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회의 대가 ‘이한진 숙성회’
숙성회의 대가 ‘이한진 숙성회’
  • 양준환 기자
  • 승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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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활어회와 숙성회의 차이 정도는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활어회는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자랑하고 숙성회는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장점이다.

예전부터 활어회는 우리나라에서, 숙성회는 일본에서 주로 즐겨먹는 방식이라 일컬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수준급의 숙성회를 다루는 음식점들이 많아지면서 숙성회 마니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장소는 대광어 숙성회를 아주 수준급으로 다루는 집으로 지금까지 먹었던 그 어떤 숙성회보다 특색 있는 장소다.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이 집은 천호시장 한편의 노포골목에서 시작해 지금은 번듯한 건물 2층으로 이사했다. 상호에 사장님의 이름을 내걸고 장사할 정도로 맛의 자부심이 대단한 곳이다.

평일 저녁에도 8시가 넘은 조금 늦은 시간에 방문하면 재료가 소진돼 맛볼 수 없다기에 오픈 시간에 맞춰갔는데도 이미 먼저 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메뉴는 대광어 숙성회 전문점답게 대, 중, 소라고만 적혀있어 다소 투박할 수 있지만 그만큼 맛집의 포스가 느껴졌다.

대광어 소자를 시키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앞 접시 같은 작은 쟁반에 두툼한 회가 뭉쳐져 나왔다. 보기에는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실망하고 추가주문을 생각했다. 그런데 접시 안을 들춰보니 일반횟집에서 깔아놓는 천사채 없이 대광어만 제법 실하게 쌓여 있었다.

두툼한 한 점을 집어 와사비와 간장을 곁들어 먹었다. 입안을 꽉 채울 정도로 한 점이 커서 씹기 힘들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입안에서 녹아내린다는 말이 회에도 적용될 줄 꿈에도 몰랐다. 씹기에 거슬릴만한 근막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고 적당히 기름지면서 감칠맛도 느껴져서 소주와 아주 찰떡궁합이었다.

기본 반찬 없이 회만 제공되기 때문에 물릴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광어회 하나만으로 온 신경을 집중 시킬 수 있는 맛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다보니 테이블에는 빈 접시와 소주병들이 쌓여갔다.

회를 먹었으면 뜨거운 국물도 필요한 법이다. 숙성회만큼이나 매운탕을 잘할 것이라 판단해 맑은 국물의 광어 지리탕을 추가 주문했다. 지리탕 또한 다른 횟집들과 달리 속살이 많이 붙어 있는 몸통이 실하 게 나왔다. 국물 또한 사골국물처럼 진하고 기름기가 많아 고소했으며, 비린 맛은 느껴지지 않아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양준환 기자 yjh@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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