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송전산업 이슈와 현황
독일 송전산업 이슈와 현황
  • 이상호
  • 승인 202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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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와 보급은 독일 에너지전환 정책의 시작 단계로 분산자원 확대에 대응한 안정적인 계통수용이 최근 정책이행의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송전망의 역할도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송전망을 신규로 건설하는 사업이 지역사회의 반대와 지자체의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으로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에너지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송전망 신규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거나 사업자의 투자보수율을 조정해주는 등 신속한 망 확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강화하여 에너지전환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 중이다.

신규 망 건설을 둘러싼 갈등 확대

독일은 재생에너지 보급 등 에너지전환에 있어 선도적인 국가이나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송전망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도 자국 내 망 건설 및 국가 간 계통연계 건설이 지역사회의 반대로 지연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국민들은 에너지전환을 원하고 지지하지만 거주지 근처에 고압 선로가 지나가는 것을 반대하고 이는 송전망 건설에 큰 비용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또한 연방국가제라는 이유로 16개 주가 주마다 서로 다른 규정과 절차를 적용하고 있어 인허가 과정 등에서 신속한 사업추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이 본격화된 2010년대 전후로 많은 송전망 건설 사업이 지연됐다.

최근 독일 내부에서도 부진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역사회 반대로 인한 망 건설 지연과 정치권의 적극적 정책 추진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성은 동의하나 정치권의 노력과 시민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망 건설 지연에 따른 수급불균형

독일은 EU통합전력망(ENTSO-E1)) 구축 및 운영 국가 중 하나로 인접한 국가들과 상호 의존적인 전력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전력 순수출 국가로 2018년 기준 순수출 규모는 약 52TWh 수준이다.

하지만 송전망 부족으로 발전단지가 모여 있는 북부 및 북동부 지역에서 경제중심지인 남서부 지역으로 송전하기 위해 일부 전력은 체코와 폴란드 송전망을 우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두 국가는 송전망의 수급 불균형으로 정전 위기가 높아지고 있어 물리적으로 전력흐름을 지연시킬 수 있는 위상변환기(PhaseShifter)를 설치하기도 했다.

송전 망 관련 이슈 해결을 위한 정부 정책

EU 단일시장을 위한 국가 간 계통연계와 독일 등 EU가 집중하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수요지간 계통연계 등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송전망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 또한 망 부족으로 계통 안정화 비용이 증가하고 있고 신규 투자가 지연될수록 향후 큰 폭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독일 정부는 송전망 확충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원활한 신규 망 건설을 위한 법안 제정

독일은 원활한 신규 망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에너지케이블구축법(EnALG) 법안과 2019년 전력망구축촉진법(NABEG)을 마련해 송전망 건설 사업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을 입법화했다.

EnLAG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건설이 시급한 송전망 건설 계획을 법으로 규정하고 우선시함으로써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인허가 절차 등 행정적인 절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법안 제정 당시 24개 프로젝트를 선정했고 송전선로 건설 필요성에 대한 입증과 같은 행정 절차를 생략해 여론이나 지역 주민들의 당위성 논란을 감소시키고자 했다. 또한 주거지와의 최소 거래를 만족하지 못할 경우 해당 구간을 지중으로 건설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추가적인 건설비용은 각 지역의 소비자에게 부담시켰다. 하지만 지중화에도 불구하고 토양 손상에 대한 우려로 장기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NABEG는 송전망 계통 병목현상 방지와 재급전(redispatch)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재정됐으며 정부 승인 절차 간소화와 공사 지연에 따른 불이익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 망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연장하는 경우에는 해당 계획의 신청과 승인 단계를 간소화하고 토지소유주와 송전망사업자가 공사를 지연시키는 경우에는 패널티를 부과, 토지주가 원활히 협조하는 경우 더 높은 보상금을 지불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한 전력망 안정화를 위해 독일경제에너지부(BMWi)는 SuedLInk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전력망의 지중화와 직류화 프로젝트로 지상에 설치된 기존 전력망을 지중화하고 직류와 교류와 병용되는 지역은 직류화해 송배전 효율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송전망 사업자의 수익성 강화

