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SMR 개발 현황과 전망
세계 SMR 개발 현황과 전망
  • 이동형
  • 승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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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급격히 줄이면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의 경제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획기적인 에너지 저장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는 여전히 안정적인 기저전력원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자동차와 같이 최종에너지 소비의 전력화가 심화될 전망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전력 부문의 탈탄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전력시장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분산형 전원이 확대 중이다. 분산형 전원은 중앙집중식 전원과 구분되는 것으로 전력 소비지역부근에 분산해 배치 가능한 전원을 말한다. 분산형 전원으로 분류되는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인해 발전 부문 내 환경 친화성, 신뢰성, 탄력성, 유연성, 그리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여러 발전원의 속성을 고려해 재생에너지와 최적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 믹스에 대한 연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의 역할 확대

안정적인 기저전력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형 경수로는 그동안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전력생산뿐만 아니라 산업 공정열 공급, 수소 생산, 해수 담수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가능한 원자로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맞물려 원자력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제안되고 있는 가운데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는 △기존 석탄 화력발전 대체 및 수요지 인근 분산형 전력 제공 △오지 · 광산 지역의 주요 전력원인 디젤 대체 △양질의 증기를 공급하면서 중공업 분야에 사용되는 화석연료 대체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수소와 담수를 대량으로 생산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MR 시장 전망

영국 원자력연구소가 2016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65∼85GW 규모의 SMR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SMR 로드맵 보고서를 통해 △화력발전 대체 △오지에 열과 전력을 공급 △중공업 및 오일샌드에 증기와 전력 공급 △광산 지역 열과 전력을 공급하는 시장으로 구분하고 규모를 전망했다.

첫째, 2℃ 시나리오 기준으로 204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이 1,150GW, 천연가스 발전이 2,297GW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되며, 석탄화력발전의 15%와 천연가스발전의 5%를 SMR로 대체할 경우 연간 1,00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전 세계적으로 7만 개 이상의 오지에서는 디젤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24%를 SMR로 대체할 경우 연간 30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셋째, 2040년 기준 화석연료 발전소 348GW를 운영해 중공업과 오일샌드에서 사용되는 증기와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 중 5%를 SMR로 대체하면 연간 12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SMR 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매년 15개의 새로운 광산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곳에 공급되는 열과 전력은 대부분 디젤에 의존하고 있는데, 2030년부터 디젤의 61%를 SMR로 대체할 경우 연간 35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SMR 개발 현황

전 세계적으로 현재 70종 이상의 SMR이 개발 중이며 미국(17기)과 러시아(17기) 그리고 중국(8기)이 SMR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원자로 종류별로 보면 가압경수로 등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원자로가 31기로 가장 많이 개발되고 있다. 제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는 14기, 고속중성자로는 11기, 용융염로는 10기가 개발 중이다.

수냉각 SMR

수냉각 SMR은 냉각재와 감속재로 물을 사용하는 원자로이며 대형 경수로 대비 1/3~1/20 용량으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원자로 냉각재펌프 등의 주요 기기들을 하나의 용기에 담은 일체형 원자로가 일반적이다.

수냉각 SMR은 기술적 측면에서 높은 용융점과 안정한 재료적 특성을 가지는 세라믹연료를 사용하고 대형 상용원전의 오랜 운전경험과 사고경험을 지속적으로 반영한 안전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60년 이상의 시스템 운영 경험을 통해 요소기술들의 완성도가 높고 기술 입증과 표준화 작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구축된 제작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

주요국들의 개발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미국의 NuScale은 2029년 건설을 목표로 표준설계인가를 진행 중이다. Holtec International은 2026년 운영을 목표로 SMR-160을 개발 중이며 상용화 촉진을 위해 2018년부터 GEHitachi Nuclear Energy와 협력 중이다. 러시아는 KLT-
40S 원자로 2기를 선박에 장착한 세계 첫 부유식 해상원전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호를 2018년 5월에 진수해 2019년부터 운영 중이다.

이와 더불어 쇄빙선, 부유식 및 지상형 원전 등에 활용될 수 있는 다목적 일체형 원자로인 RITM-200은 개발이 진행되면서 해수담수화를 비롯한 각종 산업적 목적에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일체형 원자로인 ACP-100을 2019년 말에 건설을 착수해 2025년부터 운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전력생산과 해수담수화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소형 일체형원자로인 SMART 원자로를 개발했으며 2012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이와 더불어 2030년대 이후 세계 SMR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미래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산 · 학 · 연 공동으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가칭, i-SMR) 개발을 추진 중이다.

소듐냉각고속로 SMR

소듐냉각고속로 SMR은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고 고속중성자에 의한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시스템이다. 물에 비해 열전도도가 매우 높고 전열성능이 우수한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면서 원자로를 효율적으로 냉각할 수 있다. 또한 대기압에서 끓는점이 약 883℃이므로 일차 열전달 계통을 가압할 필요가 없다.

