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분산에너지 기반의 전력시스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분산에너지 기반의 전력시스템
  • 전진홍
  • 승인 202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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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올해 미국 텍사스 혹한과 중국 · 유럽의 폭우, 우리나라와 북미의 폭염 등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따른 기후변화를 전 세계가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 5월 동아시아지역 미래 극한기후 변화 분석 결과를 통해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 일어나는 시기를2028∼2034년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 인천 송도에서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의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예상한 2030∼2052년에 비해 10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이러한 예상이 맞는다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당분간 강도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채택됐다.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 아래로 억제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합의안을 도출했으며, 우리나라는 2016년 11월 3일 파리협정을 비준했다.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IPCC 총회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해야 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했다.

파리협정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장기적 비전 관점에서 각 당사국에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 LEDS)을 2020년까지 수립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8일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통
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2020년 12월 30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을 UN에 제출했다.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기본방향(그림 1)에 따르면 환경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석탄발전 비중은 0%,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0%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사용의 변화를 에너지전환(Energy Transition)이라고 하며 에너지 공급 체계를 화석연료와 원자력 기반의 지속 불가능한 방법으로부터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이 진행되면 전 세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변화와 이에 따른 에너지원의 변화를 그림 2와 같이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사용 에너지원의 변화로 분석한 결과는 그림 3과 같다. 그림 3에 의하면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2018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 중 전기에너지의 비중이 21%, 그 중 재생에너지에 의한 전기에너지 생산 비중은 25% 정도로 분석했다. 또한 에너지전환이 진행된 2050년에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 중 전기에너지의 비중이 51%, 그중 재생에너지원에 의한 전기에너지 생산 비중은 90%로 변화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우리나라의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예측에서 나타낸 바와 같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최종 사용 에너지 중 전기에너지의 비중 증대와 필요한 대부분의 전기에너지 생산이 재생에너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확대로 전력공급 및 수요의 체계가 변화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현황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황에서 2020년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운영현황은 신재생발전설비 51만 4,953개, 설비용량 2만 140MW(약 20%) 규모이며 발전량은 33GWh(5.62%)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제일 큰 제주는 2020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비율 36%,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 16.2%에 도달했다. 위에서 제시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도입 수준을 살펴보면 그림 4와 같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이 3% 이하로 계통영향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지만 2020년을 기준으로는 Phase II 수준에 이르렀으며 정부에서 발표한 RE 3020 정책목표가 달성된다면 Phase III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림 4의 IEA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는 Phase II 수준에 도달한 상황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며, 제주의 경우 Phase III 수준에 있어 유연성 문제가 보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우리나라 전력계통 영향사례가 그림 5와 같이 보고됐다.

2020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보도자료(송갑석, 2020.10.7)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전력계통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RE 3020과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송 · 배전 설비의 확충과 송 · 배전망 접속규정의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법은 단기적인 접속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하나 지속적인 재생에너지 증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아니다.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19년 기준 3년간 재생에너지 접속현황을 살펴보면 접속완료율이 40.3%에 불과하며 이는 설치환경과 민원문제, 투자비 등의 문제로 송 · 변전 설비의 확충이 어려운 것이 원인이다. 배전선로의 신규설치 표준공정 소요 기간은 1년이나 실제 현장에서는 평균 17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있으며 변전소는 계획에서 구축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송배전 설비 확충과 병행해 재생에너지 수용성 증대 및 계통영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제정된 분산에너지 접속규정을 개정했다. 2020년 10월에 개정한 분산에너지 접속규정은 출력제어 및 정보제공, 배전망 연계 관련 규정을 보완했으며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통합관리 기본요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RE 3020과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송 · 배전설비확충과 신재생전원 접속규정 보완은 기존의 발 · 송 · 배전의 전력시스템 구조에서 중앙집중제어방식의 운영 방법에 기반한 접근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재생전원이 40MW 이하의 설비로 배전망에 연계되며 수요지 인근에 도입되게 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중앙 집중방식의 접근방법으로 재생전원 도입증대와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재생전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단위의 배전망 기준으로 생산지역 인근에서 적절한 소비가 이루어져 전체 시스템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소규모 분산에너지 중심의 운영방식이 필요하다.

분산에너지와 핵심기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최종 사용 에너지 중 전기에너지의 비중 증대가 불가피하며 필요한 대부분의 전기에너지를 태양광 · 풍력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태양광 ·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기존 화력발전원과 다른 소규모 분산형 발전원에서 만들어지며 송전망보다는 대부분 배전망에 연계되는 특징이 있다. 필요에 따라 출력을 증가할 수 없으며 기상조건에 따라 급속한 출력변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증가는 계통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며 2절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문제점들이 보고되고 있다.

