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력회사의 행동변화 기반 에너지효율 사업 운영 사례
해외 전력회사의 행동변화 기반 에너지효율 사업 운영 사례
  • 최고야
  • 승인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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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❶ 기반 에너지효율 사업 개요

국내외적으로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EERS)’를 시행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회사의 에너지 절감 의무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효율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1999년 텍사스를 시작으로 EERS가 시행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27개 주에서 전력 부문 EER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대상으로 EERS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들 사업자에 연도별 절감 목표를 부여하고 에너지효율 투자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전력회사는 비용효율적으로 EERS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변화 기반 에너지효율 사업(이하 행동변화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행동변화 사업이란 에너지 소비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전략을 제시해 적용하게 하고 이에 따라 실현된 에너지 소비 절감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전력회사의 에너지효율 사업을 일컫는다. 여기에서 행동전략은 고객의 에너지 사용에 관한 행동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사회 규범(다른 사람과의 행동이나 인식 비교), 사용량 피드백, 고객의 절감 약속 및 목표 설정, 목표와 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 이행, 개인 간의 상호작용(교류), 경쟁에 대한 보상 등의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행동변화 기반 에너지효율 사업은 정교한 성과검증(EM&V)2) 절차가 있어야 에너지 절감량을 산정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해외 전력회사는 고효율 기기 보급뿐만 아니라 사용량 피드백, 진단·컨설팅, 교육 등 소비자의 사용패턴을 변화시켜 효율 향상을 도모하는 행동 변화 기반 효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행동변화 사업의 절감 효과에 주목하고 신규 에너지효율 사업으로써 행동변화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효율위원회(ACEEE ; American Council for Energy Efficient Economy)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행동 변화 사업은 정보기반사업, 교육훈련사업, 상호교류사업의 3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보기반사업은 사용자에게 사용량 정보와 함께 효율 행동의 추천, 효율 행동의 기대효 과, 절감 독려 메시지 등의 추가정보를 전달해 사용자의 인식과 소비행동을 변화시키는 사업이다. 교육훈련사업은 에너지 사용자와 효율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에너지효율 교육이나 기술 훈련을 제공한다. 상호교류사업은 경쟁, 협동 등 다른 사 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절감 행동을 독려하는 방식이다.

행동변화 사업은 EERS 역사가 긴 미국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가정에너지보고서 제공 위주의 정보기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2019년 미국 52개 전력회사 중 39개 회사가 행동변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CEEE, 2020). 표 2에 제시된 전력회사의 행동변화 사업의 사례를 보면 정보기반사업이 행동변화 사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서 전체 EERS 절감량의 3∼ 13%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상호교류사업은 단독으로 전력회사의 EERS 실적으로 인정된 사례가 드물다.

 

행동변화 사업은 단일 사업의 비용효율성이 높고 타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 용이한 반면 에너지 절감 효과의 성과검증 과정이 복잡하다는 특징을 가진다. 비용효율성 측면에서 행동변화 사업은 타 에너지효율 사업에 비해 절감량 단위당 비용이 적다. 이는 참여고객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행동변화 사업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일례로 ComEd의 행동변화 사업(가정에너지보고서 제공, 교육키트 배포, 전략적에너지관리)은 유효수명(Lifetime Savings)3) 동안의 총 절감량을 고려할 때 절감량 1kWh 당 사업비용이 타 효율 사업 대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의 행동변화 사업이 확대되면서 사업 비용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행동변화 사업은 연관된 EERS 사업을 소개하거나 효율기기의 사용법을 교육하고 효율기기의 구매를 장려하는 등 타 EERS 사업의 참여를 독려하고 절감량을 증가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행동변화 사업은 절감량 산정 절차(EM&V)가 고효율 기기보급과 같은 종래의 효율향상 사업에 비해 복잡하다. 기기당 에너지절감량이 사전에 확정되어있는 고효율기기 보급사업과 달리, 행동변화 사업은 도입 전·후의 사용량을 별도로 계측하고 비교하여 절감량을 산출하고 이 과정에서 날씨, 고객 특성 등 외부요인이 절감량에 미치는 영향을 보정해 성과검증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❷ 해외 전력회사의 행동변화 기반 에너지효율 사업 현황

가. 정보기반 사업

해외 전력회사가 운영 중인 가장 대표적인 정보기반사업은 가정에너지보고서이며 이 밖에도 에너지 진단·컨설팅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가정에너지보고서는 주택용 고객에게 주기적(주로 1개월 단위)으로 과거 에너지 소비량 추이, 이웃과의 소비량 비교, 에너지효율 향상 행동 추천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통상적으로 고객의 사전 동의 없이 보고서를 발송하는 Opt-Out 방식으로 운영된다. ComEd, AEP Ohio 등 일부 전력회사는 OPower와 같은 효율 전문기업에 가정에너지보고서의 운영을 위탁하기도 한다.

