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주 전력계통,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위기의 제주 전력계통,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 김영근
  • 승인 2021.0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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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 주파수와 발전 출력

발전 출력은 전기 주파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전기의 수요보다 발전 출력이 부족하면 전기 주파수가 떨어지고 반대로 발전 출력이 초과하면 전기 주파수는 올라가게 된다. 이런 현상은 전력계통의 원리로 인해 나타나는데 전기 수요에 대한 발전 출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기 주파수를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전기 주파수를 60Hz로 정해 전기를 공급하는데 전기 주파수가 60Hz보다 낮다면 발전 출력이 부족함을 의미하므로 발전 출력을 증가하도록 제어하고 반대로 전기 주파수가 60Hz보다 높다면 발전 출력이 과하므로 발전 출력을 감소하도록 제어한다. 이러한 제어 방식을 주파수 조정이라 하며 발전소 내부에 주파수 조정장치가 설치돼 주파수 조정을 하고 있고 전력거래소에서 운영하는 EMS(Energy Management System)에도 주파수 조정을 하는 자동발전제어 SW가 탑재되어 발전기에 출력제어 명령을 전달하고 발전기의 출력을 조정하고 있다.

만약 발전 출력이 수요보다 크고 주파수 조정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전기 주파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며, 일정크기 이상 전기 주파수가 상승하면 발전기가 탈락해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광역정전이 발생하게 된다.

제주도, 대한민국 전력계통 위기의 시작인가

제주도는 탄소없는 섬(Carbon Free Island)을 지향하며 신재생발전설비,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삼다도(三多島)인 제주도는 풍력발전 자원이 풍부해 그린뉴딜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다. 제주도 발전설비 용량은 약 2,000MW인데 이중 신재생 설비용량은 760MW에 달한다. 약 38%를 차지하는 신재생설비들이 제주도를 출렁이게 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은 풍속의 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발전 출력이 변화한다. 전력거래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풍력발전 1분 출력변동률이 최대 20%에 근접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풍력발전 출력의 총합이 200MW인 상태에서 1분 후 200MW의 20%인 40MW가 증가해 풍력발전 출력의 총합이 240MW가 될 수 있다. 전기 주파수와 발전출력의 관계에 따라 풍력발전의 급격한 증가는 주파수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나게 되고 주파수 조정이 동작해 제주도의 화력 발전 출력이 감소하나, 석탄 화력발전소의 경우 1분 내에 감소할 수 있는 출력은 설비 용량의 약 2%, 복합 화력의 경우 약 5%이기에 화력발전소의 출력 감소 속도로는 풍력발전의 급격한 출력 변동 속도를 추종하기 어려운 경우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결국 화력발전소의 출력 감소로 풍력발전의 급격한 증가를 만회하기 어려운 경우, 주파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발전기의 탈락을 막기 위해 풍력발전기의 출력 제한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풍력발전기의 출력 제한은 2015년 3회(제한발전량 : 152MWh), 2017년 14회(제한발전량 : 1,300MWh)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2019년 46회(제한발전량 : 9,223MWh), 2020년에는 77회(제한발전량 : 1만 9,449MWh)의 출력제한을 실시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 제주도의 출력제한 전망치는 240회고 제한발전량은 약 6만MWh로 상당한 양의 풍력 발전량이 사용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발전기 출력 제한 횟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화력발전소의 발전 출력 비중이 줄어들었기에 화력발전소가 출력을 감소할 수 있는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림3에서 볼 수 있듯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비중이 커서 상대적으로 화력발전 출력 비중이 줄어드는 낮 시간대에 풍력 발전 제한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대한민국 전체 발전량의 상당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12월 수립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신재생발전량의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7.5%에서 2034년 26.3%로 증가한다. 풍력의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10%로 제주지역에 발생하는 풍력발전 제한이 육지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급격한 풍력 발전량 증가의 흡수→ 주파수 조정용 ESS

