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6주년 특별좌담회] 2050 탄소중립 평가와 당면과제는
[창간 56주년 특별좌담회] 2050 탄소중립 평가와 당면과제는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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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짐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누구나 공감하듯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할 길이지만, 어떻게 가야하는지도 중요하다. 특히 탄소중립 과정에서 전력분야의 역할이 중요한데, 전력분야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저널 창간 56주년을 맞아 탄소중립을 평가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먼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050 탄소중립에 대한 평가와 당면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정형석 전기신문 기자 : 우리나라에서 1년에 배출되는 7억 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0으로 만드는 것이 탄소중립이다. 영국이 2019년 6월 가장 먼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법제화까지 했으며, 2020년 4월 EU에 이어 중국과 일본도 선언을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고탄소 · 화석에너지를 저탄소 ·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찬성하지만 선언 자체보다는 정책수단과 재원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논의되는 내용을 보면 누가 얼마나 줄이고 얼마의 재원이 들며, 어떤 정책수단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감축목표 수치 하나를 두고 벌이는 공방은 공허한 수치논쟁이자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산업계는 산업경쟁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해 반대했지만, 이제는 RE100을 달성한 제품만 수출할 수 있는 등 기업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전환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저탄소 청정에너지로 가는 것이 에너지전환인지, 아니면 탈원전과 탈석탄까지 에너지전환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원전의 역할도 탄소중립에 중요한 기술로 포함이 되는지 여부를 주제로 하는 공론의 장도 마련될 수가 있을 것이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경제주체가 탄소중립 이행 수단과 재원 마련 방법, 에너지전환의 정의 등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은?

최우석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 : 잘 아시다시피 지금은 탄소중립 논의 초기단계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적합한 시나리오를 마련 중인 만큼, 현 시점에서 어떠한 평가를 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탄소중립의 비전, 목표 및 정책방향은 관계부처와 협의 하에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이후 탄소중립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산업부 차원에서는 산업별 탄소중립 민관협의체를 만들었다. 특히 에너지 산업의 경우 업계 자율적으로 에너지얼라이언스를 구성 · 운영 중인데, 탄소중립으로 가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에 공감대는 분명히 있다. 또한 먼 미래에 관한 총론보다는 가까운 장래에 어떤 수단과 재원을 활용해 탄소를 저감할지에 대해 보다 세밀한 실천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비용 · 편익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총론 찬성’이라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탄소중립위원회를 비롯해 정부 입장에서는 탄소중립에 관한 명확한 국민 공감대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일이 돼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으로 인한 환경적 편익은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지만 비용부담은 일부 부문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산업계 측면에서의 탄소중립 전체적인 부분에 대한 견해는?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 : 기존 탄소중립은 국가적 의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경제주체에 대해 명확한 시그널을 주는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산업계가 정한 국가 경쟁구조에서 불가피함을 체감한 것 같다. 탄소세와 탄소국경조정 등은 기업들 입장에서 하나의 의무로 주어졌다.

유럽과 미국 등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 속에서 탄소중립이 추진된다고 가정하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잘 할 수 있는 것을 구조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과정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계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는 계속해서 감축목표만 언급되고 있다. 스스로가 감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설비와 시스템을 만들어 세계시장 진출 방안까지 모색하는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비용과 편익 문제의 경우 편익은 전사회적인 편익이고 사회적 과제인데, 이에 수반되는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큰 흐름은 200년 역사의 산업간 경쟁패러다임을 모두 바꾸는 것인데, 개별 대기업들이 책임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경제, 산업 등 모두 변화돼야 한다. 특히 여기에 필요한 에너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변화돼야 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이나 산업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 정책차원에서 같이 논의돼야 하고 그 속에서 기업들은 탄소중립의 각 단계별 추진일정에 따라 무엇을 준비했을 때 어떠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산업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정책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산업계는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탄소중립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와 위원회에 대한 외부의 시각,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은?

이창훈 환경정책 · 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탄소중립위원회 활동이 초기단계인 현재, 기획총괄위원회와 분과위원회가 한 번씩 개최됐다. 2050 탄소중립의 흐름을 살펴보면 작년과 다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경제체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탄소중립의 경제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져 정권이 바뀌어도 탄소중립목표를 폐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산업계의 자세가 바뀌었으며 정부에게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발맞춰 탄소중립위원회 등에서 국민을 설득시키며 수용성을 늘려 나가야 한다. 우리가 지금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지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급하게 느껴지지 않을 뿐이다. 국제 사회에서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에 모든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NDC 상향을 올해 얼마나 할지 모르겠지만 상향을 하고 나면 반드시 지켜야할 국제적인 약속이 된다.

