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경쟁력 강화로 ‘녹색 무역 장벽’ 넘어야
기후 경쟁력 강화로 ‘녹색 무역 장벽’ 넘어야
  • 이훈 기자
  • 승인 202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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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기협회 · 한국자원경제학회 공동으로 전력정책포럼 개최
기후변화대응 정책 전 세계적 기조 … 주도적 탄소중립 참여 필요

최근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전 세계적 기조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전 세계 70여 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국가 어젠다로 선포하면서 기후위기 대응능력이 기업을 넘어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기후경쟁력이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결정짓게 되는 시대가 됐다. 이에 대한전기협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는 ‘기후경쟁력이 산업경쟁력이다’라는 주제로 지난달 포럼을 개최하고 국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모색했다.

이동규 교수 “수출업종 부담 커질 듯…탄소가격 책정방법에 따라 기회 될 수도 있어"

이날 포럼에서 ‘기후변화대응 정책이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대표발제를 진행한 이동규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탄소의 무역장벽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탄소집약도가 높은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업종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온 중추 산업들은 탄소집약적 특성이 있다. 또한 높은 석탄발전 비중의 전력생산,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저하 등의 문제로 급진적인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전환에는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교수는 “탄소가격 책정방법에 따라 우리나라에 위협이 아닌 기회로 작용할 여지도 존재한다”며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규모(연 시가총액 기준 15조 원)의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인 만큼 탄소가격의 범위에 탄소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 가격이 포함되는 정도에 따라 이른바 ‘탄소장벽’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시장 왜곡으로 인해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시장의 거래회전율이 낮은 점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산업계 또한 단순히 정부 정책만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RE100 캠페인이나 ESG 경영 등으로 자발적이며 주도적인 탄소중립 참여를 통해 소비자,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은녕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고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김진수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한신 ㈜H2 대표, 김태한 CDP 한국위원회 책임연구원 등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안윤기 상무 “기후위기 아닌 그린뉴딜 위기 …주변 국가와 협력 필요”

제일 먼저 말문을 연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우리나라는 기존 에너지 시설의 에너지효율이 높아 추가 온실가스 감축이 쉽지 않고 저탄소 기술의 개발과 신규 시설의 도입, 에너지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EU는 탄소중립 자원 순환이나 그린뉴딜, 즉 성장동력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오로지 탄소중립만 이야기한다. 기후위기보다는 그린뉴딜 위기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생에너지 계획이 명확하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계획도 세울 수 없다”며 “일본이나 스위스, 싱가폴 등과 같이 주변국과 협력을 통한 해외 감축 실적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한신 대표 “탄소중립, 필수적인 대세…ESS 산업 성장 기대”

한신 (주)H2 대표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은 전 세계 산업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대세”라며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존 전력산업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고 기업들에 거대한 신규 시장 및 사업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대표는 특히 ESS(에너지저장 장치)산업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 대표는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확산 시에도 LNG 가스발전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ES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후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며“ESS에 대한 경쟁력 확보는 국내 ESS 산업의 수출 증대를 가능케 해 향후 해외 전력시장에 대한 진출을 통해 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한 연구원 “기후변화, 기업 재무에 직접적인 영향…고객사로부터 요구 증가”

김태한 한국CDP위원회 책임연구원은 “ESG(환경 · 사회 · 지배구조) 가운데 기후변화는 기업의 재무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해외 기관투자자는 글로벌 기업에 공급망 기후리스크 관리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내 B2B 기업의 고객사로부터의 요구도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규 박사 “탄소중립, 핵심요소 상호연계 통해 달성 결정… 국민과의 소통 강화 필요”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2050 탄소중립은 에너지 공급의 탈탄소화, 에너지 효율향상, 최종에너지 소비 전기화, CCUS 등 주요 핵심요소들의 상호 연계를 통해 달성 여부가 결정된다”며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전기요금 및 에너지 세제 등 에너지 가격정책을 개편함과 동시에 국민부담에 대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교수 “새로운 기회 발굴 … 에너지 수출 국가 될 것”

김진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소비와 경제 성장의 탈동조화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산업구조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내수시장 만으로는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어떠한 산업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원 정책과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의 기후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면 수출 강국이란 지위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수출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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