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SMR 개발 현황 및 목표
혁신형 SMR 개발 현황 및 목표
  • 허선
  • 승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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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원자력산업은 1960년대 상업용 원자력발전소가 개발된 이후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출력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왔다. 전력수요 증가가 크고 저렴한 전력원에 대한 선호도가 큰 개발도상국과 중진국 및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로서 선호하는 핀란드, 영국 등 국가들은 대용량원전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있지만 작은 투자 리스크, 낮은 전력수요 증가, 극지, 도서 지역 등 분산전원이 경쟁력이 있는 전력시장, 화력발전의 대체 전원 등의 목적으로 소형원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및 세계원자력협의(World Nuclear Association, WNA)에서 파악하고 있는 소형모듈형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개발은 50여 개다. 특히 미국, 러시아, 중국 3개 국가에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자국 내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원자력 산업 기반이 쇠퇴했으나 2000년부터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는 SMR 개발을 지원했다. 이러한 지원을 토대로 개발된 NuScale Power사의 NuScale 원전이 2017년 미국 NRC의 설계인가를 신청해
2020년 8월 표준설계인가를 확보했다. 아이다호국립연구소(Idaho National Laboratory, INL) 인근에 12모듈 규모의 실증로 건설 계획과 함께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110MWe급 SMR인 스마트원자로(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SMART)의 사우디아라비아 건설을 위한 협력을 추진함과 동시에 2019년부터 이러한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향후 나날이 격화되는 해외 SMR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SMART 대비 안전성, 경제성 및 시장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증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개발 현황

한국수력원자력에서는 사전조사의 성격으로 2020년 초부터 ‘혁신형 SMR 개념개발 및 경쟁력 향상 방안 연구’ 과제를 시행하게 됐다. 동 과제를 통해 국내 산 · 학 · 연에서 산발적으로 기술개발 중인 다양한 SMR 노형에 대한 평가와 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경쟁력 있는 SMR의 개념과 개발 방향, 연구역량 결집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자 했다.

우선적으로 2020년 4월 산 · 학 · 연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형 SMR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개발 방향 및 추진체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며, 최상위 요건안 및 개념안 개발에 착수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국내 기술개발 협력체계가 구축돼 하나의 팀, ‘팀 코리아’에 의해 단일화된 SMR 노형을 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가압경수로형 육상용 다목적 원자로인 혁신형 SMR 개념안을 도출했다.

또한 여러 기관의 설계 개념과 아이디어를 종합하고 추진 전략을 마련했으며 기존 SMR 노형 개념을 조화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형 SMR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실천계획 역시 수립했다. 이러한 한국형 혁신 SMR은 2030년대 해외 수출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안전성, 경제성 및 혁신성을 극대화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더욱 증대되고 있으며 대중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소형 원전은 대형 원전대비 고유 안전성이 높고 피동 안전계통 등 신뢰성 높은 혁신 계통 등을 적용하기 유리하며 SMART 원전도 이러한 특성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혁신형 SMR은 이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시장과 대중이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SMR을 실현하기 위해 내진성능 향상 및 테러를 포함한 외부 재해 대처능력을 향상시켰다. 또한 복잡한 안전계통을 단순화해 기기 고장요소를 제거하며 사고시 안전급 AC/DC 전력, 운전원의 조작이나 외부지원이 필요없도록 설계해 노심 용융사고 확률을 무시 가능한 수준으로 저감하고, 만약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주민의 대피가 필요없는 수준으로 사고를 완화할 수 있도록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규모의 경제 이론에 의하면 소형 원자로는 대형 원자로보다 높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안전성 하나만으로는 중소형 원자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후 화력을 대체하거나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중대형 원전과 경쟁하기 어렵다. 최근 인허가 및 규제 강화 경향에 따라 중대형 원전의 건설비 및 사업 리스크가 증가하고 소형 원자로의 경제성 향상을 위한 혁신 기술들이 개발됨에 따라 대형-소형 원자로의 경제성 격차는 점점 줄어들었으며, 소형 원자로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혁신형 SMR은 중소형 발전시장에서 원자력, 화력 등을 포함한 동일 용량의 타 전원 대비 높은 경제성(발전단가) 확보를 개발 목표로 설정했다. 이러한 경제성은 모듈화 및 소형화를 통해 공장 제작 및 육로 수송에 최적화된 설계를 적용함으로써 현장 작업과 건설 공기를 최소화하며 복수모듈 배치, 대형 건물 및 기기 공유, 통합 주제어실 등 건설물량을 저감한다.