가정에너지보고서만을 단독으로 운영(ComEd, AEP Ohio 등)하기도 하고 다른 효율향상 사업과 연계하여 운영 (PG&E, DTE 등)하는 등 방식에 있어서는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 PG&E는 가정에너지보고서와 함께 온라인 에너지 진단과 마켓 플레이스(고효율 제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DTE는 가정에너지보고서와 모바일 앱(실 시간 사용량 피드백)을 하나의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DTE를 비롯한 일부 전력회사는 에너지 진단·컨설팅을 별도의 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DTE는 LED, 스마트 온도조 절계 등 소용량·소규모 고효율 기기의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서 가정 에너지 진단과 에너지 컨설팅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가정에너지진단은 고객이 온라인에서 에너지사용을 자가 진단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력회사가 적절한 효율기기를 가정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에너지컨설팅은 전문가가 직접 가정이나 상가 등을 방문해 에너지 사용 행태를 대면으로 평가하고 적합한 효율기기를 설치해주는 방식으 로 운영한다. 두 사업 모두 신청한 고객들에 한해 무료로 서 비스를 제공한다.(Opt-In 방식)

정보기반 사업의 참여고객은 주로 주택용 고객이며 소규모 상업용 고객도 일부 참여한다. 가정에너지보고서는 주택용 고객 중 에너지 사용량이 높은 고객 우선으로 다수의 고객에게 제공하며 PG&E의 경우 전체 주택용 고객의 37.5%에 가정에너지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AEP Ohio의 경우 2017년 가정에너지보고서 참여고객의 90%(54만 9,000 호)는 월 사용량 1,000kWh 이상의 에너지 다소비 고객이며 나머지 10%(5만 8,000호)는 AMI 설치 고객으로 구성돼 있다. 진단·컨설팅은 주택용 고객뿐만 아니라 상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DTE는 2019년 인터넷과 전화로 서비 스를 신청한 주택용 고객 3만 9,000호에 가정에너지진단 서비스를 제공했고 주택용 2만 3,000호와 소규모 상업용 2,658호에 에너지컨설팅을 제공했다. 정보기반 사업의 절감량은 사업년도 절감량(First-year Saving)5)을 기준으로 가정에너지보고서가 전체 절감량의 3∼11%, 진단·컨설팅이 3%를 차지하고 있다. 단위 비용은 유효수명 동안의 총 절감량(Lifetime Savings)6)을 기준으로 1kWh 절감 당 비용이 0.02∼0.07달러/kWh 수준이다.

가정에너지보고서의 EM&V는 무작위통제실험(RCT)7) 방식으로 참여고객과 미참여 고객의 사용량을 비교해 절감량을 산정한다. 연계 서비스를 운영하는 경우 그 서비스의 절감 효과는 가정에너지보고서에 모두 반영된다고 가정해 별도로 그 효과를 산출하지 않고 가정에너지보고서의 절감 효과만 산출한다. 진단·컨설팅의 절감량은 효율 기기별로 사전에 단위 절감량을 산정하고 설치한 효율 기기의 수를 합산해 산정한다.

나. 교육훈련사업

교육훈련사업에는 전략적에너지관리, 교육키트 배포, 전문 인력 교육이 포함된다. 전략적에너지관리는 2년 이상의 장기 교육을 통해서 산업체가 자체 에너지 절감 목표를 수립하고 절감 행동지침을 설정하며 절감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EM&V)을 구축하도록 돕는다. 이때 기간별로 설정된 절감 목표를 달성한 고객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함으로써 참여를 유도한다. 전략적에너지관리는 에너지소비량과 직원 수가 많은 2~3개 업종(식료품, 제조업 등)을 선정해 산업에 특화된 교육을 제공하며 일부 전력회사는 해당 산업의 효율 전문업체에 운영을 위탁하기도 한다. PG&E는 2018년 전략적에너지관리 사업을 시작했고 제3자 위탁방식으로 제조업은 Leidos, 식품업은 CleaREsult라는 효율 전문 기업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ComEd은 2014년부터 전략적 에너지관리를 도입해 초기에는 대형 산업체 위주로 운영했으나 최근에는 상업체, 대학으로 대상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ComEd는 가스회사(Nicor, Peoples, North Shore)와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3자 위탁방식을 취하고 있다. 교육키트 배포 사업은 Idaho Power, ComEd에서 운영 중이며 가정과 소형 점포에 효율 기기(LED, 디지털 온도계 등) 와 에너지효율 교육자료로 구성된 교육 키트를 배포하는 사업이다. Idaho Power는 가정용과 상업용 고객을 대상으로 교육키트 사업을 운영 중이며 ComEd는 초등학생, 소형 상업(피크부하 100kW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교육 키트를 제공한다.

