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배전방식, 배전급 전력공급 방식의 진화
네트워크 배전방식, 배전급 전력공급 방식의 진화
  • 채우규
  • 승인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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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규 한전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

❶ 개요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배전선로는 수지상(radial)으로 운영되고 있다. 배전선로가 나무뿌리처럼 전원측(변전소)으로부터 부하측(소비자)으로 뻗어 나간 모양을 띄기 때문에 ‘수지상’이라고 부른다. 수지상 배전선로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환상망(loop, 주로 송전선로에 적용)처럼 보일 수 있으나 연결 부위에 설치된 스위치(연계 개폐기)가 항상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적으로는 여전히 수지상이다. 수지상 배전선로는 전류가 한 방향(전원측→부하측)으로만 흐르기 때문에 전압 관리나 고장처리 등 운영이 간단해 99% 이상의 배전선로에 적용되고 있다.

수지상 선로는 다른 선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선로는 과부하가 발생하고 다른 선로는 적은 부하만 공급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어떤 선로는 추가로 부하를 공급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로는 용량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한다. 선로 간 부하불평형이라 부르는데 설비이용률을 하락시키고 인근 선로 용량에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회사는 계절 단위로 선로 간 부하를 균일하게 만드는 작업(부하 절체)을 진행하지만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고 부하 변동이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배전선로에 변동성이 큰 분산 자원(풍력, 태양광, 전기차 등)이 연계될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다수의 배전선로를 상시 연계해(연계 개폐기를 항상 투입) 운전하는 방식으로 다수의 배전선로가 부하를 동시에 공급하기 때문에 선로 이용률을 향상시키고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선로에서 발생하는 고장의 위치에 따라 보호기기(차단기)가 경험하는 고장전류의 방향이 바뀌고 모든 보호기기가 고장을 경험하기 때문에 기존 수지상 선로의 보호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❷ 기술 동향

한국전력공사는 2011년에 수지상 배전선로의 설비 이용률을 향상시키고 고장처리 시간(약 5분)을 단축시키기 위해 2개의 배전선로를 상시 연계해 운전하는 루프 배전방식을 개발했다. 개발 결과는 세종지사 3개소(6개 선로) 및 서귀포 지사 1개소(2개 선로)에 시범적용 중이다. 루프 기술 적용으로 해당 선로의 고장처리 시간은 대폭 감소했지만(5분→150ms) 선로 인출단에서 고장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선 로를 낮은 부하율로 운전하기 때문에 선로 이용률이 하락하는 단점이 대두됐고 현재까지 시범적용에 국한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미국 OG&E사 등은 중요 부하의 전력공급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대도시 일부에 적용하고 있다.

고압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초고속 차단기, 추가적인 보호방식 개발과 통신 인프라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외 일부 전력회사에서 적용 중이다. 현재 유럽 일부 전력회사에서 적용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전력회사 담당자와의 인터뷰 결과에 따르면 독일 EWE-Netz사는 분산전원 연계 가능용량을 증대시키고 선로의 과도한 전압강하를 방지하기 위해 약 250개소의 네트워크 배전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Sachsen Netze사 역시 약 5~10% 정도의 선로를 루프 및 네트워크 배전방식으로 운영 중인데 중요 수용가의 전력공급 신뢰도 향상이 주목적이라고 응답했다.

두 전력회사 모두 수지상 선로의 보호방식인 과전류계전기 대신 양방향 고장전류에 대응 가능한 방향성 거리계전기를 채택하고 있다. 방향성 거리계전기는 통신기반 보호방식보다 적은 비용으로 구축 가능하지만 정전시간이 늘어 나거나 정전구역이 확대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❸ 네트워크 배전방식 개발 프로젝트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상시 양방향 부하전류 및 양방향 고장전류로 인해 설계 및 운영이 기존 수지상 방식과 크게 달라진다. 한전 전력연구원은 루프 배전선로의 단점을 개선해 배전선로 이용률을 향상시키고 고장처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2020년 8월부터 3년의 일정으로 네트워크 배전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 네트워크 구조 설계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선로 구조(선로 간 연계 위치, 간선과 지선의 연계 방법)와 부하 위치에 따라 전류의 흐름이 변경되고 보호방식도 그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 또한 보호기기 (차단기의 종류, 변압기의 구성 등) 종류에 따라서도 보호 방식이 달라진다. 따라서 네트워크 배전방식에 적합한 설계 Tool이 필요하나 아직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PSCAD/ EMTDC, CYMDIST와 같은 상용 배전계통 해석 Tool을 이용해 최적 네트워크 배전방식 구조를 도출할 예정이다.

◆ N:N 통신기반 보호협조 알고리즘

네트워크 방식은 고장발생 위치에 따라 보호기기가 경험하는 고장전류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수지상 선로의 보호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보호기기가 서로 통신해 고장정보를 공유하면 필요한 보호기기만 신속하고 정확하게 동작하기 때문에 고장 시간이 매우 짧고(150ms 이내), 고장 구간 이외에는 정전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통신 실패를 고려해 백업 보호방식도 개발할 예정이다.

◆ 네트워크 배전용 IED

IED(Intelligent Electronic Device)는 선로를 감시하고 고장발생시 차단기를 제어해 고장구간을 분리하는 장치다. 네트워크 배전용 IED는 N:N 통신 기법을 이용해 서로 고장정보를 공유하고 보안 모듈을 탑재해 개발할 예정이다.

◆ 개발 기술과 장치의 검증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도입하는 기술이고 하나의 오류가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검증과 실증이 필요하다. 먼저, 개발되는 보호협조 알고리즘과 IED는 실험실에서 실시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기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후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에 4회선으로 구성된 시험선로를 구축하고 다양한 고장 시나리오에 따라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❹ 기대효과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다수의 배전선로를 상시 연계해 운전하기 때문에 다수의 선로가 부하를 공유해 선로 이용률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는 선로 신설 투자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특히 변동성이 심한 신재생에너지나 전기차 충전기가 다수 연계된 선로의 이용률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며 신재생에너지 수용력도 증대될 것이다.

수지상 선로는 고장이 발생하면 1차로 보호기기가 동작해 고장구간을 분리하고 2차로 운영원이 건전구간(고장구간은 아니지만 정전이 발생한 구간)을 다른 선로로 절체시켜 정전을 복구한다. 이 과정은 통상 3~5분이 소요된다. 반면, 네트워크 배 전선로에서는 고장이 발생하면 IED간 통신으로 고장구간이 자동으로 분리되며 이미 다수의 선로가 연계되어 운전되기 때문에 운영원의 추가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 이를 선로의 Selfhealing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고장처리가 150ms 이내에 완료되기 때문에 전력공급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네트워크 배전방식은 신재생에너지가 밀집한 지역에 적용돼 선로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부대, 산업단지 등 중요부하 밀집지역에 적용돼 선로 투자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고신뢰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우규 한전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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