독일의 송배전망 사업자는 원가를 회수하고 일정 수익을 투자보수 형태로 얻게 되는데 투자보수율은 정부에서 사전에 정해준다. 규제기간은 5년으로 5년마다 새로운 투자보수율이 정해져 재생에너지의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자의 망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정부는 투자보수율 산정 시 자기자본수익률(ROE)의 당초 계산값에서 시장프리미엄과 위험계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독일은 송배전망 수익규제를 우리나라와 같은 총괄원가 제도에서 2009년 ‘수익상한(Revenue Cap)’이 적용된 인센티브 규제방식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망 사업자의 경영효율성 향상을 목적으로 비용절감, 품질개선 인센티브 규제를 도입해 수익규모에 유연성을 제공하고 있다.
투자보수율(WACC)은 자기자본비용과 타인자본비용을 기반으로 산정되며 자기자본비용은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을 사용한다. 타인자본비용은 실제 이자비용을 기반으로 산정돼 별도 조정이 어렵지만 자기자본비용은 경제상황이나 망 투자 촉진 등을 고려해 정부가 값을 조정할 수 있다.

송전산업 현황

독일은 4개(50Hertz, Amprion, TenneT, TransnetBW)의 송전사업자가 4개 지역을 독점하고 있고 각 지역 내에서 전력망을 소유하면서 계통운영을 담당한다.

50Hertz와 TenneT이 담당하는 북동부 지역에 신재생 발전이 집중돼 있고 Amprion, TransnetBw가 담당하는 서남부 지역은 경제 중심지다. 50Hertz와 TenneT은 각각 벨기에와 네덜란드 소유이며 Amprion과 TransnetBW는 독일 유틸리티 및 금융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발전원별 발전소 분포를 살펴보면 태양광은 북동부 지역에 풍력은 북부 및 북동부 지역에 각각 집중돼 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는 북부~북동부 지역에서 경제 중심지인 서남부 지역으로의 안정적인 송전이 매우 중요하다. 석탄발전은 서부와 북서부 지역에 집중돼 있고 가스발전은 독일 전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송전망 사업자의 역할

독일 송전망 사업자의 대표적인 역할로는 망 건설, 전력구입 및 계통안정화 등이 있다. 독일은 최소 4년마다 ‘연방수요계획법’을 중심으로 송전망 확충계획을 마련한다.

지난 1월 약 46% 수준인 재생에너지 소비비중을 2030년 65%까지 확대하기 위해 신규 송전망개발계획 35개와 송전용량 증대 사업 8개 등이 포함된 총 43개 확충계획을 마련했다. 연방수요계획에 반영된 송전망은 총 5,868km이며, 2020년 3분기 기준 약 510km가 완공됐다. 254는 건설 중이며 나머지는 계획 수립 및 확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송전망 건설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소위 ‘깔때기형’방식의 송전망 건설체계를 도입해 최종 계획 확정까지 5단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송전망 사업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신재생발전 사업자로부터 고정가격에 전력을 매입하고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정부가 송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를 매입할 의무를 부여하고 FIT제도에 의해 송전사업자의 매입가격과 시장에 판매하는 가격과의 차이는 소비자가 부담금 형태로 납부한다. 최근에는 FIT가 종료되고 경매 제도를 확대 도입한 FIP로 신재생 발전전력 매입제도가 변경됐지만 기존
의 FIT 계약을 맺은 사업자에게는 20년간 FIT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송전사업자가 매년 고시하는 재생에너지 부담금 규모와 전기요금 내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송전망사업자가 계통안정화를 위해 연간 소요하는 비용은 약 1억 8,000만 유로 수준으로 출력제한 보상비용과 예비력 확보비용이 급증하고 있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계통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비용을 통제 불가능 요소로 인식하고 Revenue Cap에 반영한다.

계통안정화 비용은 소비자가 망 요금을 통해 지불하고 있으며 발전비용 하락에도 망 요금 증가로 전기요금 상승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97% 이상이 배전망에 접속돼 있지만 송전망에서 송전사업자가 직접 혹은 송전사업자의 요청에 의해 배전망에서 일어나는 출력제한 비중이 약 85%이다.

송전망 확충이 재생에너지 보급 수준에 미치지 못해 계통이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출력제한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출력제한이 일어나는 지역의 소비자들은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보조금 규모는 줄어들지만 보상비용으로 인해 전기요금에 납부액은 비슷하다.

이상호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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