전력회사는 에너지효율에 관한 전문인력 교육도 수행한다. 일례로 Ameren Illinois는 건물관리자인증(BOC)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건물관리자인증(BOC ; Building Operator Certification)은 북서부에너지효율위원회(NEEC ; Northwest Energy Efficiency Council)가 1996년 개발해 운영 중인 건물기술자, 관리자, 유지보수업자 대상의 인증 제도로 현재 미국 10개 주에서 EERS 실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Ameren은 일리노이 지역 내 BOC 교육의 홍보와 교육과정 운영을 담당하고 일부 교육 참여자에게 교육비용 중 일부(교육비 1,400달러/명 중 500달러/명)를 지원한다.

교육훈련사업의 참여고객은 산업용, 상업용, 가정용 고객으로 다양하다. 세부적으로 전략적에너지관리는 에너지 다소비 산업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PG&E는 2019년 제조업 10개, 식품업 12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에너지관리 사업을 운영 중이며 제조업은 단체(Cohort)8) 교육으로 운영하고 식품업은 개별기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키트는 가정용 및 상업용 고객에게 제공된다. ComEd는 2019년 초등학생 교육용 키트 5만 8,000개, 소규모 상업용 키트 5만 3,000개, 저소득 가정용 키트 59만 5,000개를 배포했다. 전문인력 교육은 상업·교육·산업용 건물 관리자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Ameren은 2019년 대학교, 교회, 산업체 등의 건물 관리자 12명에게 건물관리자인증 교육의 교육비를 지원했다.

교육훈련사업의 절감 실적은 사업연도의 절감량(Firstyear Saving)을 기준으로 전체 EERS 절감 실적에서 1% 전후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비용은 유효수명 절감량(Lifetime Savings) 기준 1kWh 절감 당 비용이 0.02달러/kWh 수준이다.

전략적에너지관리의 EM&V는 업체별로 예측한 에너지 사용량과 실제 사용량의 차이를 계산해 결정한다. 에너지 사용량 예측치는 참여 업체별로 과거 12개월 혹은 24개월 동안의 에너지소비량과 관련 변수(생산량, 난방도일, 습도, 조업일수 등)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회귀모델인 에너지 소비모델을 이용하여 계산한다. 또한 사업 기간 이전에 수행한 효율향상 조치나 전략적에너지관리 외 다른 효율향상 사업에서 지원받아 발생한 절감량(Non-SEM savings)은 제외해 절감량을 보정한다.

교육키트는 키트에 포함된 기기들의 절감량을 합산해 키트 단위 절감량을 산정하고 실제 사용 여부에 따라 사용한 물품의 절감량을 합산해 계산한다. 이때 기기별 절감량은 추정절감량을 이용하거나 자체적인 측정 절차를 통해 결정한다. 전문인력 교육은 교육비를 지원받은 건물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수행하여 교육 종료 후 수행한 효율 행동을 파악하고 행동별 절감량을 합산하여 산정한다.

다. 상호교류 사업

상호교류사업은 경쟁·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 단위의 상호 피드백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촉진하는 사업이다. 게임이나 경쟁의 경우 정교한 EM&V 방법론이 정착되지 않았고 사업 규모가 작아 EERS 실적으로 절감량이 인정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또한 커뮤니티 단위 사업도 주로 지자체나 효율 단 체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으며 전력회사가 단독 사업으로 운영하거나 이를 EERS 실적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드물다. 향후 EM&V 방법론이 정립되고 사업이 구체화하면 EERS 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DF는 모바일 게임 ‘Energy Cat’(시범사업)을 통해 고객의 효율 인식 개선을 추진했다. 게임 참여자는 실제 주택의 구조와 과거 에너지 사용량을 반영한 게임 속 가상의 주택에서 다양한 효율 향상 조치를 적용해 에너지 감축량을 달성하고 게임 점수를 획득한다. 2017∼2019년 동안 운영한 파일럿 프로 젝트에 영국 공영주택 18호가 참여했고 참여 가구는 미참여 가구 대비 전력 사용량이 5.14% 낮아 호당 170kWh를 절약했다. ‘Energy Cat’개발과 운영에 69만 유로가 투자됐고 에너지 절약으로 인한 고객의 요금 절감 효과를 고려하면 연간 다 운로드 14,502회 이상 시 손익분기를 달성할 수 있다.

PG&E는 인력양성 사업의 일환으로 학교의 에너지 절약 경쟁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매년 전력회사의 효율 예산에서 최대 3%를 학생 교육, 전문가 교육, 홍보 등 인력양성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전력회사는 학교 에너지 절약 경쟁대회를 포함한 다양한 학생 대상 에너지효율 교육을 운영 중이다. 이러한 인력 양성 사업의 목표 수립 및 성과 평가는 kWh 절감량이 아닌 참석자 수, 인식 개선도, 취약계층 비율, 효율 업종 취업 등의 별도 지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PG&E는 2019년 감축 대회를 통해서 학교당 평균 2.2MWh의 전력을 절감했다.

최고야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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