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계통 안정화,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제주 계통 안정화,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 박창민
  • 승인 202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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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관리(DR) 서비스

수요관리(Demand Response) 서비스의 개념

전기라는 재화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하는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만약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게 된다면 전력망에 부담이 가해지고 전자기기 고장이나 정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상응하는 넉넉한 공급을 준비한다. 이를 공급 기반의 전력 관리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공급 기반의 전력 관리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쉽고 전력 수요를 조절하는 것에 비해 쉽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정부는 가령 100만큼의 전력이 필요할 때 115~12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
는 대용량 설비를 구축해 비용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도모해왔다.

이와 반대되는 수요 기반의 전력 관리 개념도 존재했지만 이 개념은 그간 공급 기반 전력 관리에 비해 덜 주목받았다. 여기서 수요 기반의 관리란 전력 사용 패턴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제어해 전력 공급 안정화와 비용 절감 등 목적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전력 생산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상기후 등이 사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짐에 따라 전력 수요 자체를 최적화하고 조절하는 수요 기반의 전력 관리가 중요하게 여겨지게 됐다.

이 같은 수요 기반의 전력관리는 에너지효율(Energy Efficiency)과 수요관리(Demand Response)라는 개념으로 나뉜다. 에너지효율은 전력 사용량 전체를 아껴서 전력 사용량을 절감하는 것으로 전력소비자의 비용 감소 및 전력 생산 시설에 추가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반면 수요관리는 전력망의 상황에 따라 특정한 신호를 보내고 이에 반응한 전기 소비자의 전력 사용에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전력망 운영자의 신호에 따라 전기 소비자는 전기를 덜 사용하거나 더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전력망의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수요관리는 전력 사용을 제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 감축, 송배전 설비 건설비용 절감, 발전소 건설 억제 등 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11월 ‘수요반응거래시장’을 개설했다. 소비자가 신호에 따라 전력을 줄이거나 소비패턴을 변화시킴으로써 생긴 ‘아낀 전기’를 수요자원이라고 부르는데 이 수요자원을 거래하는 시장이 생긴 것이다. 시장가치를 가지게 된 아낀 전기는 이제 발전기와 경쟁하는 ‘가상의 전력’이 됐다. 계통 운영자는 수요관리사업자를 통해 시장에 참여한 최종소비자에게 전기를 줄이도록 신호를 보내고 전력 소비를 줄인 최종소비자는 이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4기에 해당하는 4GW 이상의 수요자원이 등록돼 있는 상황이다.

수요자원 거래시장 프로그램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의무적 수요 감축이고 다른 하나는 자발적 수요감축이다. 의무적 수요 감축의 경우 수요자원을 모은 수요 관리사업자가 전력거래소와 감축 용량을 사전에 계약하고 전력거래소가 계약용량에 대해 수요 감축 신호를 보내면 의무적으로 부하를 감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로 수급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법이다.

자발적 수요 감축의 경우 의무적 수요 감축과 달리 수요감축 요청 이행 의무가 없으며 하루 전 시장의 입찰을 통해 기존 발전기와 가격 경쟁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등록 용량과 관계없이 거래일에 대한 감축 가능 용량과 감축 가격을 입찰하는 형태며 발전하는 것보다 전기를 아끼는 것이 저렴한 경우 낙찰돼 전기 수요를 감축한다. 현재 자발적 수요 감축은 조건과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이 여러가지로 나뉘어있는데 그림 2를 통해 그 세부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 전력 계통의 현황

제주도는 ‘CFI(Carbon Free Island) 2030’비전을 세우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해 제주도의 화석 연료 사용을 없애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는 비전을 따라 최근 몇 년 간 풍력과 태양광발전소의 용량을 대거 늘렸고 적극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제주지역의 신재생 발전설비 비중은 49%, 설비 규모는 총 1,898MW를 기록했다. 2009년에 9%, 2014년에는 17%였으니 짧은 기간 얼마나 빠르게 증가했는지를 알 수 있다. 발전량 점유율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14.3%를 차지하는 등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의 전력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는 훨씬 힘들어졌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경우 강수량, 일조량, 온도, 풍속, 풍향 등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요소에 의해 발전량이 정해진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대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 출력 변동이 중첩돼 어려움은 극대화된다. 다수의 태양광, 풍력발전소가 간헐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게됨에 따라 제주의 전력 공급은 예측 불가능해진 수준이 됐다. 제주의 계통 운영자는 재생에너지 발전기에서 발전량이 전력 수요보다 높아질 때 제주지역 배전 전용 선로 이상에 연계된 풍력발전기를 대상으로 출력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초과 발전 또한 정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출력제어는 매년 그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제주의 풍력발전기 발전 중단은 3회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6년 6회, 2017년 14회, 2018년 15회, 2019년 46회, 2020년 77회로 그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2021년에는 풍력발전기의 출력제어가 201회 예상된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에는 태양광 발전기마저도 정지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그림 3은 4월 중순 제주 계통의 어려운 상황을 잘 보여주는 전력 생산 현황 그래프이며 전형적인 덕커브(Duck-Curve) 형태인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태양광 1,411MW와 풍력 2,345MW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설비의 2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30년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출력 제어량은 2,125GWh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계통 인프라 고도화, 신규 유연성 자원 개발, 발전자원 추가 확보, HVDC 역송 운전 등 출력제어를 최소화하려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 계통 안정화와 플러스DR 서비스