다만 여러 가지 문제점과 비용이 발생할텐데 이러한 부분들이 큰 사회적 갈등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필요하다. 앞서 수단 문제가 제기됐는데 우리가 그린뉴딜을 하면서 재정지원정책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 재정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민간 재원이 투자돼야 한다. 민간 재원을 유도하는 것이 곧 제도이고 정책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가격제도가 될 것이다.

지난 5월 국가에너지기구에서 발표한 리포트를 보면 선진국들에 적용될 탄소가격은 2019년 달러 기준 2025년 75달러, 2030년 130달러, 2050년 250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재정지원정책 뿐만 아니라 탄소가격제도가 도입되면서 산업구조가 변화될 것이다. 결국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산업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경쟁구조가 만들어 진다. 지원정책도 논의해야 하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탈탄소나⋅ 저탄소로 변화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강화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지원정책 뿐만 아니라 가격결정 관점에서 논의도 시작돼야 할 것 같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력분야의 역할과 준비해야 할 사항은?

최우석 산업부 단장 :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대부분 유사하다. 에너지소비 절감과 전기화, 깨끗한 전기 생산 등이 공식처럼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 중 무엇보다 수요관리가 우선시 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공급 주도 정책은 정책목표가 명확한 반면 상당한 갈등도 낳고 있다. 앞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화로 인해 전기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인데, 지금부터라도 수요 정책을 강화해 수요관리의 틀을 마련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수요관리라는 것이 가격이나 규제를 통해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움직여야 하는 문제라 매우 민감하고 세심한 설계가 필요한 분야다. 소비자, 기업, 시민단체 등과 함께 긴밀하게 살펴봐야 할 과제다. 탈탄소 전기를 생산하는 문제의 경우 먼 미래의 수치보다는 당장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달성이 중요하다. NDC를 맞추고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길목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업이다.

태양광은 매년 4GW를 달성하며 원만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풍력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적어도 매년 1.5GW 이상을 착공해야 3020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원스탑샵(ONE-STOP SHOP)제도를 만드는 등 관계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다각도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REC 가격 안정화 등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경제성을 맞춰주는 메커니즘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 향후 중요한 부분은 입지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산지가 제외된 상황에서 농지와 바다의 경우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상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빌딩, 아파트, 상가 등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 보급 확대도 입지 대책의 일환으로 조속히 개선해 나갈 것이다. 계통시스템이 병목현상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한전의 역할 확대를 위해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과 함께 일정 부문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를 선도하고 있는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제약이 늘어나고 있는데, ESS와 수소생산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정형석 전기신문 기자 : 에너지전환을 넘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원전과 석탄이 폐지되거나 가동을 멈추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때문에 전력 분야는 전력산업구조의 틀이 바뀌어야 하고 전력시장 제도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우선 전력 분야는 석탄발전의 질서 있고 공정한 퇴출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2022년부터 석탄발전 상한제가 시행되는데, 각 발전사의 재무구조 영향을 살펴보고 합리적으로 물량을 할당해야 한다.

신규 석탄발전소와 기존 노후 발전소의 퇴출시기와 보상도 고민해 봐야 한다. 독일은 경매방식으로 석탄발전소의 조기퇴출을 유도했는데, 국내 발전사업자들도 적정한 보상만 이뤄진다면 조기퇴출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재원으로 얼마나 보상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뀐 제도를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력시장도 하루 전 시장에서 실시간시장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시스템으로는 안된다. 제도만 만들고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환경 문제 해결과 관련된 논의가 집중되다 보면 국민경제 전반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이창훈 환경정책 · 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에너지 분야와 기후정책변화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수요관리, 전기화, 재생에너지 확대 등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대표적인 전략으로 전력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에너지를 급속히 확대하고 재생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을 해결하는 것이다. 제주도 문제는 사실 예견된 사안으로 보인다. 몇 년 전부터 실시간 시장 필요성이 제기됐는데 시기적으로 놓쳤던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앞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하는데 있어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단독계통이지만 재생에너지 40% 수준도 시장제도라든지 여러 가지 유연한 메커니즘을 통해 큰 문제없이 대응해 나가고 있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가지고도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준비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수요 · 공급 사업자들이 나타나야 되기 때문에 전력시장 구조개편은 불가피해보이고, 시장을 규제하는 독립적인 규제위원회 신설 등 많은 것들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의 역할이라는 것이 정부 위원회이기도 하지만 민간 공동위원회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정부가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제기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우선적인 기능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부 주요계획이나 전략들을 심의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특정 어젠다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정부에 제안할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하는 것이다.

