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활성화의 열쇠 전력계통
재생에너지 활성화의 열쇠 전력계통
  • 박경민
  • 승인 2021.0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이맘때면 정부는 항상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한다. 냉방을 가동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필요한 전기의 양이 늘게 되는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전력 공급 능력과 비교해 전기가 부족하지 않도록 다른 예비 자원 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예측한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기준전망 90.9GW 내외, 상한전망 94.4GW다. 지난해에 비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요가 상승한 모양새다. 전력공급은 피크시기 99.2GW 수준으로 최소 4%의 예비율은 확보했다. 원자력발전, 석탄화력발전, LNG발전 등기존의 전통적인 발전설비들이 이러한 전력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이렇게 전력 피크 시기일 때는 이러한 발전소 1~2기만 고장이나 다른 이유로 가동을 멈춰도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수요관리 자원이나 ESS 등 언제든 동원할 수 있는 예비자원을 확보해 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의 핵심 자원으로 여겨지는 재생에너지는 이러한 피크상황에서 의미있게 고려되지 않고 있다. 날씨에 따라, 기상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과 변동성 떄문에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한 문제가 바로 전력계통이다. 전력계통은 송전망 배전망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계통망이 연결되어 있어야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수요지까지 전달되는데 문제가 없다.

기존 발전설비는 건설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발전사업 허가 단계부터 송전망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뤄진다. 기존에 석탄발전이나 원자력발전, LNG발전 등은 워낙 발전설비 용량이 커서 발전소를 짓고도 계통망이 부족해 ​가동을 100% 못하면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 등에 발전소 신규 도입을 반영하고 계통도 갖춰나가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경우 소규모 발전소가 많고, 개인이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어 계통연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태양광은 물론 대부분 대규모 단지로 조성이 되는 풍력도 계통 연결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계통망이 확보되지 않아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되는 전기를 그냥 버리거나, 계통 주파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발전설비를 끄거나 출력을 제한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만 계통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따르면 2020년 발전설비 완공 이후 송배전망에 연결하는 재생에너지 계통접속 완료율은 61%였다. 2019년 81%보다 20%p 떨어진 수치다. 땅값이 저렴하고, 일조량, 풍량 등 재생에너지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발전소 건설이 집중되면서 지역 편중에 따른 계통 접속 제한도 생겨나고 있다. 충남․전북․전남․강원․경북․제주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국내 전체 규모의 4분의 3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쪽에서 계속해서 계통 연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윤영석 국민의 힘 의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계통 접속 완료율은 제주가 51%로 가장 낮고, 전남이 63%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북, 경북도 72%, 73%의 접속 완료율을 나타냈다. 전력 계통, 즉 전력망이 없으면 전기를 생산해도 수요지로 보낼 수가 없다. 해당 지역에서 바로 사용하거나 ESS 배터리에 저장하는 방법 뿐인데 해당 지역은 전력수요가 그렇게 높지 않고, ESS를 모두 설치하자니 아직은 비용이 너무 비싼 것이 문제다. 접속 대기도 많고 민원도 많아서 계통망을 건설해야 하는 한전도 진퇴양난이다.

이러한 문제는 서두에 언급한 재생에너지의 전력피크 시기 기여도를 낮게 만들고 있다. 전기가 꼭 필요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석탄발전, 원자력발전, LNG발전이 100% 피크 기여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재생에너지의 피크 기여도는 약 8.6%에 불과하다. 8.6%를 이용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 재생에너지를 건설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용 전력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길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한 칼럼을 통해 기존 전력망과 전기적으로 분리된 계통망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연결하는 ‘DC그리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개별 재생에너지 발전소 간 변동성을 완화하고, 기존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설비의 접속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자원은 필수불가결하다. 정부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각종 정부 계획을 통해 상향하고 있다. 문제가 터지면 하나 둘 대응책을 찾기보다는 예상되는 문제점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며 재생에너지 시대를 준비해야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박경민 기자 pkm@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