발 · 송 · 배전의 수직적인 구조와 중앙집중형 운영 기반의 전력시스템 환경에서 재생에너지 수용 증대를 위한 전력설비 확충과 접속규정 보완으로는 탄소중립이 가능할 정도의 에너지전환을 이루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가 기존 발전원과 달리 소규모로 많은 수가 배전망에 연계되며 수요지 인근에 있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면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시스템은 지역 내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가능해야 하며 발전 및 부하의 변동성을 지역단위에서 최대한 완화해 전체 전력계통으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적 요구조건은 전력시스템이 분산에너지 중심으로 변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분산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스템은 재생에너지 및 유연성 자원 기반의 배전망 중심 구조와 지역단위의 분산형 에너지관리 체계를 가져야 한다. 재생에너지 혹은 신재생에너지로 대표되는 분산에너지(분산자원)는 에너지의 사용지역 인근에서 생산 · 소비되는 에너지로 우리나라는 전기사업법 제2조 제21호에서 전력수요의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로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40MW 이하의 모든 발전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열병합발전(집단에너지, 구역전기) 및 자가용 발전설비가 해당한다. 지난 6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에서 발표한 분산에너지의 범위는 그림 6과 같으며 수요지 인근에서 에너지의 생산 · 저장, 잉여 전력의 해소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자원을 포함한다. 이에 해당하는 자원으로는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섹
터커플링(Sector Coupling),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수요반응자원(Demand Response)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분산에너지는 에너지의 사용지역 인근에서 발전원이 설치 · 사용됨에 따라 장거리 송전망 건설의 최소화를 통해 대규모 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 관련 사회적 갈등 및 비용 증가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또한 태양광 · 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 증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불안정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발전원의 분산화에 따라 중앙계통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독립적인 에너지의 생산 및 소비가 가능해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가능하게 한다.

분산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에는 대표적으로 스마트그리드 기술과 스마트인버터 기술이 있다. 핵심 기술을 통해 지역 내에서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며 발전 및 부하의 변동성을 지역단위에서 최대한 완화하여 전체 전력계통으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전력시스템 및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력망을 지능화 · 고도화함으로써 고품질의 전력서비스를 제공하고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핵심은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전기사용량과 공급량, 전력망의 상태까지 소비자와 전력회사가 실시간 정보교환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를 개념적으로 표현하면 그림 7과 같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통해 분산에너지 중심의 전력시스템 운영을 위한 핵심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며, 수요자 중심의 양방향성 개방형 비즈니스 플랫폼에 기반한 에너지신사업 모델의 도입 및 활성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 스마트인버터는 계통 운영자의 지시나 계통 상황에 따라 스스로 출력 증가 및 감소가 가능해 다양한 계통지원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인버터로 미국에서는 Smart Inverter, 독일에서는 Advanced Inverter라고 한다. 미국 EPRI(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에서 제시하고 있는 스마트인버터 주요 기능과 기존 인버터와의 차이점은 그림 8에 나타냈다. 스마트인버터는 신재생전원 도입이 활발한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주도로 개발된 기준으로 규제기관, 국가 연구소, 전력회사, 제조사가 워킹그룹을 구성해 지역 연계기준과 국제 표준을 동시에 개발했으며 규제 표준과 시험 표준이 존재한다. 총 3단계의 단계별 기능 적용방안이 있으며 1단계는 자율기능, 2단계는 통신 기능, 3단계는 고급(제어)기능이 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그리드협회에서 태양광발전용 스마트인버터의 계통지원 기능에 대한 일반 기능 요구 사항과 시험방법이 협회 표준으로 제정돼 있으며 특정 기능 요구사항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협회 표준으로 송 · 배전망 접속규정에는 반영돼 있지 않다.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산업통상자원부, 2020.12)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산업통상자원부, 2021.6) 등의 정부정책 발표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송배전망 접속규정에 반영될 것이다.

전력시스템의 변화

우리나라의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과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예측에서 나타낸 바와 같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최종 사용 에너지 중 전기에너지의 비중 증대와 필요한 대부분의 전기에너지 생산이 재생에너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에너지 확대로 전력공급 및 수요의 체계가 변화함을 의미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력시스템의 변화를 위해 세계 주요국은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목표로 분산에너지 체계에 적합한 계통 관리방안, 잉여전력 해소 대책 등을 마련하고 추진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분산자원 실행 계획(DER Action Plan, 2017.3)에서 시간대요금(TOU,Time-Of-Use) 확대, 스마트 인버터 의무화와 같은 제도를 제안했다. 호주는 분산자원 로드맵(2019.12)에서 스마트 태양광 인버터, 분산에너지 이용촉진 요금 개발 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도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분산에너지 확대 목표를 제시(2040년 발전량 30%)했으며 2050 탄소중립’ 목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 등 변화된 정책 환경을 반영해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요한 계통 관리 · 수용 능력 강화, 인센티브 체계 마련, 시장 · 제도 조성 등을 담은 종합 대책 마련하고 있다.

그림 9와 같이 RE 3020과 2050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17년부터 지속해서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추진전략과 기본계획,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을 위한 로드맵 작성이 진행되고 있다.

탄소중립이 실현된 전력시스템의 변화는 그림 10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지금의 발 · 송 · 배전처럼 수직적이며 폐쇄적, 단방향 구조와 에너지의 흐름을 가지는 전력시스템은 발 · 송 · 배전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수평적, 개방적인 양방향의 에너지 흐름을 가지는 에너지 플랫폼으로 변화할 것이다.

현재의 전력시스템 핵심기술인 중앙집중형 운영시스템과 송전망, 대형 화력발전기, 동기발전기는 분산형 에너지 플랫폼과 배전망, 분산에너지, 스마트인버터 기술로 대체될 것이다. 이러한 핵심기술의 변화는 전력사업의 진화를 만들 것이다.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 분권화, 디지털화가 진행될 것이며 전력시장 주체의 경계가 희석되면서 다양한 전력거래 수단이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시장구조는 수평적, 개방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전력망 또한 현재의 전력공급망 개념에서 다양한 에너지가 융통되는 에너지 플랫폼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전진홍 한국전기연구원 분산전력시스템연구센터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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