또한 AI/지능형 운전지원시스템, 원격상태진단, 예측 정비, 디지털 트윈, 가상 원자로 등 혁신 기술을 적용해 운영 인력 및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달성 가능할 것이다. 혁신형 SMR의 혁신은 안전성 및 경제성과 더불어 국제적인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방안과 연계해 탄소제로를 실현하는데 주안을 두고 있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화력발전비율 축소, 전기자동차 보급과 같은 장기 추진전략을 수립해 이행 중이다. 다만 신재생 확대와 화력발전 축소에 동반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는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다. 현재 탄소중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 영국 등 EU를 중심으로 하는 여러 나라들은 그 대안으로 SMR을 검토하고 있다. SMR은 저탄소 에너지원이면서도 노후 화력발전을 대체하고 기존 전력망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출력범위를 갖고 있다. 특히 부하 변동에 따른 탄력운전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신재생과 연계한 전력 생산망 구축에 유리하다.

그림 2는 전술한 논의를 바탕으로 도출된 혁신형 SMR의 원자로냉각재 계통 개념도를 보여주고 있다. 노심, 원자로 냉각재펌프,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 원자로냉각재계통을 구성하는 주요 기기들은 모두 하나의 원자로용기에 설치돼 대구경 배관 파단에 의한 냉각수 유출 사고를 방지했다.

원자로 노심은 원자로용기의 가장 아래 부분에 위치하며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해 냉각재를 가열한다. 가열된 냉각재는 노심 상부의 냉각수 상승부와 내장형 제어봉구동장치를 지나 원자로용기 상부로 이동된다. 원자로용기 최상부에는 가압기가 있으며 가압기 주위로는 밀폐형 원자로 냉각재펌프가 설치돼 상승한 냉각재를 다시 증기발생기 쪽으로 내려 보내게 된다. 증기발생기에서 1차 계통 냉각수 2차측 급수에 의해 냉각되며 증기발생기 하부의 환형 강수부를 지나 다시 원자로심의 하부로 공급된다. 2차측 급수는 증기발생기 하부의 급수 플래넘으로 공급돼 증기발생기 내부를 흐르면서 가열되며 상부의 증기 플래넘을 통해 증기터빈 발전기로 이송되어 전력을 생산한다.

혁신형 SMR은 이전 대형원전과는 달리 1차 계통 냉각재에 붕소를 포함하지 않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냉각재에 붕소를 사용하게 되면 원자로심의 출력을 제어하는 데는 유리하나 설계나 운전이 복잡해지고 폐기물이 발생되는 문제점이 있다.

혁신형 SMR은 수용성 붕소를 사용하지 않고 제어봉과 가연성 독봉만으로 원자로 출력을 조절해 핵연료 연소에 따른 반응도를 보상한다. 붕소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화학 및 체적제어계통을 단순화하고 붕소 폐기물 발생량을 저감할 수 있다. 특히 장기 냉각 시 붕소 석출 및 재
임계 등과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사고 시에도 별도 전력이나 외부 충수, 운전원 조작 없이 지속적으로 안전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무붕산 노심 설계와 함께 내장형 제어봉구동장치를 사용함으로써 제어봉 이탈사고를 배제해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기존 외장형 제어봉구동장치는 원자로용기 상부 외측에 설치돼 내외부의 높은 압력차에 의해 제어봉이 이탈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내장형 제어봉구동장치는 원자로용기 내부에 설치돼 내외부의 구분이나 압력차이가 없고 제어봉이 이탈될 우려도 없어진다. 증기발생기는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의 바깥쪽을 감싸고 있는 노심통과 원자로용기 내부의 환형공간에 설치되며, 증기발생기 전열관이 노심통을 감싸며 돌아 올라가는 나선형 증기발생기 형태다.