최근 수요관리(DR) 서비스를 통해 앞서 소개한 제주 계통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바로 ‘플러스DR’이다. 플러스DR은 전기가 예상보다 많이 생산됐을 때 최종소비자의 전기 소비량을 늘려 출력제어를 최소화하려는 수요관리 서비스다. 일반적인 수요관리 서비스가 전기 사용을 줄여 계통의 부담을 덜었다면 플러스DR은 반대 개념에 해당한다.  플러스DR은 출력제어 완화를 위한 대책 중 가장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였으며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플러스DR에 참여 중인 자원은 13개(65MW)가 있으며 최근 3개 자원이 추가 등록해 총 계약전력은 73.45MW가 됐다. 해당 시장에는 양식장 및 호텔과 같은 전력 최종소비자가 주로 참여했다. 양식업 및 관광업이 발달한 제주지역의 특징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참여 자원은 증가 가능한 전력 수요를 시장에 입찰하고 낙찰받은 양만큼 해당 시간에 전기를 더 사용해 제주의 잉여전력 문제에 대응한다.

향후 제주의 계통 운영자는 단기 및 장기 전략을 통해 플러스DR 자원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부하증대 효과가 높은 대규모 수용가, 공공시설, 기존DR 참여 고객 위주로 자원을 확보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ESS 등을 활용해 추가 자원을 발굴하고 소규모 가정용 고객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플러스DR 시장은 잉여전력을 해소할 수 있는 빠른 방법이며 현재 참여 용량도 조금씩 늘어가지만 다양한 자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지금부터는 플러스DR 제도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개선점을 짚어보고 개선 시 기대효과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첫 번째 개선점은 ‘기본요금 상승에 대한 방지책 및 보상 방안 마련’이다. 플러스DR에 참여한 자원은 전기를 더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 기본요금이 상승하는 문제를 필연적으로 직면한다. 제도에 참여하려다 기본요금이 상향 조정될 경우 잉여전력 문제를 해소해서 얻는 정산금에 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방지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플러스DR 참여 자원이 요금 적용 전력 산정 제외 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기본요금 상승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두 번째 개선점은 ‘제주형 전기 소매가격 재설계’다. 현재 플러스DR 시장에 참여하는 자원은 제주 SMP(참여하는 발전기들의 연료비용을 감안해 책정되는 전기도매가격)로 보상받는다. 따라서 플러스DR에 참여하는 자원이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그들이 추가 사용한 전력의 소매가격이 전기사용 시간의 도매가격보다 낮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플러스DR이 발령나는 시간대는 전력이 과잉 공급되는 시기이며 도매가격이 낮아지는 시간대다. 이에 따라 자원이 플러스DR에 반응해 전력 사용량을 늘리게 될 경우 높은 소매요금으로 전기 요금을 추가 지불한 후 상대적으로 낮은 도매가격으로 보상을 받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플러스DR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도매시장의 가격에 맞는 소매가격 요금제를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 개선점은 ‘재원 및 보상 방안 재수립’이다. 현재 플러스DR 제도 보상액의 재원 부담 주체는 신재생 발전사업자이다. 이는 신재생 발전사업자로 하여금 시장 참여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자리 잡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다. 따라서 해당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수요자원거래시장처럼 전력시장 기반의 지속 가능한 보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 같은 개선을 통해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수용량 증대 효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 증대 용량이 확보될 경우 급진적으로 증가하는 출력제어를 완화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부하 감축 수요자원과 부하 증대 수요자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유연한 전력망 관리를 통해 제주 계통의 신뢰도가 확보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제주CFI 목표치에 달하는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효과로는 ‘수요증대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을 꼽을 수 있다.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될 경우 다양한 유형의 부하가 자발적으로 잉여전력을 해소하도록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된다면 다양한 종류의 부하를 융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 계통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유연성 자원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관리 연계 제주 계통 안정화 서비스 사례

전기차는 이전까지 전력망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소였으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전기차는 전력망 안정과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요소로 전환됐다. 이 모든 것이 전력망의 상황을 반영해 충전기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그리드위즈의 실시간 수요관리(DR) 운영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확대된다면 대규모의 전기차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시도는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도됐는데 완성차 업체 BMW가 유틸리티 PG&E와 제휴해 전기차 스마트충전 연구를 수행했다. 수행 결과 스마트충전 전기차마다 연평균 1,200kWh의 재생에너지 과잉공급을 흡수했다는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해외에서도 유의미한 결과가 있었던 만큼 제주에서 그리드위즈의 서비스 모델이 잉여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제주의 재생에너지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2G와 같은 기술 개발과 당일 시장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V2G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계통의 필요에 따라 충방전하는 기술이며 당일 시장은 출력제어 예상 당일 플러스DR을 발령해 수요증대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다.

그리드위즈는 DR, ESS 운영, 전기차 충전서비스 등을 융합해 앞으로 변화할 기술과 제도에 차별화된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며 제주의 탄소중립과 CFI 비전 달성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박창민 그리드위즈 전무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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