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력망 무엇이 문제인가?
제주 전력망 무엇이 문제인가?
  • 이정호
  • 승인 2021.0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재생에너지 현황

제주에서는 지리 및 기후 특성, 2030년까지 제주를 무탄소 섬(CFI, Carbon Free Island)으로 만들겠다는 ‘CFI 2030’정책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설비가 대대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2015년 이후 정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전환 정책에 맞춰 제주 재생에너지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진 결과, 2020년 기준 제주는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비율 36%,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 16.2%를 달성했다.

2020년 말 공표된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0~2034)에 따르면, 향후 15년간의 제주 지역 재생에너지 보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정격용량(MW) 기준으로 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57.1%에서 2034년 78.6%까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피크기여도(전력사용이 가장 많은 시점에 차지하는 발전 비중) 측면에서 2020년 제주 전원 총용량 1,369MW 중 신재생이 398MW로 31.1%, 2034년에는 제주 전원 총용량 1,802MW 중 신재생이 624MW로 34.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20년의 경우 제주 재생에너지 설비는 태양광 448MW, 풍력 295MW 규모로 증가됐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16.2%로 상승됐다. 재생에너지의 급속한 확대보급에 따른 제주 전력수요를 초과하는 발전량으로 인해 2015년부터 재생에너지(풍력) 출력제한(Curtailment)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한 현상은 제주 수요를 초과해 발전되는 전력을 육지로 전송할 수 있는 제3 HVDC 연계선 준공까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 최근 10년간 연도별 제주 전력소비량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5~2019년 연평균 증가율은 5%였으나 2019년에는 제주 전력소비량이 연평균 1.9% 증가되어 증가세가 다소 완화됐다.

제주에서의 최근 10년간 연도별 하계 및 동계 최대 전력수요 추이는 그림 4와 같이 2010~2014년 연평균 5.9% 증가율, 2015~2019년 연평균 4.9% 증가율로 증가세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제주의 경우 전력망 운영 고려사항 중 전력공급의 수요와 공급 실시간 일치가 간헐적으로 만족되지 않고 수요보다 많은 재생에너지 초과발전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발생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통계획 및 계통운영 관점의 공학적 해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주 전력망 운영 및 계획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송변전 설비 관련 정책방향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계통 신뢰도 향상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송전선로, 변전소(변환소), 발전소 연계선로를 적기에 준공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 전력망 현황 및 계획을 보면 제주-육지 간 전력융통을 위한 연계선을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1연계선, 제2연계선이 건설됐고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제3연계선을 건설 중에 있다. 제주 내부 전력수송을 위한 송배전 전력망으로써 154kV, 22.9kV 선로를 통해 수요 측에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향후 제주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확대 전망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발표됐고, 현재의 송배전망 및 연계선만으로는 전력수송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므로 제주 계통 보강 내지 연계선추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추가의 연계선을 전라남도 전력망에 연결할 경우 육지계통 호남지역 계통혼잡으로 인한 연계선 기능 이행에 어려움이 예상돼 이에 대한 대안 또한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제1연계선의 역송(제주에서 육지로 전송) 기능이 가능해져 제주 출력제한 완화 역할을 하기 시작했지만, 제주 수요 규모에 맞지 않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그를 수용하기 위한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전력망이나 융통선로 건설이 국가적으로 합리적 선택인지 따져봐야 한다.

공학적 해법

전기는 매 순간 수요 측에서 사용하는 부하전력만큼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 송전망을 통해 보내야 한다(수급균형 또는 수요와 공급의 일치). 부하전력이 발전을 초과할 경우, 공급부족(Loss of Load)이 발생되고 발전이 부하전력을 초과하는 초과발전의 경우(예, 태양광 과다발전) 출력제한(Curtailment)이 이행돼야 한다.

전력망 운영에서는 다음과 같은 고려사항이 반영되어야 한다.
① 전력공급의 안전성(설비 고장이나 사고 상황에서도 전력공급의 중단 없음)
② 전력공급의 연속성(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전기사용을 위한 무정전 공급),
③ 전력공급의 실시간성(수요와 공급의 일치),
④ 전력공급의 경제성(비용측면에서 경제적으로 발전)

일반적으로 전력저장 용량이 전력계통 규모에 비해 훨씬적으므로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발전과 부하의 불균형이 생길 경우, 예를 들어 부하의 급증이나 급감, 발전기 고장, 재생에너지 초과발전 등에 대비해 발전기 출력 증가나 감소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일정 범위 주파수 유지(예를 들어, 60۪.2Hz)가 가능하다. 이를 예비력이라 하며 계통운영상 적정 예비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출력 간헐성, 불확실성, 지역별 출력 특성 상이, 계절별 출력 특성 상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일간 부하변화 심화 등으로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계통운영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전력계통 유연성(Power System Flexibility)의 개념적 정의는 ‘전력 부하와 발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계통 능력’으로 정의되고 있다. 계통에서 변동성을 가진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하게 되면 순 부하(Net Load)의 변동성이 커짐을 위 부하 변화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순 부하만큼을 일반 발전기에서 공급해야 하고 변동성(Lower turn-down: 더 많은 출력 조정량, Steeper ramps: 단위시간당 더 많은 출력제어, Shorter peaks: 피크 기간이 더 짧아짐)을 흡수하기 위해 더 많은 기술적 성능이 요구된다.

공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연성 공급 또는 향상 방안은 그림 8에서 제시한 바와 같다. Y축은 비용 관점의 유연성 향상 기술을 나열한 것이며, X축은 기술적 해법 관점에서 분류한 것으로 계통운영, 예비력, 부하, 발전, 송전, 저장측면의 해법들이다.

제주 재생에너지 확대를 수용하기 위한 유연성 향상 방안으로는 재생에너지 출력예측, 상향예비력 및 하향예비력 확보, 플러스DR(Demand Response, 초과발전 또는 잉여전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에 전력을 사용하게 하는 방안), 발전기 출력 증감발 성능 강화, 송전망 및 연계선 보강 등이 있다. 에너지저장과 관련해 배터리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ESS), 전기차를 이용한 V2G(Vehicle to Grid, 전기자동차를 전력망과 연결해 배터리의 잉여전력을 전력망으로 전송해 전력을 이용하는 기술), 열 저장(P2H(Power-to-Heat), 잉여전력을 열로 변환/저장해 냉난방 등으로 이용하는 기술), 에너지 가스 변환(P2G(Power-to-Gas), 재생에너지를 수소 등의 가스로 변환시켜 수송으로 이용하는 기술) 등이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P2H, P2G와 같은 기술은 전력과 비전력 부문간 연계에 해당되며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의 대표적인 예다.

제주의 급격한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 방안 연구는 제주에 국한되지 않고 미래 국내 전력망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이므로 지역 특성에 적합한 합리적 해결책을 마련하고 국내 육지계통 운영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제주 CFI 2030 정책은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부가적으로 발생되는 전력망 운영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정책 또는 전략 보완과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 전력수요 규모에 비해 과다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그를 수용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전력망 내지 융통선로 건설이 국가적으로 합리적 선택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제주 재생에너지 확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주 전력망 특성에 적합한 유연성 향상 방안을 찾아서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정호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