1차 계통 냉각수는 증기발생기 전열관 외부를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2차측 급수는 경사진 전열관 내부에서 아래에서 상부방향으로 흐른다. 이 환형 증기발생기는 기존 원통형 증기발생기에 비해 공간 활용성이 높고 더 높은 출력에서도 원자로용기를 더욱 더 소형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자로용기 상부 및 측면에는 방출밸브와 재순환밸브가 설치돼 있다. 원자로냉각재계통 과열 시 이들 밸브가 개방돼 원자로용기 내부의 고온 증기는 방출밸브를 통해 격납용기로 방출되고 격납용기에서 응축된 냉각수는 다시 재순환밸브를 통해 노심으로 유입된다. 기존 대형원전은 원자로용기 외부로 방출된 냉각수를 다시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펌프나 고압 탱크를 사용해야만 했고 원하는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압 · 중압 · 저압용(3중) 냉각수보충설비를 4계열까지 적용했다. 최소 12개 이상의 계통에 사용된 밸브, 탱크, 열교환기 및 펌프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혁신형 SMR에서는 이와 같이 최적화된 원자로용기와 격납용기, 방출밸브, 순환밸브 설계를 통해 비상냉각수 주입을 위한 탱크나 펌프 같은 복잡한 계통 없이 사고 시 노심냉각 유지가 가능하다.

그림 4는 원자로건물 배치 개념안을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원자로용기는 철제 격납용기에 수납되며 원자로 건물 내부의 대형수조 내에 침수된 채로 운전된다. 철제 격납용기는 사고 시 방사성동위원소의 누출을 방지 및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 내압으로 설계되며, 사고 시 고온의 증기를 격납용기 내부 벽체에서 응축해 격납용기 내부를 감압한다.

격납용기 외부에는 주증기배관의 2차측 증기를 냉각해 급수 플래넘으로 공급하는 피동보조급수계통이 설치돼 있다. 냉각재상실사고 시에는 격납용기를 통한 냉각을 수행하지만 냉각재상실을 동반하지 않는 사고나 과도사건에서는 원자로냉각재계통의 자연 순환과 증기발생기-피동 보조급수계통 열교환기 사이의 자연 순환을 통해서 노심을 냉각함으로써 사고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

원자로건물은 대형항공기충돌, 테러, 지진, 해일 등의 외부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콘크리트 건물이다. 원자로건물 내부에는 거대한 냉각수조가 설치되며 이 수조 내에는 다수의 원자로모듈이 설치된다. 이 수조 내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도 설치된다. 냉각수조는 원자로를 장기 냉각하기에 충분한 냉각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고 후 30일 이후에는 공기에 의한 냉각을 통해 지속적인 노심 냉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여러 모듈이 원자로건물, 냉각수조, 대형 크레인 및 작업기기, 그리고 주제어실을 공유함으로써 건설 물량을 대폭적으로 감소하고 운영인력 및 비용도 저감할 수 있다. 반대로 하나의 원자로건물이나 냉각수조 내에 여러 개의 모듈이 설치되면 다수 호기 사고 확률 및 사고 영향이 증가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지 위해 각 모듈간은 물리적 격리를 위한 격벽이 설치되며 재장전 작업 시에도 모듈을 이동하지 않고 운전 위치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과 기기를 제공했다.

현 개념안에서는 170MWe급 모듈 4기를 설치하는 680MWe급 플랜트를 주 개념안으로 설정했으나 시장의 요구에 따라서는 모듈의 개수를 조절해 출력을 가변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개발된 혁신형 SMR의 개념안을 토대로 2020년 9월에는 국내 전문가 및 관계자 40여 명이 참여한 ‘혁신형 SMR 포럼’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개념안의 공유와 산 · 학 · 연 · 관 공감대 확산, 사업추진 동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논의가 수행됐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이원욱 의원 및 김영식 의원 등 국회의원 14명과 산학연관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형 SMR 국회 포럼이 출범했다. 출범식에서는 ‘SMR 개발을 왜 해야 하는가’와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신성장 동력 창출과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혁신형 SMR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 지원과 제도 개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향후 계획

한국수력원자력은 혁신형 SMR 개념개발 및 개발계획 수립을 완료했으며 2028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지난 1월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향후 5년 동안 기본설계 및 표준설계를 수행하고 인허가를 준비하며 이후 2028년까지 표준 설계인가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산 · 학 · 연 각 분야의 기관 및 전문가가 참여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위해 개발 타당성에 대한 홍보와 정부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을 준비함과 동시에 해외 연구기관 및 잠재적 수출 대상국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허 선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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