급격한 풍력 발전량 증가로 나타나는 전기 주파수 상승을 막기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빠른 시간에 발전량을 흡수할 수 있는 주파수 조정용 ESS가 있다. ESS는 전기에너지를 저장(충전)할 수 있으며 리튬 계열의 배터리를 사용하면 상당히 빠른 시간에 전기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ESS의 경우 그림 4와 같이 150kW의 출력을 내고 있다가 30ms 이내에 200kW의 충전이 가능하다. 즉, 30ms란 짧은 시간 동안 350kW의 전기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것이다. 250kW ESS 다수를 병렬로 구성하면 수십MW 이상의 ESS 구축이 가능하므로 30ms 이내에 흡수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의 양을 수십MW 이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주파수 조정용 ESS는 주파수가 60Hz 이하일 때 방전하고 60Hz 이상일 때 충전하도록 동작한다. 급격한 풍력 발전 출력의 상승으로 주파수가 60Hz 이상으로 상승하면 주파수 조정용 ESS가 빠른 충전 속도로 전기에너지를 흡수해 총 발전량을 감소시켜 주파수의 상승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주파수를 하락시킨다.

주파수 조정용 ESS의 효과는 해외에서 이미 입증됐으며 여러 국가에서 실제로 운용되고 있다. 미국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행정명령을 통해 ESS의 주파수조정용 전력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발전출력 불안정성으로 인한 국가 송전망을 보호하기 위해 주파수조정 수단을 의무화했다. 이에따라 독일 전력회사 베막(WEMAG)은 2014년 유럽 최초로 주파수조정용 ESS의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이후 대형 발전사들은 규제 준수를 위해 기존 발전단지에 대규모 ESS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독일 이외의 유럽 내 다수 국가에서도 ESS가 주파수조정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ESS 안전 운전을 위한 신기술

2014년부터 4년간 한전이 주파수조정용 ESS를 500MW의 규모로 설치한 바 있다. 주파수조정용 ESS 이 외에도 신재생연계형 ESS, 전기요금을 절감하기 위한 ESS가 보급된 바 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ESS 신규 사업이 모두 중단돼 배터리제조사를 제외하고는 수주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전거지감(前車之鑑)은 ‘앞에 간 수레를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과거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실패를 하지 않도록 대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ESS 화재사고로 인해 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여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한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화재사고 방지를 위해 많은 기업에서 신기술을 포함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IoT센서와 빅데이터 분석을 적용해 진단, 감시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ESS 화재사고는 과충전, 내 · 외부단락, 외부수열에 의한 열 충격 등이 화재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특정파장을 광섬유에 흘려 온도를 감지하는 Battery Temperature Sensing 기술도 개발됐다.  배터리 사이사이에 광섬유를 설치해 화재가 발생할 징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경보, 알람기능을 제공하도록 했다. 예보, 진단할 수 없다면 빠르게 화재사고를 진정시키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으며 내화, 사고에 강한 ESS 하우징 솔루션도 개발되고 있다. 하우징 솔루션은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배터리 화재감시, 단열성능 시험, 배터리 열 폭주시험, 진동시험, 보호협조 등 다양한 시험과 철저한 시험인증 체계를 거쳐 완성된다. 화재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철저한 시험인증 체계를 통과한 제품에만 계통접속을 허용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일반적인 ESS용 PCS(Power Conditioning System; 전력변환장치)는 전력용반도체소자를 이용한 Stack과 고조파를 제거하기 위한 Low-pass filter, 전기적 차단을 위한 AC/DC 차단기 그리고 시스템 제어를 위한 MCU(Micro Controller Unit) 기반의 제어보드와 센서로 구성돼 있다.

통상적으로 ESS용 PCS는 수주 이후 주문제작을 기반으로 용량에 맞도록 설계하는데 반면, 선진 제품들은 독립적으로 구성된 Module형 PCS를 개발해 유연한 용량 증설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각 국가별, 지역별로 다양한 요구조건(Grid Code)가 다르고, 부품 하나 교체를 위해 전체 시스템을 들어내거나 교체해야 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빠른 수정 및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한 설계는 시스템의 신뢰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신재생 출력 제한 이슈는 제주를 넘어 대한민국으로 번지고 있다. 공공ESS를 시작으로 DC배전, 마이크로그리드, 그린수소, 섹터커플링 기술 등 다양한 에너지관리기술을 제도화하고 전력계통을 중심으로 통합할 때,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다. 제주도는 또 다시 대한민국 전기인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제주 한림읍 금악리에서 시작될 공공ESS사업은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ESS가 K-배터리 잔치에서 찬물을 끼얹는 사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더욱 더 화재사고에 강하고 신속하며 유연하고 강건한 솔루션을 준비해야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를 인용해보려 한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렇듯”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이다.

김영근 LS일렉트릭 CTO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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