전자는 녹색성장위원회 성격이고 후자는 민간위원회로서 정부에 대한 자유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성격이다. 이렇게 두 가지가 조직적으로 합쳐졌는데 기능적으로도 합쳐져서 가격과 여러가지 규제적인 제도 문제들을 위원회를 통해 국민과 소통해 나가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문제점들이 있는데 이에 따른 산업계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분과 연계해서 전력분야는 뭘 준비하고 탄소중립위원회는 어떤 식으로 지원해야 할까?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 : 전력요금의 가격을 변화시키려면 가격에 대해 수요가 탄력적이라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민간이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며, 최근 실적을 보면 산업계는 상당부분 줄인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주력산업을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이 경우 가격을 올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정말로 수요관리로서 실효성이 있는지 등이 점검돼야 한다.

가격 관리가 된다는 것은 굉장히 낮은 수준을 높이는 것인데 이것은 중소기업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은 지원해주고 대기업은 지원을 안하는 가운데 가격을 올리면 산업계 측면에서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민간 부분에 있어 더위와 추위를 참는 등 작은 행태 변화를 가져올지는 모르겠다.

산업계 입장에서 고효율기기 보급 등에 대해 정부가 조금 더 신경 쓴다면 오히려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탄소중립을 디지털과 그린으로 동시에 추진하는데 우리나라는 별도로 추진한다. 이런 부분들이 유럽처럼 가능하다면 국내 제조업의 여건 하에서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 이다.

국내 산업현황과 경쟁력을 살펴보고 국산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도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기반이 돼야 외국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책과 산업이 함께 준비해야 한다. 정책이 산업계보다 조금만 앞서가며 뒤처지지 않도록 로드맵을 준비해 준다면 충분히 함께 갈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뒷받침 없이 오로지 추진만 한다면 산업계 입장에서는 원활한 준비를 할 수가 없게 된다.

정부 정책의 통일성과 연계성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국가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모든 주체들이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알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 탄소중립, 전력분야의 준비사항 등과 관련해 기업 입장에서의 견해를 밝혀달라.

안윤기 포스코 상무 : 탄소중립 논의 방향이 EU와 많이 다른 것 같다. EU는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자원순환) 아래 그린딜이라는 재정정책을미래 신 성장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아래 어떻게 성장을 하겠다는 논의보다는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만을 강조하고 있다.

EU는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탄소중립 및 자원순환 제품에 기반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는 것 같다. 그리고 이에 필요한 원활한 자금공급을 위해 ESG 이니셔티브 하 녹색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저탄소 및 친환경 제품에 대한 투자 및 공시 기준으로 택사노미(Taxonomy)를 규제화했다. 탄소를 빌미로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까지 도입하고 역내 경제회복(Recovery)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논의를 EU 집행위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략 차원에서 녹색금융과 통상을 활용하는 방업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미흡한 듯하다.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점을 둔다면 지구촌의 탄소중립에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미래 지속가능경쟁력 차원에서 우리 경제는 후발주자가 될 수도 있다. 반드시 경제성을 감안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탄소중립 및 자원순환 제품 · 기술에 기반한 지속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탈동조화(디커플링)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국내 철강업계는 포스코를 선두로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했다. 주요 배경은 국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함도 있지만, 탄소중립 제품에 대한 정보 등을 요구하는 고객사의 니즈도 큰 영향을 미쳤다. 즉, 미래 지속가능경쟁력 등을 위해 2050 탄소중립 비전에 대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한편, 2030 국가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비전의 경제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2030 NDC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일부를 줄이는 것이고, 2050 탄소중립 비전 시대는 지구촌에 배출된 총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사업장 이외의 감축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사업장에서 생산된 제품 그리고 제품 생산 시 투입되는 원료를 재활용 원료 등으로 생산할 때 줄어드는 온실가스 감축량(Avoided Emission)도 중요한 감축 대상이 될 수 있다.

