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그리드 확충 위한 역량 집중으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것”
“전력그리드 확충 위한 역량 집중으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것”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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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태옥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

최근 에너지 분야의 화두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전력그리드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그리드 확충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탄소중립 실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에 대비해 재생에너지를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전력그리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본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김태옥 한국전력 전력그리드본부장<사진>을 만나 주요 현안 및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전력그리드본부 소개 및 주요역할 그리고 향후 중점업무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력그리드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자에게 수송하는 역할을 하는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 전력설비로 구성된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건설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전력그리드본부의 역할입니다. 최근 에너지 분야의 화두는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에 대비해 재생에너지를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전력그리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본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에너지 정책을 비롯해 전력망 계통 문제 해결, 요금정상화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올바른 탄소중립 실현 방안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전력그리드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전력그리드 확충이 동시에 이뤄질 때 탄소중립도 실현 가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재생에너지와 전력그리드 확충으로만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전기기기의 고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지역별 에너지 수급을 균등화해 에너지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요가 많고 전력망 여유가 있는 곳으로 재생에너지 입지를 유도하고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수요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정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지역별로 전기와 가스, 열 등 서로 다른 에너지를 융합하는 것도 전체 에너지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모든 대책에는 반드시 비용이 수반됩니다. 탄소발생 제로의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적정 요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탄소중립 2050 실현을 위한 전력그리드본부, 나아가 한전의 역할과 대응방안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탄소중립 2050 실현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과 그에 맞는 전력그리드를 구축하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해 전력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과다할 때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대로 발전량이 부족할 때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춰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도 전력그리드본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 실현의 실효적 대안 중 하나인 국가 간 전력망 연계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마치 섬과 같은 독립된 전력그리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탄소중립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한 대책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이는 많은 비용을 수반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력시스템도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시스템입니다. 이웃 국가와 전력망을 연계하면 불확실성에 대비해 더욱 경제적인 대책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가 간 전력망 연계만으로 탄소중립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 효율적으로 우리나라 전력그리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전력망에 대한 대대적인 수용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한전의 전력망 수용성 확대방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경제가 단기간에 압축 성장하면서 중앙 집중적인 의사결정 체계에 따라 대대적인 전력설비 건설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가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면서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 이면에는 전력설비를 건설할 수 있도록 토지를 제공해주고 협조해 준 수많은 국민의 희생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전력설비를 건설하는 방식이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에 한전은 전력설비 계획단계부터 토지소유주와 주민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현실적인 보상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력설비 건설에 따른 편익을 모든 전기사용자와 이해관계자가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산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력시스템에서 한전의 주요역할이 무엇인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재생에너지는 분산에너지라는 고정관념입니다. 일부 재생에너지는 전기의 생산과 소비가 한 곳에서 이뤄져 전력그리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분산형 형태를 이루지만 대부분은 특정 지역에 재생에너지가 집중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분산형 전력시스템이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도 기존 발전소와 위치를 달리할 뿐 대규모 발전단지를 이루는 경우가 많고 기상과 일기에 따라 변동성이 큰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전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적기에 수용하는 것 외에도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해서 적정 관성과 예비력을 유지하기 위한 高관성 회전형기기,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요감축(DR) 및 증대(플러스DR) 자원 등 더 다양한 보조 서비스 시장을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책무가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계통연계 확대를 위해 일선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애로사항을 능동적으로 발굴하며 해소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사례를 소개해주십시오.

전력설비는 일반 국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입니다.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내 땅, 내 마을에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입니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땅과 마을에는 설치돼야 하므로 계획단계에서부터 투명하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쉽고 빠르게 계획을 하고 건설단계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면 지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계획단계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빠르게 건설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최근 건설이 완료된 765kV 신중부변전소와 관련 송전선로의 경우 입지선정 단계에서 주민과 극심한 갈등이 있었지만 원만하게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건설과정에서는 별다른 갈등 없이 사업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전력설비 건설 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토지소유주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현실적인 보상과 지원을 통하여 이와 같은 사례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팀장을 맡고 있는 ‘재생에너지 특별대책 전담조직’에 대한 소개와 주요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원자력이나 석탄화력과 같은 기존 발전설비는 계획을 수립해서 건설이 완료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발전소 계획이 확정된 후 전력망에 대한 보강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계획과 건설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져 전력망 보강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로 인해 일부 재생에너지가 접속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특별대책 전담조직’은 이에 대한 해결사로서 전력망 보강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존 설비의 운영에 작은 여유라도 찾아내어 설비보강 없이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접속가능 지역과 시기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사업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해 불만을 감소시키고 재생에너지 입지를 망 여유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접속설비 제도를 도입해 설비 이용률을 높이고 국토의 난개발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협업과 상생 등 협력업체와의 지속적인 동반성장 추진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탄소중립은 한전을 비롯해 정부와 국회는 물론, 국민과 전력산업계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만 달성할 수 있는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전기기기를 고효율화하고 에너지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전환에 따라 기존 협력업체의 모습도 변화해야 합니다. 한전은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기술 로드맵과 전력그리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제시함으로써 모든 전력산업계가 함께 혁신 및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이정표와 촉진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전기산업계 관계자와 전기저널 구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탄소중립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전기산업계가 주축이 되어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계자 여러분 모두가 한마음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주인공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한전은 여러분이 가고자 하는 길에 안내자와 동반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성수 기자 bss@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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