미국 정부는 선진원자로가 2050년부터 미국과 전 세계의 에너지 구성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2030년대 초반까지 최소 2개의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지 않는 비경수형 선진원자로에 대한 규제기관의 건설 인허가 검토가 완료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선진원자로 실증사업’에서는 TerraPower와 GE-Hitachi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Natrium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목적 소듐냉각고속중성자 시험로인 VTR(Versatile Test Reactor)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50MW급 PGSFR의 개념 및 특정 설계연구를 수행해 설계코드와 방법론에 대한 특정기술주제 보고서와 특성설계안전성분석보고서를 발행하고 현재 특정기술주제보고서에 대한 규제기관 승인을 추진 중이다.

고온가스로 SMR

고온가스로는 피복입자 핵연료, 흑연 감속재, 헬륨 냉각재를 사용하면서 경제적으로 950℃까지 고온 열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 시스템이다. 고온가스로에 사용하는 핵연료는 우라늄 커널을 세라믹으로 3중 코팅해 1,800℃ 고온에서도 방사성물질을 외부에 방출하지 않는다. 냉각재로 사용되는 헬륨은 방사능을 띄지 않으면서 950℃까지 고온의 열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850℃ 이상의 고온열을 이용한 고온 전기분해 또는 열화학 물분해 방법으로 청정 수소를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은 고온 열 활용과 수소 생산 등 핵심기술의 다양한 활용성을 고려해 피복입자 핵연료, 초고온 재료, 해석방법론 등을 개발 중이다. 최근 X-energy에서 개발 중인 Xe-100은 미국 정부의 ‘선진원자로 실증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5∼7년이내 규제기관 인허가 획득과 실증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시험로 HTR-10을 활용해 다양한 운전성능 및 안전성 실증시험을 수행 중이고 전력생산용 실증로인 HTR-PM을 건설했다. 현재 전력과 공정열 생산 목적의 상용로인 HTRPM600 개발을 위해 설계 최적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일본은 시험로인 HTTR을 활용해 전력생산(850℃)과 수소생산(950℃) 실증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8년 전력과 수소를 동시에 생산하는 GT-HTR300C 기본설계를 완료했으며 공정열 공급을 위한 열공급 기준 100MW급 상용로 설계 및 핵연료 연구개발을 착수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해외에서 도입이 어려운 핵심기술 개발에 착수해 현재 750℃의 고온열을 제공하는 실증로 설계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고온가스로 설계 해석을 위한 고유 핵심 전산코드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기술선진국에 수출했다.

용윰염로 SMR

용융염로 SMR은 토륨, 우라늄, 플루토늄, 마이너 악티나이드 원소들을 불소 또는 염소 화합물과 혼합해 핵연료로 사용하는 원자력시스템이다. 용융염로는 피복관 없이 고온의 핵연료가 열전달 매체로 사용되며 제어봉 없이 핵연료 주입량을 조절해 출력 제어가 가능하다.

미국은 1952년 원자력추진 항공기개발 사업으로 용융염로 개발을 시작해 설계개념 실증을 위한 소형 실험로 ARE 및 연구용 용융염로인MSRE를 건설했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들이 독자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용융염로 개념을 제시하고 있으며 TerraPower가 개발 중인 MCFR이 대표적이다.

캐나다는 최근 SMR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면서 용융염 기반 SMR 개념을 개발 중이며 Terrestrial Energy가 개발 중인 일체형 용융염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덴마크의 Copenhagen Atomics와 Seaborg Technology는 액체감속재를 사용하는 용융염로 개념을, 영국의 Moltex는 용융염 핵연료를 튜브에 넣어 냉각재 용융염과 분리한 Stable Salt Reactor 개념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소형장주기노심 개념 예비설계와 용융염 특성 분석 등의 연구가 진행 중이다.

SMR 앞으로의 전망

원자력발전은 전통적으로 낮은 연료비로 인해 발전소 용량을 증가시켜 에너지 생산 비용을 감소시켜왔다. SMR의 경우 구성품 단위로 상세한 비용 평가가 요구되지만 일반적으로 원자로 크기에 비례해 구성품 비용이 감소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SMR의 특징을 살리면서 균등화 발전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SMR 개발 산업체들이 주로 취하고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용량규모가 작은 만큼 금융비와 사업 리스크를 감소시키고 다음으로 공장에서 표준화된 구성품과 모듈을 미리 제작해 현장으로 이송 후 설치하는 방법으로 건설비를 낮추고 건설공기를 단축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설계 단순화와 선진 제조공법 적용으로 구성품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공장에서 다수의 모듈을 연속 생산함으로써 제작 효율성을 증가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 기술, 초장주기 핵연료 기술을 적용해 SMR 운영 및 유지비용을 효과적으로 저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2030년대부터 SMR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원자로가 시장을 선점할 것인지 현 시점에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기술 성숙도 측면에서는 경수형 기반의 SMR이 먼저 보급되고 그 다음으로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지 않는 소듐냉각고속로, (초)고온가스로, 그리고 용융염로 등이 다음 세대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형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전략부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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