2030 NDC 체제 하 해외에서 줄였을 때 감축실적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탄소중립 시대에는 제품과 재활용 부산물 등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량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이는 탈동조화 측면에서 산업계가 실제 탄소중립 시대에 가져야 할 주요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국민의 입장에서 탄소중립이 환경정책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최우석 산업부 단장 : 탄소중립 정책의 초점이 환경에 맞춰져 있지만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서는 아직도 에너지 정책이 환경정책과 조율해야 할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자연환경 이용 측면인데, 산업부가 환경단체와 정책 라운드 테이블을 시작했다.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원칙과 현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볼 계획이다.

탄소중립 각론으로 들어가면 경제 · 산업정책 부문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전기화를 한다는 것은 전력이 여타 부문의 탄소중립을 상당부분 책임진다는 것이다. 전력이 책임지는 만큼 전력부문에서 비용 · 효율적인 탄소중립을 추진해 다른 부문의 피해를 최소화 시켜줘야 한다.

또한 전력산업의 규모가 굉장히 커진다는 것인데, 이러한 전력산업 성장은 단순히 내수 확대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 수출 효자산업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개발부터 보급 · 수출 및 고용확대 등 산업정책 관점에서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편, 재생에너지 공급안정성의 경우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될 만큼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현재와는 다른 예비력 기준을 마련하고 태양광, 풍력산업의 공급망 관리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전력분야에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추가적인 견해는?

이창훈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탄소중립 정책이 전력화가 2~2.5배가 돼야 하는데 그만큼 시장 전체가 커지게 된다. 그 자체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전기에너지 비중이 50% 이상이 돼야 할 것 같고 이러한 상황에서 탈탄소화를 시키면서 문제없이 유지할 수 있는 시장 개편을 통해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굉장히 큰 전력분야의 역할일 것이다.

전봉걸 전기저널 편수위원장(사회) :전력화에 따른 수요 확대에 의해 친환경 전력 공급능력을 확대해야 하며 공급안정성까지 확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은마 산업연구원 본부장 : 공급안정성과 에너지 효율화를 높이기 위한 산업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은 관련 정책들이 있는데,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전략과 정책은 많지 않다. 규제가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만으로 해결하기도 쉽지않다.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에 본인들의 영역으로 인식하지 못하며, 에너지효율 향상 등을 추진하는데 제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해상풍력의 경우 과거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실패로 기록된 사례가 있다. 타당성과 성공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정보 제공과 국가정책수립, 기업 참여 유도 등 정부의 보다 명확한 소통체계가 확립돼야 할 것이다.

안윤기 포스코 상무 : 글로벌 차원에서 강조되는 탄소중립은 수출 지향적인 우리 산업구조 상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탄소중립 비전을 실현하는 방법, 제도 등은 EU와 같이 새로운 성장전략 측면에서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공론화도 중요하지만 전문가 중심의 공론화가 보다 충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또 다른 사회적 비용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론화 절차도 보다 세심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규제가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제는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시장이 형성된 제품의 경우 규제 등은 시장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시장은 축소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이 이제 조성되고 있는 탄소중립 및 자원순환 제품의 경우 시장 확대 또는 육성을 위해 보다 정교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제, 경영, 그리고 산업계 전문가들과 대화 또는 이들로부터 경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훈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정부가 시장을 만드는 방식은 기후, 환경문제에 있어서 규제가 큰 역할을 한다. 특히 탄소가격제도 등을 강화할 경우 저탄소기술, 무탄소 기술이 가격경쟁력을 가져 이들 기술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고 발전된다.

안윤기 포스코 상무 : 제품 가격만을 올린다고 수요가 줄고 시장이 조성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가격 상승 시 소비자는 제품의 질도 올라가는 것을 함께 생각할 것이다. 즉, 기능향상 없는 제품 가격 상승은 오히려 시장 조성을 어렵게 할 수 있고 그 제품이 시장에서 존속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탄소배출도 줄이면서 제품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촘촘하고 종합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정리=배성수 기자 bss@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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