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시대의 ‘주민 수용성’, 협동조합과 지방정부 역할 강화로 해결
에너지전환 시대의 ‘주민 수용성’, 협동조합과 지방정부 역할 강화로 해결
  • 이훈 기자
  • 승인 2021.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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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34년까지 석탄발전소 30기 폐지 … LNG발전 · 재생에너지로 대체
독일 · 덴마크 등 협동조합 활성화 … 지방정부 역할 강화 필요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삼천포 화력 1 · 2호기가 폐쇄됐으며 삼천포 3 · 4호기, 보령 5 · 6호기, 태안 1 · 2호 등이 연이어 폐지될 예정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로 줄어드는 전기 생산량은 LNG 및 재생 에너지 발전소로 대체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구 LNG 복합발전소 건립, 지자체 및 주민 반대로 ‘무산’

한국남동발전은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에 삼천포 3 · 4호기를 대체하기 위한 LNG 복합발전소를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지자체와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서부발전은 태안1 · 2호기를 대체하기 위해 경북 구미 · 충남 공주에 대체 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대의견을 표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충북 음성에 LNG발전소를 건립해야 하지만 부지 근처 주민들이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도 하동화력발전 1~6호기 부지에 LNG 발전소 건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독일 · 프랑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위한 각종 프로그램 운영

독일, 프랑스 등도 에너지전환 정책 일환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LNG 및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원전 비중 조절과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프랑스 최초 복합발전소인 블레노드발전소는 2012년 기존에 운영하던 석탄화력발전소 옆에 LNG발전소를 세워 복합발전 가동을 시작했다. 3년 후 2015년 프랑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기조에 맞춰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했다.

블레노드복합발전소 건설 당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보다 더 많은 면적의 땅을 포함해 매입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 건설 방식을 선택했으며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인근 지역의 식물 연구소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주민들의 발전소 견학, 시설 교육 프로그램 등을 상시 운영했다. 이 밖에도 지역 예술가, 주민 등이 발전소 벽면에 벽화를 그리는 등 친환경적으로 외관을 디자인했다.

독일은 경제성 · 안정성 · 환경친화적 이용 등의 3대 목표를 가지고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과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사회적 공론화’와 ‘에너지전환 정책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열병합발전소 건설 등에 주민이 참여토록 하는 공론화 작업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간 것이다.

협동조합 통한 주민참여 모델 일반화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은 덴마크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 협동조합 등을 통한 주민참여 모델도 일반화돼 있다. 협동조합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시민 참여 확대를 이끌어 내는 것에 있어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덴마크는 시민 참여형 풍력발전 사업 모델을 선도해오며 2002년에 이미 풍력발전 비중이 15%에 달했다. 설치된 풍력발전 설비의 약 40%가 지역풍력협동조합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8,552명의 지역주민이 참여한 대규모 협동조합에 의해서 운영되는 40MW 규모의 미델그룬덴(Middelgrunden) 해상풍력발전단지는 대표적인 시민참여 모델로 꼽힌다. 미델그룬델 해상풍력단지는 최초 개발단계부터 참여자를 지역 주민으로 제한하고 1만 명의 주민에게 주식 우선 매입권을 부여했다. 미델그룬델 에너지 협동조합 1계좌당 투자금액은 570유로 정도며 이를 통해 조합원들은 매년 연간 70유로의 수익(약 12.2%)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설립되는 협동조합의 20% 이상이 에너지 협동조합이라고 알려져 있다. 포츠담의 신에너지 협동조합(NEG)은 2008년 베를린의 인근 도시인 포츠담에서 설립됐다. 도심 주민의 분산형 에너지원으로서 재생에너지원 활용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NEG가 초점을 맞춘 포츠담(Potsdam) 지역주민들은 대다수가 아파트에 거주해 태양광설비 설치에 있어 집주인뿐만 아니라 주변 거주자들과의 합의가 필요했다. 이들에게 재생에너지원 기반 프로젝트에 대한 소액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1인당 500유로의 투자 조건으로 조합원을 확보하고 초기 자본금 2만 8,500유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첫 프로젝트로 포츠담 내 몬테소리(Montessori) 학교 지붕에 최대용량 60KW의 태양광 시스템 설치를 추진했다. 이후 포츠담 오크스 경찰서 지붕에도 몬테소리 태양광 시스템의 약 3배 규모의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부 역할 강화 통해 주민 수용성 높여야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역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 이해관계자들의 상향식 의견 수렴을 통해 도출한 다양하고 새로운 정책 대안을 실험한다. 특히 이를 확산시킴으로써 해당 지역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중앙정부의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에너지전환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는 해당 주민들의 참여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지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설계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적용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성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정부는 현재 구축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상호간 협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투명한 소통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참여 제고를 지속해서 유도하는 노력 역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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