 이용률은 55% 전후를 기록 중이다. 연간 130GWh 수준의 전력생산이 이뤄지고 있으며 약 2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두 번째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은 지난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포르투갈에 건설된 25MW 규모의 윈드플로트 대서양으로 8.3MW 풍력터빈 3기가 설치돼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의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총 4건이 건설 예정이다. 또한 에퀴노르가 노르웨이에 건설 예정인 하이윈드 탐펜은 설비용량 88MW로 세계 최대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될 전망이다. 일본도 22MW 규모의 고토 부유식 해상풍력 착공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외에 미국과 아일랜드도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한국개발연구원이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석유공사가 한국동서발전,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 에퀴노르와 함께 2026년 전력생산을 목표로 울산 앞바다에 200M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국내 최초의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 프로젝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KDI 예비타당성 조사 최종통과로 약 2만 5,000개의 일자리 창출과 약 20만 세대(4인 기준)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75만MW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울산시는 울산 해상 동해가스전 인근에 2030년까지 서울시 면적의 2배에 달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 576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6GW규모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총사업비 36조 원이 투입된다.

특히 부유식 해상풍력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20% 정도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영남권 전체 규모인 약 58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일자리 21만 개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연간 93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그린수소 8만 4,000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부유식 해상풍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처음 등장한 지 10년 이상 지났지만 현재까지 전 세계에 총 87.9MW 규모가 설치됐을 정도로 아직도 초기 단계다. 진행된 13개 프로젝트 가운데 실증용이 아닌 상업운전 용도로 개발된 사업은 2건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 부유식 해상풍력 개발 경험이 있는 나라는 6개국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의 핵심은 부유체의 기술력”이라며 “국내에선 해외 설계도를 가져와 그냥 제작만 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세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MW급 부유식 시스템 △운송 및 설치기술 △다이내믹 케이블 △유지보수 등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는 산업통상자원부 ‘MW급 부유식 해상풍력시스템 개발사업'에 최종 선정됨에 따라 국비 27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운영 중인 파력발전소 시험장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터빈이 개발 및 제작된다. 이후 1년간의 실증을 통해 성능을 검증한 후 2025년 상반기 상용화 풍력발전단지를 대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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